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몇 건의 제안서를 썼습니다. 제가 함께 일하고 싶은 예비 저자 님에게요.
누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에 따라 예상 판매 부수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 책이기 때문에, 누가 어떤 내용을 쓸지를 정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중요한 것이 기획에서 시작이 되는 거고요.

두 달 동안 다섯 건
지난 달부터 살펴보니, 대략 다섯 분 정도와 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더라고요.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저자 님에게 연락을 드려서 인사를 나누고, 간략한 제안서까지 쓴 수치가 두 달 동안 다섯 건이라는 것은, 제가 그동안 해왔던 양과 비교해보면 조금 많은 편이에요. 책을 내면 꽤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예비 저자 님이 그만큼 저한테 포착이 된 거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 중에는 뉴스레터를 약 6년 동안 운영해오신 분도 계셨어요.
아직 그 분이 책을 안내신 것을 확인하고, 이메일을 드렸습니다. (이메일 확인을 며칠이 지나셔도 하지 않으셔서 그 분을 아는 어떤 선생님께 도움 요청을 드렸습니다. 노르웨이숲이라는 출판사에서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니, 시간 나면 확인을 해보라고 이야기해 달라고요. ㅊoㅈ 선생님 감사드려요!)
며칠 뒤 너무 바빠서 찬찬히 검토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그 회신 이후 또 메일이 오갔고, 그 분이 책의 방향성을 이야기해달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이 저한테는 “네 제안이 괜찮으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로 받아 들여져서, 그때부터 제안서를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습니다.
출간 제안서, 어떻게 쓰나요?
출간 제안서(출간 기획안)라는 것이 출판계에는 어느 정도 합의된 양식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가제목, 제작 사양, 기획 의도, 예상 목차, 참고 도서 그리고 여기에 마케팅 방안의 내용까지를 담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출간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먼저 비슷한 내용, 비슷한 꼴의 다른 책들을 검토하여 이 분야의 책을 사는 독자들이 선호하시는 톤에 대해서 숙지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이 그 가운데에서도 특별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또, 이 저자가 얘기할 수 있는 것, 또 예상 독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버무려 예상 목차를 짜야 하고요. 이런 것들을 종합하여 가제목을 짓습니다.
저자님이 만족하실 만한 기획안을 뽑아내기 위해, 제가 주로 쓰는 첫 번째 방법은 일단 참고 도서들을 사제끼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돈을 써야 노력을 했다, 라고 스스로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하고, 또 뭔가를 구매하여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ㅠㅠ
기획안 내용 중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목차를 잡는 겁니다. 사실 기획자가 그 내용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저자 님의 머릿 속에 들어가본 것도 아닌데, 목차를 잡는다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기획자마다 목차를 잡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주로 이렇게 합니다. 타겟 독자가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을 질문으로 죽 적어보는 것이지요. 그 질문들로 내용을 잡고, 그 내용들을 어떻게 묶을 수 있는지 이리저리 만져보는 것입니다.
마음에 100% 들지는 않더라도, 대략 이 정도로 책의 방향성을 저자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판단이 들면 메일을 드립니다. 사실 왠만한 제안은, 이렇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샘플 원고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하는(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저자를 꼭 잡고 싶다는 의지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의 차력쇼일 수도 있을 거에요.
일례로 예전에 카카오프렌즈, 미키마우스 같이 캐릭터로 책을 내는 것이 유행인 시절이 있었어요. 제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일하던 때였는데요, 카카오프렌즈로 만든 컬러링북이 인기가 있어서, 비슷하게 라인프렌즈 캐릭터로 책을 기획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때 제가 제안한 것은 컬러링북과 스터디플래너 두 개였어요. 아까 말씀드린 기획안의 양식으로 작성하여 라인프렌즈 회사에게 전달을 했었어요. 그 때 컬러링북은 다른 출판사가 하기로 결정이 되었어요.
(다행히 스터디플래너는 제가 만들었고, 베스트가 되었답니다^^)
왜 그 출판사로 정해졌을까요? 당시 담당자의 이야기는 이랬습니다.
“그 출판사는 라인프렌즈 캐릭터로 샘플 원고를 만들어서 가제본으로 첵을 만들어오셨더라고요. 그 정성에 감동해서 그 출판사로 결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제가 책을 내고 싶어한 뉴스레터는 이미 어느 정도 컨텐츠가 쌓인 상태입니다. 즉, 샘플 원고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어디까지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저자 님이 어떤 원고를 써야할 지 빠르게 판단내리실 수 있도록 샘플 원고를 작성해보기로 했어요!
결과는 거절;;;
약 일 주일 정도 지난 후 답장이 왔는데, 진행하기가 어렵다라는 답신이었어요.
이만큼까지 했는데, 승낙하시지 않을까? 솔직히 이런 마음이 조금은 있었어요.
저자님은, 샘플 원고까지 작성해주셔서 더 신중하고 진지하게 검토를 했다고 하셨습니다. 책 작업은 끝까지 밀도 있게 해야 하는데 본인의 현재 상황이 도저히 그러기에 어려워 무리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을 계속 기억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분과 책 작업을 하지는 못해서 당연히 아쉬움은 있지만
그 분에게 제안을 드리기 위해 열심히 기획안을 작성하고, 원고까지 만든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기획자로서 제가 이만큼까지 했다는 것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거 같아요. 그리고 그 분이 언젠가 책을 내기로 마음먹는 날, 다시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책의 속사정 이야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재미있으셨나요? ^^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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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쟁이
거절 또한 일상 다반사인 듯 합니다. 그래도 후에 저자 분이 기억해 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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