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또 아무 이유 없이 피씨방에 온 건에 대하여

2024.03.29 | 조회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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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레터

말랑말랑 밥풀과 바삭바삭 누룽지

3월을 시작도 안 한 기분인데 벌써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군요. 머...이렇게 한 달이 가나봅니다. 저는 또 별 일 없이 피씨방에 왔고, 별 일 없이 피씨방에 오면 이렇게 누룽지 레터 생각이 납니다. 안녕하십니까 누룽지님들.

집에서는 누워있느라 도무지 손 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자잘한 업무들을 피씨방에 와서야 처리하고, 그냥 좀 앉아 있습니다. 어느새 저에게 피씨방이란 꽤 쉴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들 대화보다는 게임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카페 소음보다도 데시벨이 낮은 소음 정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음료는 물론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고, 평소엔 잘 하지 않는 컴퓨터도 할 수 있고요. 꽤나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느낍니다.

벌써 꽃이 많이 피었던데, 누룽지님들이 사는 곳은 어떤가요. 길을 걷다보면 약간은 무감각하게 꽃구경을 합니다. 예전에는 어디론가 꽃구경을 못 가는 게 왠지 서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올해는 뭐 안가도 그만이다 싶고요. 길에서도 얼마든지 꽃구경을 할 수 있다고 합리화중입니다. 누군가 '너처럼 살면 삶이 재미없지 않냐'고도 하는데요. 저는 딱히 제 삶이 재미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재미없으면 재미없는대로 좋아요. 그리고 그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은 제가 밥풀툰을 그리는 지도, 혼자 있을 때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런 질문도 이제는 무감각하게 지나가곤 합니다. 오늘 편지의 키워드는 무감각 이려나요. 이 좋은 봄날에 무감각이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이 편지도 무감각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무언가 전달하려고 하면 생각이 많아져서요. 아예 생각을 차단해버리고 무념무상의 상태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것은 누룽지레터를 아무렇게나 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해서라도 누룽지님들께 레터를 쓰고 싶은 저의 마음입니다. 저는 요즘 삶 자체를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을 차단하고 무감각하게. 그러다보니 뭐가 뭔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뭐. 이렇게 무감각한 시간도 필요하겠죠. 언젠가 회복이 되겠죠. 돌아보면 저는 언제나 회복을 기대하고 기다리는 인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밥풀툰을 그리기 시작하였을 때도, 밥풀만큼이라도 삶을 회복하자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변함이 없는 걸 보면 아직 회복이 되지는 않은 것이려나요.

잡소리가 길었습니다. 물론 얼마든지 더 길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누룽지님들의 안구 건강을 위해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고요. 남은 3월도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밥풀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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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eagnees

    0
    26 day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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