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나요 구독자님. 😌
고국에는 지난 주부터 벚꽃이 한창 피었더군요. 스톡홀름도 마침내 눈이 안 오기 시작했어요. 여기선 제설 작업을 할 때 염화칼슘 대신 아주 작은 돌멩이들을 뿌리더라고요. 그 돌을 치우기 시작하면 봄이 오는 거라던데, 제가 사는 동네는 돌을 치우고 나서 한 2주는 더 눈이 왔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쌓이지는 않고 금방 녹아버렸지만, 그래도 4월인데 밤마다 꼬박꼬박 반쯤 언 세찬 눈발이 날리는 걸 보다니 부규럽은 부규럽이구나.. 싶더라고요.
엊그제는 부활절 연휴를 맞아서 스톡홀름에 놀러 온 친구를 만났고, 몇 주 전에는 평소 팔로하고 있던 유튜버 벗이 스톡홀름에 방문한다 하여 팬미팅을 자청했었어요. 나름 스톡홀름 관광 스팟을 찾아 다니다 보니 이사 온 지 9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참 다니는 곳만 다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날 좋을 때 부지런히 나다니자 하는 매번 하는 생각도 다시금 했습니다.
(또) 오랜만에 레터를 쓰고 있는데요, 요새는 직업을 찾는 중이라 좀 뜸했어요. 졸업은 아직 좀 남았는데 졸업 요건에 인턴십이 있어서 그 걱정 +입사 지원을 하느라 또 새로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든요. 되돌아 보니 이렇게 아무 것도 없이 "Open Positions"를 찾아서 이력서를 내는 게 참 오랜만이기도 하고, 이 동네는(?) 회사 홈페이지에 열려있는 일자리보다 그놈의 '네트워크'로 구하는 자리도 많다고 해서 이모저모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뭐가 제일 힘든가, 생각해보면 결국 '언어'와 '프리젠테이션'인 것 같아요. 영어로 쓰인 구인 공고를 읽고, 해석하고, 내가 원하는 일인지 파악한 다음 그에 맞춰 이력서를 영어로 고쳐쓰고, 커버레터를 쓰고, 회사마다 다른 포맷에 맞춰 지원하는데 일단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이걸 하다보니 이건 단순한 영어 잘함 못함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내가 해 온 일과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같은 일을 미국에 본사가 있는 회사의 유럽 법인과 유럽에 본사를 둔 회사는 어떻게 다르게 말하는지, Content Marketing이 어느 산업군에서는 'SEO'의 다른 말이고 어느 산업군에서는 'various formats of content creation'이 되는지.. 시간을 써야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시간과 집중력은 한정되어 있으니 자꾸 마음은 조급해지고, 내가 운이 없는 것 같고, 과거의 문제를 탓하면서 의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래서 <셀럽은 회의 중>은 왜 즐겁게 봤냐면.
위 내용을 읽으시면서 혹은 오브레어를 쭉 읽으시면서 느끼셨겠지만 전 사실 '독기'와는 거리가 먼 인간이거든요. 특히 스웨덴 와서는 더더욱 '나를 사랑해야징 나를 막 대하지 말아야징 나는 내가 지킨다 나 지킴이' 마인드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힘들 때는 눕고 심심하면 놀토 보고 그렇게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쨌든 직업은 구해야 되니까..! 급하게 영어 실력을 끌어올려 보려고 요즘은 이동 중에는 팟캐스트를 듣고(그래서 다음 오브레어는 팟캐스트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한국 예능은 좀 덜 보(려고 노력하)고, 넷플릭스는 영어 자막을 켜고 보는 식으로 조금씩 어스름하게 산독기의 삶을 시도해보고 있거든요.
그런데 <셀럽은 회의 중>을 보다 보니까 이게 과연 '해외에 먹힐까', '넷플릭스에서 통할까', '다른 나라 사람들도 이해할까', '영어로는 어떻게 번역될까'를 고민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게 완전히 지금 이력서를 쓰는 저의 마음이잖아요. '해외에서도 내 이력서가 좋아보일까', '이 사람들이 내가 다닌 이 회사를 알까', 등등.. 또 실제로 사투리, 얼버무리는 톤 같은 것으로 재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과연 영어 자막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서 영어 자막을 켜고 몇 번 다시 보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 한영-영한 사전 둘 다 보라고 했던 영어 선생님의 조언이 역시 맞았는지.. 잘 번역된 구어체 문장을 영어로 읽는 것도 공부가 되더라고요.
셀파 슨배림들은 이 콘텐츠로 넷플릭스 국내 Top 10에서 1등을 찍으셨다고 들었는데.. 그럴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김신영 슨배님(으로 부르고 싶네요)의 할머니 에피소드는 솔직히 불패고.. 송은이 슨생님의 성인 나이트 행사 썰도 너무 웃겼어요. 그간 한국에선 썩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스탠드 업 코미디 대신 페이크 다큐 비스무리한 형식을 채택한 것도 좋았던 것 같고요.
사소한 단점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이하 지구망)>과 유사한 서체가 쓰인 걸 얘기하고 싶어요. 솔직히 <지구망>을 의리로 완주한 저로서는.. 자꾸 <지구망> 폰트가 보일 때마다 그 폰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없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화상회의 에피소드'는 완전히 <지구망> 감성이었어요.. 통째로 들어내고 신영언니 빠지 오빠 모사나 더 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팟캐스트 <비밀보장>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는 걱정괴물 송은이 선배님과 그 주위를 든든하게 지키는 언니들의 성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셀파의 회의를 통해 나올 스탠드 업 쇼도 진짜로 보고 싶어요. 아니면 <The Standups> 한국어 버전 + KBS <스탠드 업> 반반 섞은 느낌으로 여성 코미디언들에게 한 에피소드씩 주면 을매나 재미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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