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중퇴 후 600만 유튜버가 된 Ryan Trahano; eo; 왁타버스; MBC강원영동

지난 한 달간 본 영상 중 인상 깊은 것만 모아 전달합니다.
2022년 3월, 오들리씨의 재생목록.

Tracklist.
1. [이달의 도전정신] 2D에서 50시간 살아남기
2. [이달의 인트로] eo의 두 번 탭 하기
3. [이달의 메타버스] 이세계 아이돌의 두 번째 싱글
4. [이달의 덕심저격] MBC강원영동 채널에 모인 철덕들
5. (Outro) CODA — Story of a Scene

[이달의 도전정신] 2D에서 50시간 살아남기

69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Ryan Trahan은 실험 콘텐츠로 유명한 크리에이터입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현실에 2D 필터를 씌워 50시간 동안 살아남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단순히 실험만 보여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 즐겼던 게임에 대한 추억을 녹여 스토리텔링 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Ryan Trahan이 처음부터 이런류의 영상을 찍었던 건 아닙니다. 그의 초창기 영상을 보면 운동 영상들이 많은데요. 그가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 텍사스 A&M 대학교의 육상/크로스컨트리 전공의 학생 운동선수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NCAA(Nation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 규정에 따라 학생 운동선수는 자신의 이름 및 초상권을 사용하여 부가적인 수익 창출 활동을 할 수 없었고, 대학은 Ryan Trahan에게 유튜버 or 학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죠. 고작 3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을 때, Ryan은 대학 중퇴를 선택합니다.

그 역시 초반에는 채널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화제성이 있는 이슈를 다루고, 주 3회 꼬박꼬박 영상을 만들었죠. 그의 표현대로 "Stop 버튼을 누를 수 없는 콘텐츠 창작 러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달렸습니다. 하지만 곧 창조성의 고갈과 번아웃으로 이어졌고 Ryan은 결단을 내립니다. 유튜브를 10년 이상 할 수 있도록 러닝머신의 속도를 조절한 것이죠.

업로드 횟수를 줄이고 콘텐츠에 서사를 녹여냈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작은 에어비앤비에서 하룻밤 보내기, 일주일 동안 1센트로 살아남기, 일주일 만에 1센트로 집 구하기 같은 시리즈를 성공시켰고 덕분에 더 많은 조회수와 브랜드 딜을 얻어냈습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이것이 내 인생의 흥미로운 진화였다"

유튜브 생태계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점점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살아남기 어려워지고 있는데요. Ryan의 사례에서 참고할 점들이 많아 보입니다.

💡 국내 유튜브 씬에도 이런 실험 채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채널들이 많죠. 개인적으로 하석진 배우의 채널에서 이런 실험류 콘텐츠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험류에서 잘 보지 못했던 '배우'라는 피사체와 하석진의 '이과감성'. 이 둘을 잘 섞으면 신선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외에 Ryan이 영상에서 쓴 2D 필터는 모자이크나 블러 처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유머러스하게 쓸 수 있겠네요.

[이달의 인트로] eo의 두 번 탭 하기

요즘 참 볼 게 많죠. 저는 콘텐츠 구독서비스만 10개 정도 쓰고 있는데요. (곧 애플TV도 구독 예정🍎) 정말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억울할 지경입니다. 볼 영상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그래서 결말포함 & 줄거리 요약 채널들이 잘되나 봅니다.

학창 시절 인강을 끼고 살았던 MZ세대는 영상을 볼 때 스킵과 n배속 재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요. 이러한 니즈에 맞춰 유튜브 채널들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슈카월드가 대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한국어 cc를 추가한 게 대표적이죠.

eo는 새 시리즈 인트로에 아예 [두 번 탭 하여 인터뷰 바로가기]를 박아넣었습니다. 저는 이 문구를 보자마자 바로 탭 했는데요.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게 건너뛰기가 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동시에 묘한 안도감이 들었어요. '아 이 채널에서는 스킵을 해도 중요한 건 놓치지 않겠구나'하는 생각 때문에요.

저도 MZ세대인지라(나이는 비밀😎) 스킵을 많이 하는 편인데요. 어떨 때는 건너뛰기 했다 중요한 내용 놓친 거 같아서 뒤로가기 하는 바람에 오히려 시간을 더 잡아먹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채널 관리자 입장에서도 스킵을 하면 시청 시간이 줄기 때문에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죠. 이 지점에서 eo는 '이건 별로 안 중요하니까 스킵하고, 여기에 집중해!'라며 탁탁 요점정리를 해줍니다. 앞으로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도 이런 방식이 많이 보일 것 같아요.

💡 n배속으로 보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가 나타나는 콘텐츠를 기획해보면 어떨까요?
📌 넷플릭스의 '오프닝 건너뛰기' 도입 5년을 다룬 아티클도 읽어보세요!

[이달의 메타버스] 이세계 아이돌의 두 번째 싱글

우왁굳이 기획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 아이돌(이세돌)'의 디지털 싱글 2집이 공개됐습니다. 타이틀곡인 '겨울봄' 음원은 유튜브에서 나흘 만에 조회수 100만회 돌파, 가온 차트 다운로드 1위, 벅스 실시간 차트 2위, 멜론 실시간 차트 14위 등을 기록했는데요. 3월 20일에는 멤버 '고세구'가 마지막으로 10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멤버 전원이 실버버튼을 받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버튜버 씬을 보면 홀로라이브, 니지산지 같은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여 시장을 이끌어가는데요. 한국은 우왁굳이나 서유리 같은 '인물'을 중심으로 판을 만들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이달의 덕심저격] MBC강원영동 채널에 모인 철덕들

'나.. 알고보니 철도 맛집일지도..?'

MBC강원영동 채널에 철덕들이 모였습니다. 구글신의 은총을 받아 80년대 기차 영상이 떡상해버린 건데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MBC강원영동은 재빨리 자체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위해 부랴부랴 정선까지 달려갔을 제작팀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오랜만에 지역방송국 채널 특유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철도영상 외에는 조회수가 많이 낮은 편인데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철도를 주제로 한 서브채널을 만들어 더욱 깊게 파고들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청자들이 채널 컨셉을 만들어주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송길영의 최근 저서 『그냥 하지 말라』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깊게 하는 사람이 살아남습니다. 깊이 들어가면 오래하게 되고, 자연스레 역사가 생깁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을 믿고 지지해줄 팬덤이 생기죠. 그게 곧 브랜딩 아닌가요?" 대다수의 방송국 채널이 예능/음악방송으로 점철된 지금, MBC강원영동을 시작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채널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2022년 3월, 오들리씨의 재생목록은 여기까지입니다.

한 달 동안 본 영상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들을 모아 전달해 드리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더 잘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마케터, 콘텐츠 기획자, 크리에이터 등)을 위한 인사이트와 영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4월의 재생목록도 기대해 주세요!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뉴스레터 마무리는 맥락도 없고 의미도 없지만 제가 좋아하는 영상을 소개하며 끝맺으려 합니다. 오스카 3관왕의 주인공, 영화 <코다>의 비하인드 스토리 입니다.

이달의 그냥 봐주세요.

사랑 가득한 4월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