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9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10월 말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잘 지내셨는지 안부를 묻고 싶습니다.
남들은 수확을 한다는 이 가을에, 저는 이제야 씨앗을 뿌리는 중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니 움직일 기운이 돌아서인지, 하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글도 배우고 싶어지고 그림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하고 싶은 걸 죄다 하고 싶어졌습니다. 겨울이 오면 또 웅크릴테니 그 전에 할 수 있는 만큼 해두고 싶어졌습니다.
지금 씨앗을 뿌리면 수확은 대체 언제일지 알 수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신나게 씨앗을 뿌려봅니다. 어쩌면 저는 씨앗을 뿌리는 데에 특화된 인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딱히 수확을 해본 기억이 없거든요. 수확이라, 수확이라...수확은 뭘까요? 어떤 것의 ‘마무리’는 무엇일까요? 그조차 모르겠습니다. 실패해도 그것을 끝으로 보지 않거든요. 인생 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니잖아? 라며 종결을 유보한 채 씨앗을 계속 뿌려버립니다.
종결을 유보한 탓에 정리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거둬들여야 할 것들을 거둬들이지 못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저의 현실과 머리 속은 ‘종결되지 않은 것들의 뒤섞임’이라 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저는 이게 나쁘지 않습니다. 꽤 마음에 듭니다.
왕창 뿌려버린 씨앗 가운데서도 죽을 것들은 죽고 살아난 것들만 살아갑니다. 죽은 것들은 자연스레 살아난 것들의 비료가 되고요. 그러니 결국 죽은 것은 없는 셈이지요. 살아난 것들의 양분이 되어 그의 일부가 되는 거니까요. 오늘도 저의 합리화 어떻습니까. 하하.
남들이 모두 수확기여도, 혼자 엉뚱한 계절을 보내고 있어도, 누룽지님들 덕분에 재미난 요즘입니다. 감사합니다. 벌써 길거리엔 붕어빵과 호떡이 개시했더군요.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고 10월 멋지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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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imshimp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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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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