🌎 미라클 지구, 👌 그럴 수 있다 ㅇㅋ, 💃🏻🐆 멋장이미식가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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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도전
토요일 아침을 실뜨기에 바쳤다. 목요일에 만난 친구가 미산가 팔찌 만들던 재료로 꽃매듭반지를 만들어보자해서 카페에서 유튜브 영상을 틀어놓고 다 같이 도전했는데 장렬하게 실패하고 내 몫으로 잘랐던 실을 받아와 재도전한 것이다. 애초에 영상에서 사용한 재료는 좀 단단한 끈이었는데 친구가 준 끈은 끈을 이루고 있는 실 한가닥 한가닥이 올올이 풀어지는 면끈이어서 영상에서 시키는 대로 방향과 위아래를 맞춰가며 매듭을 엮기도 힘들었고 똑 같은 매듭을 만든 후에도 단단한 모양이 나오지 않아 하기가 까다로웠다. 게다가 나는 별다른 장비 없이, 경험 없이 두 가지 색실만 손에 들고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었으니. 하지만 결국 나는 해냈다. 예제와는 많이 다르지만 아무튼 비슷해 보이는 걸 완성했다.
사실 나도 몇 년 전 소원팔찌 등의 공예가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런 만들기에 관심은 있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현대적 소비생활에 대한 깊은 불신(무언가를 생산, 체험하는 취미를 위해 재료나 용구를 구매, 소비하는 행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어떤 딜레마로 여겨졌다.)으로 인해 실제로 새로운 어떤 것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다. 집에 이미 구비된 바느질용 실로 매듭팔찌를 하나 만들어본 적은 있는데… 역시 A를 하려면 A를 하라고 만들어 놓은 걸 쓰는 게 제일 스트레스가 적다는 교훈만 얻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시켰던 만들기 과제 중에 비슷한 게 있었다. 스쿠비두 scoubidou. 반투명한 형광색의 납작한 플라스틱 끈으로 십자매듭 열쇠고리 만들던 거. 나는 이런 손재주가 필요한 이런 과제를 질색해서 아예 뒤로 던져놓고 바깥으로 달려나가는 어린이는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매듭공예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정말 맘에 들어한 애들은 과제가 끝난 후에도 운동화끈 같은 것도 써서 갖가지 방법을 배워다 다양하게 만들었으니까. 내러티브 요소가 없는 암기, 남들보다 앞서고자 하는 승부욕, 끝까지 붙들고 있는 인내심은 내 강점이 아니었다. 어릴 때 내가 약했던 것들은 매듭공예 말고도 많다. 줄넘기, 종이별 접기, 펌프잇업이나 이지투디제이 같은 리듬게임 등등.
2020년 3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작됐을 무렵에 나는 문방구에서 별접기 색종이를 샀다. 그냥 사봤다. 어릴 때 나는 종이접기를 잘했지만 별접기만은 영 익히지를 못했다. 서른 넘고 다시 해보니 간단했다. 요령은, 너무 힘줘서 반듯하게 접지 않는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나는 종이접기에서 각을 중요시 했다. 기본선을 제대로 맞춘 후에 접어야 완성품도 깔끔했으니까. 하지만 별은 달랐다. 긴 종이를 여러 번 말면 당연히 종이의 두께 때문에 마지막에 완성한 오각형은 시작할 때 만든 오각형보다 커진다. 게다가 그 오각형의 다섯 변을 모두 눌러넣어서 입체의 불룩한 별모양을 만들어야 하니 ‘여유’는 필수다.
리듬게임도 서른 넘고 다시 해봤다. 어렸을 때는 박자에 맞춰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걸 너무 못했다. 사실 지금도 못한다. 그래서 좀 더 크고 나선 그런 게임을 하기보단 노래방에 가는 걸 좋아하게 됐다. 손가락보단 목청쪽이 실력이 나아서… 노래를 부른다기보단 반주에 맞춰 가능한 원곡에 비슷하게 음정 박자 강약을 타면서 목소리를 입력하는 게임처럼 놀았다. 다시 해본 리듬게임은 오락실 게임도 PC게임도 아니고 터치폰에서 하는 모바일게임이라 버튼 누르는 맛은 없지만 더 쉬운 면도 있고 그래서 나름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손 빠르고 반응 좋은 사람들처럼 점수 못내도 내가 재밌게 하면 되는 거지. 그게 게임이니까.
자, 이제… 남은 건 줄넘기인 것 같다. 조만간 또 어떤 우연과 가벼운 혹함이 나를 줄넘기로 이끌어 갈까. 나는 또 한 번 ‘아, 이거 별거 아니었네. 꽤 재밌네’ 생각할 수 있을까?
👌_트리트먼트
집필 속도를 높이는 방법 중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트리트먼트를 쓰는 것이라 생각한다.
트리트먼트는 시놉시스를 확장한 것인데, 쉽게 말하면 뼈대를 잡는 일이다.
원고를 쓰기 전에 이 뼈대를 잡아두면, 살만 붙이고 눈코입만 달면 되니까 금방 한 편의 원고가 뚝딱 나온다.
정말이지 트리트먼트가 있느냐 없느냐로 집필 속도가 반으로 줄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보통 트리트먼트 없이 작업하는데, 왜냐.
내 캐릭터들이 애써 써둔 트리트먼트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A가 B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쓰러진 B 위로 올라탄 A가 몇 번의 주먹질을 내리꽂는다. B는 방어하려 하지만 결국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뻗고 만다.’
이게 원래 트리트먼트였다면 애들이 이대로 따라줘야 그다음 내용도 써둔 트리트먼트에 맞게 진행이 되는데.
결국 쓰다 보면 아래와 같이 되고 만다.
‘A가 B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쓰러진 B 위로 올라탄 A가 몇 번의 주먹질을 내리꽂는다. B는 방어하려 하지만 결국 속수무책으로 얻어터진다.
그러나 속에서 분노가 끓어오른 B. 이리저리 다 터진 시뻘건 얼굴로 이를 악물더니 A의 턱을 올려치고, 턱을 맞은 A는 비틀비틀.
B, 그런 A의 배를 발로 차 쓰러트린다. 결국 혼절한 것은 A.’가 되는 것이다.
아니 B야 네가 져야 다음 이야기가 쓸 수 있단 말이다.
내가 너를 너무 굴렸구나? 너 언제 그렇게 정신력을 키운 거니?
시놉시스를 쓸 때만 해도 유약한 도련님이었던 B는 작가의 굴림을 버티고 버텨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 이게 네 잘못은 아니지. 내 잘못이다.
그리하여 비슷한 상황을 몇 번 겪고 나서 나는, 트리트먼트 쓰는 일을 때려치웠다.
사실 집필 속도를 높이는 방법 중 최고는 유튜브를 끊는 것이다.
💃🏻🐆_아주 작은 방
종종 네이버 부동산을 찾아본다. 여유는 없지만 여유가 너무 갖고 싶어서. 보증금이 적지만 매달 나가야 하는 돈이 큰 월세와 보증금이 크지만 월세가 적은 반전세, 그리고 가능성 조차 점쳐보지 않는 전세. 회사 코앞과 여전히 다니고 싶은 요가원 근처로 동네를 지정해두고 내가 머물 방을 찾아본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과 강아지를 생각한다. 지난 1년의 시간을 보낸 것처럼 생각은 길지 않다. 매달 나가는 금액이 관리비를 포함하여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 지하가 아닐 것, 화장실의 상태가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 그리고 동물을 기를 수 있어야만 할 것.
그 방에는 최대한 물건이 없어야 한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가끔 절화가 있으면 좋겠지만 식물도 없이 허전해 보이는 공간이어야 한다. 창문으로 바람이 자주 들어오면 좋겠다. 주변에 나무가 없어도 상관 없지만 옆 건물 창문과 마주하지 않아야 한다. 사십대가 가까운 나이에 옆 건물 사람과 창문으로 마주보며 부대끼고 싶지 않다. 나는 점점 더 확실하게 혼자서 보내는 시간을 열망하고 있다. 20분 거리 안에 강아지가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나 천변이 있어야 한다. 도시만 도는 건 너무 미안하니까. 냉장고는 아주 작고 식탁은 없어서 그 집을 오가는 사람은 오로지 나 혼자이면 좋겠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것도 좋지만 임시보호만 계속 하고 싶다. 그리고 어느 때인가부터는 은퇴한 강아지들을 입양하고 싶다. 동물과 같이 늙어가는 건강하고 웃음이 많은 노인이 되고 싶다.
날이 더워지며 천변은 이미 아주 진하고 추저분한 녹색으로 덮이고 있다. 지나간 많은 정치 전문가 여러분 덕으로 며칠 전에는 문득 아 내가 어떤 할머니를 꿈꾸든 그런 할머니가 되지 못하고 정말 멸종될 수 있겠구나 싶어 졌다. 서로 여유가 없어지는 시간이 축적되며 나는 같은 종에게 살해당할 수도, 갑작스러운 병이나 원인 모를 병으로 병사할 수도, 혹은 다양한 원인으로 자살할 수도, 직장 이슈로 생계가 어려워져 객사할 수도 있고 정말 자연재해로 갑자기 죽거나 사라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모든 가능성은 늘 있어왔으나 점점 더 확률은 높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럼 나는 그 순간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렇게 늘어지듯 생각할 때와 달리 강아지를 방패로 삼을 수도 있다. 내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잔인하게 몰아가거나 살해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 나는 나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노인이 되기 전 멸종된다면 다른 생명을 위해 사라지고 싶다. 나의 아주 작은 방이 누군가의 마음 안이 되도록.
✒ 오늘의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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