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우리의 놀틈을 시작합니다.

여수와 하동에서 살아내기

2023.04.18 | 조회 1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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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틈

하동과 여수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배우고 일하다 돌아온 이야기

놀해!

2020.4.27 15:09 여수 율촌면 구암 논뷰 (c)차화진
2020.4.27 15:09 여수 율촌면 구암 논뷰 (c)차화진

사부작사부작 지난 7년 동안 궁리한 작당을 시작한다

나의 10대는 여수와 순천, 20대는 대전과 서울 그리고 30대는 다시 여수에서 생활하고 있다.

대전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할 때가 19.

서울살이를 완전히 정리하고 여수로 올 때가 30세였다.

서른의 시련인가? 그 당시 나는 여수와 순천 등으로 구직을 시도했지만, 적성검사와 필기시험, 면접에서 떨어지곤 했다. ‘왜 나는 안 되지?’ 보다는 ‘7년 동안 일했으니, 일한 만큼 놀자.’ 라고 마음먹었었다. 나는 퇴사한 다음 해인 2016년 이름을 놀해라고 짓기도 했다. ‘놀자, 올 한 해!’를 줄인 말이다. 그만큼 나는 노는 데 진심이었다.

그렇게 여러 해를 보내고, 언젠간 내 프로젝트를 한다면, 내 사업을 한다면 이 사람과 같이 해보고 싶다는 옛 동료가 떠올랐다. 그 중 한 명은 작년 12월 말에 고향인 하동으로 왔다. 하동은 여수와 가까웠다. 정동원 군의 팬인 엄마 덕분에 나는 하동(이라 쓰고 우주총동원으로 읽는다)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고, 그 덕분에 눈 감고도 운전해갈 수 있었다.

2월 3, 하동에서 그를 만났다. 밥 먹고, 차 마시고도 서로 이야기가 이어져 평사리공원오토캠핑장을 방문했다. 섬진강을 바라보면서, 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가까운 지인들 대상으로 메일링하는 서비스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웹진 발행 경력과 문화예술학석사인 그의 체계적인 관리 하에, 프로젝트의 방향이 잡혔다.

계간지. 5월, 8월, 11월 셋째주와 마지막 주 수요일 발행.

무슨 이야기를 담을까? 어떤 글이 흥미를 불러일으킬까?

문화콘텐츠로 첫 글을 양주시립장욱진시립미술관의 <식탁(1963)>을 쓰고 싶었다.

2022.3.14. 18:00 여수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c)차화진
2022.3.14. 18:00 여수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c)차화진

글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대학원에서 문화관광경영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대학원 생활을 기록해보면 좋겠다는 그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초보 대학원생의 성장일기 기대하라 쇼쇼쇼~

연구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어떤 방향으로 설정해야 내 넥스트 커리어에 석사논문이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흐음~

(c) 차화진
(c) 차화진

여수에 사는 생활작업자, 잔기술보유자, 기획인이자 행정인이다. 연암 박지원과 화가 장욱진, 그리고 피아니스트 백건우를 좋아한다. 초중학교는 여수, 고등학교는 순천, 대학교는 대전, 직장생활은 대전과 서울에서 했다. (주)문화아이콘을 시작으로 대전예술의전당,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대한민국오페라축제추진단, 책방심다 등을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차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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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 🚶‍♀️ 🚶‍♂️

경남 하동 본가로 이사를 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진주로 가면서 떠났던 고향집으로. 

어렸을 때부터 살던 집은 한 차례 리모델링이 되었고,

1층엔 부모님이 거주하시고 명절이 아닌 때엔 비어진 2층에 내 짐들을 옮겼다. 

코로나19를 지나며 건강이 나빠지신 할머니께서 요양원으로 가시면서 할머니가 쓰시던 방은 내가 지내는 방이 되었다. 어렸을 때도 항상 할머니와 방을 함께 썼으니, 지금도 할머니와 방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할머니가 쓰시던 자개장이 방 한 쪽을 아득히 채우고 있어 작아진 방에 서울에서 한 껏 줄여온 짐들을 줄 자로 재가며 한 치 오차없이 배치했다.

서울 사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나둘 늘어난 책은 열 박스가 넘었고 책들은 박스에서 채 꺼내지도 못하고 벽 한쪽 틈새 구석에 쌓아두었다. 그리고 틈새 구석에 딱 맞게 들어갈 책장을 주문하고, 그곳에 들어갈 만큼의 책만 남기고 나머진 작은 도서관과 함께 운영 중인 근처 청소년 문화의 집에 기증했다. 

짐이 줄어드는 만큼 마음도 가벼워졌다. 

그렇게 시골생활이 시작되었다.

삼시세끼를 챙기는 일과 부모님의 잔소리를 견디며, 처음 걱정과 달리 두 달이 지난 지금 하동에서의 조용하고 나름 규칙적인 생활에도 적응이 되어 간다.

비슷하게 서울에서 생활하다 고향인 여수로 와 지내는 친구가 우리의 경험과 관심사를 글로 남겨 공유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힐 만한가, 잠시 고민했지만 뭐 얼마나 보겠냐 싶어 마냥 노느니 함께 해보기로 했다.

여행. 나에게 주어진 글감은 여행이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기 전까지 매년 휴가를 쪼개쓰며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 혼자 다녔고 목적지는 문화예술적 요소들이 있거나 경험할 수 있는 곳.

박태원 작가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구보씨처럼 낯선 도시의 산책자가 되기를 바라며, 가급적 한 도시에 머물며 걷고 보고 또 그 날의 여행을 기록했다. 기록한 여행 중 일부는 돌아와 다시 문서로 옮겼고 일부는 잃어버렸다. 이 때 기록한 여행들을 때에 맞게 조금씩 풀어 써 볼 생각이다. 

최근 시골에서 생활하며 생각난 곳은 일본 가나자와시에 갔을 때 우연히 비를 피하기 위해 들어간  ‘스즈키 뮤지엄(D.T SUZUKI MUSEUM)’ 이다. “고요하다”는 말을 건축으로 표현하면 이런 곳일까 싶을 정도의 고요를 경험한 곳이다. 가나자와 출생의 불교철학자 스즈키 다이세쓰를 기리기 위해 건축된 공간으로 명상(사색)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 때문이었는지 그 날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고 고요한 공간은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명상하는 법은 몰랐지만 풍경만으로 이미 마음이 편해지는 그 곳에 한 참을 앉아 있었다. 무슨 마음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우연히 만난 여행의 공간에서 평안을 얻었던 듯 싶다.

2019.7.9. 13:58 일본 가나자와 스즈키 뮤지엄 명상관 (c)문연옥
2019.7.9. 13:58 일본 가나자와 스즈키 뮤지엄 명상관 (c)문연옥

얼마 전 여수 친구와 함께 찾은 전남 보성군 율포해변 ‘파랑책방’에서도 잠시 명상을 경험했다. 책방 주인이자 프로그램 진행자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따라 몸을 곧추 세우고 코로 들어오는 들숨과 입으로 나가는 날숨에 집중했다. 파도 소리와 따뜻한 햇살 그리고 나의 들숨날숨.

들이 쉬는 숨에 좋은 일을, 내 쉬는 숨에 나쁜 일을. 

2023.3.3. 15:53 전남 보성 율포해변
2023.3.3. 15:53 전남 보성 율포해변

명상. 하다보니 요즘 매일 아침의 내 생활과 다름없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방에 누워 숨을 쉰다. 숨을 쉬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가끔 길 맞은편 절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를 들을 뿐. 

하동으로 온 후 주변이 정말 조용해졌음을 느낀다. 이 조용한 생활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 알 수 없으나 지금 이 평안의 일상을 최대한 누리며 클라우드에 쌓아둔 나의 여행들을 다시 산책해보려고 한다.  

왜 그렇게 여행을 가려고 했을까. 

여행에서 찾은 것은 무엇일까. 

이제야 들여다 보려고 한다. 

이처럼 게으른 산책자와 동행이 되어주시길.

2018.2.27. 09:29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앞
2018.2.27. 09:29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앞

촌에서 태어나 논둑길을 가로질러 학교를 다녔다. 도시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도시 말투를 쓰고 촌에서 만난 사람을 만나면 촌 말투를 쓴다. 도시가 편했지만 태생이 촌이라 혼잡한 도시가 맞지 않는다고 종종 생각했다. 촌으로 온 지 세 달 가량 되었지만 도시의 풍족함이 그리워 종종 놀러간다. 촌에 살며 할 수 있는 일을 해보기로 했다. 당분간.

문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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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노플라스틱카페에서 창간호 작업을 하고, 우연히 찾은 래래에서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다. 2023.3.31. (c)차화진
순천 노플라스틱카페에서 창간호 작업을 하고, 우연히 찾은 래래에서 맛있는 짜장면과 짬뽕을 먹었다. 2023.3.31. (c)차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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