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듯이 높이 뛰어오를 때인가 싶은 이즈음
2023년 4월 17일, 놀틈 창간호를 발행하고 시간은 덧없이 흘러갔다. 5월, 8월, 11월 2째주와 마지막 주 수요일에 분기별로 발행하겠다 의욕이 넘쳤었다. 그런 내 마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글을 쓰려고 할때면 ‘무얼 써야할까? 뭐 부터 써야하나? 어떤 내용을 담지? 아, 까마득해, 할 일은 많고 진도는 안나가고 무엇이든 써야만 해.’라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보 대학원생 성장일기를 쓰자니 드문드문 빈 수업일수가 떠올라 마음이 어색하고 겸언쩍어 편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자발적인 공부를 안하면서 내가 무얼 쓴다는 게 가당치 않아? 네 글을 보면 사람들이 실망할거야. 조금 더 그럴싸한 내용으로 써야해.’하는 말이 나를 멈추게 했다. 그 역시 초보 대학원생 성장일기에 걸맞은 고민인데도 막상 나누려니 망설여졌다. 벌거벗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그렇게 멈칫대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두 해를 넘기고 나서 정신이 번-쩍 차렸다.
놀틈 뉴스레터 발행을 하게 된 계기.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여수로 와 사부작사부작 7년 동안 궁리한 작당. 언젠간 내 프로젝트를 한다면, 내 사업을 한다면 이 사람과 같이 해보고 싶은 前 동료 現 친구. 우리의 이야기를 가까운 지인들 대상으로 메일링하는 서비스. 창간호를 발행하고 작고 소중한 구독자도 생겼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했나하는 생각이 들어 낯부끄러웠다.
그러다 문득, 몇 해 전 홍성향(a.k.a. 희소) 코치의 코칭스터디에서 내가 썼던 글이 떠올랐다.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 [모닝페이지로 자서전쓰기] 셀프북코칭 당시에 내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었다.
“두려움과 즐거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작은 용기가 필요할까요?”
그 당시 나는 “하기로 했으면 그냥한다는 공기처럼 가벼운 마음도 필요하겠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내겠다.” 는 문장을 담았었다. 3년만에 다시 마주한 나를 위한 질문과 글을 읽으며 ‘그래, 다시 해보자.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보자.’는 내 안의 작은 씨앗이 발현되었다. 이도 저도 아닌 그냥 나를 써내기로 했다. 연구 주제, 대학원 생활이 아니라 내가 경험한 것, 그중에 ‘코칭’을 글로 지을 예정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얼 잘 해내는지, 좋아하는 것은, 관심 있는 것은. 그렇게 내 안을 들여다보면 연구 주제 길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이것과는 별개로 하동 친구의 2년 째 무한 대기중인 글을 빨리 읽고 싶은 구독자의 마음도 있다.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면 나는 내가 경험하고 좋았던 기억을 공유하는 것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20대는 공연이었고, 지금은 코칭이라 말할 수 있다. 그 경험에서 매개자로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콘텐츠를 잇는 역할이 나를 충만하게 한다. 나의 고객에게 건네는 코칭 웰컴 키트에 들어 있는 웰컴 레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서울에서 여수로 삶의 생활터전을 옮기며 코칭을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코칭’이 뭐라는 거야?
2013년 11월 삭막하고 춥던 서울, KT&G 상상마당 아카데미 크리에이티브 코칭으로 ‘코칭’을 처음 마주했다. 2014년 1월과 2월 사이, 아카데미 후속으로 합정동 어딘가에서 1:1 코칭을 받았다. ‘그래서 코칭이 뭐라는 거야?’라는 지적 호기심으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코칭’을 탐구했다. 그 이후부터 내 생애 첫 코치의 프로젝트를 가늘게 이어왔다. 2017년 4월, 벚꽃 흩날리던 부산교육대학교 앞 커피긱스에서 ‘3Cs I Basic’ 코칭 교육을 이수했다. 그때 참가신청서 중 참가목적, 기대하거나 요청할 사항에 이런 내용을 썼었다.
Q. 이번 워크숍을 통해 어떤 성장을 기대하십니까? (참가목적)
내가 경험했던 코칭의 힘을 타인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우선은 저의 셀프코칭력을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Q. 이번 워크숍에 있어 FT에게 특별히 기대하거나 요청할 사항이 있으시면 적어주세요.
경청의 중요함을 매번 느끼고 있는데, 저는 필요에 따라 경청하는 경향이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2017년 4월부터 코칭 교육을 듣고 코치인증자격을 준비하는 동료와 서로 코치-고객이 되어 코칭실습을 하는 아주 미세한 수련을 했다. 틈틈이 코칭 스터디를 참여하여 코칭학개론, 비폭력대화, 아티스트 웨이, 코액티브코칭 등 책을 읽기도 했고, 코치에게 수퍼비전(피드백 등)을 받기도 했다.
남들은 짧으면 6개월 ~ 12개월 사이에 (사)한국코치협회의 코치로 첫 자격인증을 받는 자격증명 KAC(Korea Associate Coach)를 받았다. 그에 반해 나는 2년 5개월 품이 들었다. 2017년 4월 21일 시작하여 2019년 9월 30일, 자격증명 KAC라는 인증 서류를 접수하는데 필요한 기본 코칭시간 50시간이 이때 충족되었기 때문이었다.
2019년 10월, 코치자격인증 서류를 접수하고 필기와 실기를 합격한 나는 그해 12월 15일 “나는 코치입니다.” 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코치로 나를 선보이는 건 어려웠다. 코칭이 체화되지 않았다는 내 기준이 가로막았다.
이 말을 꾸역꾸역 끄집어내 소화하고, 기억에서 흔적 따위를 의식적으로 없애고 사라지게 하는데 까지 약 7년이 걸렸다. “경력이 애매하네.” 라는 말은 전면적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구토하고 역행하는 제일 애먹인 말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려 해도, “경력이 애매하네.” 에서 움츠러들었다.
[고엔카의 위빳사나 명상 : 자유에 이르는 삶의 기술]에서 지혜를 세 가지(172-177쪽) 구분했다. '들은 지혜는 다른 사람에게 듣거나 책, 강의 등에서 배운 것이고, 지적인 지혜는 어떤 내용을 깊이 생각하여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며, 자신의 경험은 직접 몸소 깨닫는 것으로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지혜' 라고 했다.
이 글을 보며 ‘아, 나는 경험으로 얻은 지혜에 다다르려 부단히 힘썼구나. 이게 작동되어야 날 움직이구나.’하는 앎으로 이제 행함에 있으리라. 나를 바르게 이해하고 생각하는데 코칭, 특히 셀프코칭(자기대화)은 내 원천이 되었다.
내가 경험한 ‘코칭’은 스스로 질문하는 삶으로, 자신을 알아차리며 작은 활동(Small Action)을 하는 것이고 ‘코치’는 "혼자서는 (절대) 갈 수 없는 길을 함께 가주는 사람"*이다. *TvN 드라마 [라이브] 7화 ‘파트너’ 중(2019년 1월 1일에 봄)
요즈음은 내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보고 탐구하는 일이 가장 즐겁다. 내가 코칭을 처음 접했을 때도, 코치가 되어가는 수련을 할 때도, 여전히 코치가 되어가는 중인 지금도 내 0호 고객은 나 자신이라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앞으로는 이즘(ism)이 장착되어야 할 때.
비판적 사고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이론과 논리)가 필요할 때.
사실을 분석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하며, 합리적이고 편견 없는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심고 싶다. 2025년 7월 14일, 뉴스레터 1호 초고를 쓰고 한 달이 흘렀다.
2025년 8월 25일, 뉴스레터 1호 퇴고 작업을 마쳤다.
이렇게 글을 짓고 민들레 홀씨처럼 홀가분해졌다. 다음 글을 써내며 또 다시 멈칫멈칫할지도 모르겠다. 그럴때면 담담히 가늘고 길게 해보고 싶은 마음을 다정히 안고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낸다. 별 볼일 없어도 된다.’라고 스스로 덤덤하게 건네야겠다.
새롭게 다시 다짐을 씩씩하게 해본다. 아자아자, (뒷걸음 칠 때는 치더라도) 나아가자!

놀기 위해 태어났다.
여수에 살고 있지만, 여기가 내가 계속 살 곳인지 모르겠다.
다른 지역을 기웃거리고 있다.
적게 일하고 시간과 자유를 버는 생활작업자로 산다.
문화기획, 코칭, 농(農)을 기반으로 지역의 일상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차화진
걷다보면 뜻밖의 예술을 만나는 섬, 나오시마
창간준비호에서 평안을 누리고 있음을 강조했는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하동 본가에서 느리고 조용하지만 규칙적이고 평안한 삶에 익숙해질 무렵, 쉬지않고 일 해온 근성이 다시금 일을 시작하게 했다. 구직급여 장기수급자로서 8개월까지는 경제적으로 큰 지장이 없었기에 이참에 1년은 쉬어가자는 마음이 있었지만, 고용센터에서 권한 조기재취업수당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2023년 4월 결국 새로운 업무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동에 비해 조금 큰 중소도시 순천으로 면접을 보러왔고, 시골에서 맛보기 어려웠던 핸드드립 커피 맛에 홀려 다시 일을 시작한 지 어느 덧 2년이 흘렀다. 순천으로 이사도 왔다. 서울에서는 8평 오피스텔 하나 구할 수 있을까 싶은 월세로 방이 세 개, 화장실이 두 개인 집을 구했다. 넓은 집을 내 취향으로 가득 채워나가는 것만으로도 창의력이 샘솟는 듯 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일을 해나가며 하루하루 순천의 명소와 남도 맛집을 드나들었다.
일을 시작한 해인 2023년에는 한창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라는 대규모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홍보물에 의하면 흑두루미를 비롯한 생물들의 안식처인 순천만을 보호하기 위해 전봇대를 뽑고 도시의 확장을 막기 위해 국가정원을 만들고 도로를 잔디로 덮어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광장과 정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시 확장과 발전이라는 편리함 대신, 환경 보호와 느림을 택한 것처럼 보였다. 다른 도시들과는 다른 ‘선택’이라는 홍보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무렵, 뉴스레터 다시 발행하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첫번째 산책 장소를 어디로 택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곧바로 나오시마섬(直島, Naoshima)을 생각해냈다. 나오시마섬, 일본 세토내해(瀬戸内海)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한국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다시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문화예술를 전공하거나 관련 일에 종사한다면 ‘미술과 건축’으로 한번쯤 들어봤을 곳이다.
이 작고, 먼 섬은 왜 유명해졌을까.
혼자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혼자 가기 만만한 곳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가깝고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는 일본의 크고 작은 도시로 가는 직항 노선도 꽤 많이 편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2018년 2월, 언젠가 가볼 곳으로 점 찍어 두었던 나오시마섬을 목적지로 한 여행을 계획했다. 어느 도시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가까운지, 들어간 김에 주변 도시에 둘러볼 만한 곳이 있는지, 여행만큼은 완벽한 계획형 인간이 되는 나는 더 촘촘하고 세세하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선택한 경로는 당시 인천공항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었던 오카야마 공항을 통해 들어가 오카야마 시내에 머물다, 나오시마 섬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오카야마에는 고라쿠엔 정원(後楽園, こうらくえん)이 있다. 고라쿠엔 정원은 일본 3대 정원이라고 했다. 정원을 둘러보기에 2월은 추운 계절이었다. 하지만 구글이 제시한 흥미로운 정보에 의하면, 2월이면 정원의 잔디를 전부 태워 병해충을 예방하는 ‘검은 잔디’의 계절이라고 했다. 초록이 모두 사라지는 계절, 새로운 ‘선택’으로 관광객에게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농촌에서는 봄이 오기 전 논두렁을 태우는 풍습이 있었고, 그런 광경을 보며 자랐기에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2018년 2월 10일 오카야마 공항으로 입국했다. 다소 거칠었던 소지품 검사로 약간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지만 작은 규모의 공항은 여유로왔다.
오카야마 공항에서 도심인 오카야마역까지는 리무진 버스로 30분. 오카야마역에서 나오시마로 들어가는 배를 탈 수 있는 우노역까지 약 1시간. 우노역에서 다시 20분 정도 페리선을 타고 나오시마항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나오시마섬을 오가는 페리선부터 버스까지 모두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형상화한 점점이 호박이였다.
나오시마를 순환하는 이 200엔 버스는 나오시마섬을 여행하는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탈 것보다는 걷는 것을 선호하는 ‘산책자’는 구글맵에 의지해, 나오시마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 작품인 *지중미술관을 향해 버스가 가는 역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평지보다는 언덕길이 많고 그 길로 걸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 했지만 늘 그렇듯 그냥 걸었다. 그러다 산중턱에서 만난 뜻밖의 산과 바다의 풍경에 감탄했고, 곧 어마어마한 건축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2월의 추위도 그다지 세차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게 지중미술관에 닿았다. 지중미술관은 건축가 안도타타오의 설계로 이름그대로 지하에 지어진 미술관이다. 나오시마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대부분이 지하에 매설되어 있고 자연 조명을 활용해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작품이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을 생각하는 장소'라 설명하며, 이러한 건축적 설계에 의한 빛을 활용해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등 3명의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의 모든 공간은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고 어떤 공간은 신발을 벗어야하고 제한된 인원으로 대기를 해야만 들어갈 수 있었다.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공간’이라기 보다는 ‘건축’이라는 공간적 예술을 경험하는 곳에 가까웠다. 건축 공간을 배회하는 관람객의 걸음 자체가 예술적 행위란 생각이 들었다. 요즘 미술 전시에서는 트렌드가 된 사진 촬영이 전면 제한되어 공간을 방문한 당사자의 걸음으로 느끼고, 경험하게 함이 특별했다.
지중미술관뿐만 아니라 나오시마섬 전체가 그랬다.
나오시마에서는 ‘이에프로젝트(Art House Project)’로 버려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옛 민가, 사원, 상점, 창고 등을 현대미술 작품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마을 재생형 현대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작품 감상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적 성격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마을 전체를 산책하며 예술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마을 곳곳에 헌 집, 비어진 집을 개조하여 미술관, 미술 작품, 설치 미술을 전시해놓았다. 나와 유사한 목적으로 방문한 또는 우연히 오게된 관람객들은 마을 곳곳을 누비며, 관광안내지도를 전시안내지도 마냥 보며 마을이 숨겨놓은 예술을 찾아다녔다.
그래서 예술섬이구나!
‘안도 타다오’ 또는 ‘쿠사마 야요이’라는 거장이 호기심이 되어, 나오시마섬을 방문한 사람들을 섬 자체를 하나의 예술, 미술관으로 경험하게 하는 거였다. 걷다보면 지나가는 길고양이 마저도 어느 예술가의 배치처럼 여기게 되었다. 시작은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쿠사마 야요이’의 바닷가 점점이 노란 호박이었지만, 결국 인상적인 기억은 마을 곳곳을 배회하며 걸었던 경험이다.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또 걸어서 이 작은 섬까지, 예술적 여정을 하게 만든 것이다.
오카야마 공항으로 향하는 직항 노선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사라졌다. 8여 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저 경로를 혼자 어떻게 들어갔나 싶다. 다시 꺼내본 나오시마 여행 기록에는 페리 시간이 촉박해 엄청 뛰었던 것, 지중미술관으로 향하며 마주쳤던 멧돼지, 차가웠던 바닷바람까지 특별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오시마섬은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찾을 만한 곳이다. 여행자에게 불편함은 강력한 추억이자 경험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특히, 방문하기 전부터 기대했던 장소에서 뜻밖의 예술적 경험은 꽤나 인상적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이우환 미술관에 들어가보지 못한 아쉬움에 더해 건축가 안도 타타오가 설계한 새로운 미술관이 최근 개관하였다고 하니 이곳을 다시 방문할 이유가 늘어났다.
그렇게 보면, 여행은 집 밖을 나가는 순간부터 새로운 경험을 찾는 예술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하동에서의 평안을 사라졌지만, 당분간 지역(촌)에서 지내보기로 했으니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하는 ‘정원도시 순천’에서 뜻밖의 경험과 매력을 만들고 즐겨보려 한다.
그리고 뜻밖의 경험을 쌓게할 여행도 다시 시작한다.
[덧]
드디어 사라졌던 항공편이 늘어나고, 해외여행도 다시금 활발해졌다. 그 흐름에 지난 2023년 8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몽골을 다녀왔다. 몽골을 택한 것도 뜻밖이었다. 익숙했던 일본을 가고자 했으나,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 연일 떠들어댔고 기분이 나빴다. 그 기분으로 일본행을 택할 수 없었다. 그러다 뜻밖의 몽골이 떠올랐다. 몽골은 이름만 들어도 흥미가 차올랐다. 몽골은 불편함과 뜻밖, 그 자체였다. 다음 호에서는 2023년 몽골 기록을 산책해보려고 한다.

촌에서 태어나 논둑길을 가로질러 학교를 다녔다. 서울에서 미술, 문학, 축제, 공연, 문화기획, 미디어 등을 20년 가까이 공부하고 일했다. 도시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도시 말투를 쓰고 촌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촌 말투를 쓴다. 도시가 편하고 익숙했지만 태생이 촌이라 도시가 맞지 않는다고도 종종 생각했다. 촌으로 온 지 2년 가량 되었지만 도시의 풍족함이 그리워 종종 놀러간다. 촌에 살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당분간.
문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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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향(희소) 코치
"하기로 했으면 그냥한다는 공기처럼 가벼운 마음도 필요하겠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내겠다." 하기로 했으면 그냥 해내겠다란 표현에 위로 받고 갑니다. 저도 오늘 그런 하루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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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ya
뭉클뭉클 ~~~글을 읽는데 예술작품 속을 거니는 듯한 이 느낌. 두분의 고유한 색깔을 만나고 가는 시간 같았어요. 멋저요. 멋져!!
arya
나오시마섬도 가보고 싶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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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
코칭과 여행, 떨어져있는 것 같지만 연결되어 잌있는 두 분의 스토리 소중히 읽었습니다:) 다음 호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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