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나는 끝까지 살아남을 거야!

*지난 주 미리 예고드린 바와 같이.. 조금 늦었습니다. 이번 주의 변명은 '출국' 입니다. 27일 00시에 비행기를 타요. 다음 레터는 스톡홀름에서 보내드릴게요. 늘 감사해요 구독자님. 🛫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지역을 배경으로 하거나,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소설을 읽는 분들이 많지요.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저도 이제 말하기도 입 아픈.. 코로나 전에 여행을 다닐 때는 출발 전에 영화를 많이 봤던 것 같아요. 발리에 처음 가기 전에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봤고, 런던으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는 드라마 <셜록> 시리즈를 정주행하면서 갔던 기억이 납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본 것들을 여행 가서 만나면서 반가워하고, 나중에 또 다른 텍스트에서 그 배경을 보면서 또 다시 한 번 반가워하고, 그렇게 본능적으로 경험과 기억을 풍부하게 만들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쓰다 보니 특히 드라마 <루킹>이 기억나는데, <루킹>은 그야말로 배경인 샌프란시스코가 거의 하나의 캐릭터에 가까울 정도로 도시의 분위기, 특징, 감성이 드라마 전체에 묻어나는데 <루킹>을 보면서 샌프란시스코의 제가 아는 이곳 저곳이 나올 때마다.. 제가 그 곳에 있던 시간들이 떠오르면서 좋은 기분이 샘솟더라고요.

그래서 5년 전에 처음 스톡홀름에 갔을 때, 내가 가기 전에 뭐라도 봤던가.. 기억을 떠올려봤는데 아무 것도 안 봤더라고요. 스웨덴이 배경인 영화.. <밀레니엄> 시리즈와 <렛 미 인> 밖에 떠오르지 않았고 스웨덴에서 제작한 영화 드라마.. 학교 다닐 때 수업에서 들은 <마리카에 관한 진실>*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마리카에 관한 진실> 아마 미디어 관련 전공한 동년배 친구들이라면 다 기억 저편에 묻어놨을 인터랙티브 드라마입니다. 결혼식 전 갑자기 사라져 버린 ‘마리카’의 실종 소식을 알리면서 시작되어, 실제로 방영되는 동안 암호도 풀고, 직접 다니면서 퀘스트도 수행하고 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드라마였다지요. 그게 스웨덴 공영방송 제작..

하지만 지금은 글로벌과 로컬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넷플릭스가 있는 시대이니까! 그리고 나는 스웨덴 국민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아들들 중에 두 명이나 좋아하니까! 그래서 재미도 없는데 <헴록 그로브>를 열심히 봤으니까! 넷플릭스에 *스웨덴* 키워드로 검색을 좀 해 봤어요. 

그러다가 내가 찜한 콘텐츠에 이미 들어있던, <러브 앤 아나키>를 발견했습니다.

밤에 짐을 싸면서 슬슬 한 번에 봤어요. 30분 짜리 에피소드 8개라서 부담 없었고, 진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무거운 이야기도 아니었거든요. 표면을 보면 꽤 자극적인 이야기인데.. 

그런데 이 시리즈에는 굉장히 다층적인 문제들이 엮여있어요. 주인공 소피에게는 (본인의)불륜, 배우자가 하는 자존감 공격, 일하는 엄마의 딜레마, 나와 닮은 아버지와의 관계 같은 것이 있고 막스에게는 엄마로부터 당해 온 학대, 소피와의 경제적 계급 차이, 자고 싶을 때 아무나랑 막 자기(??)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소피가 컨설팅하는 출판사에는 몰락하는 전통 산업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는, 디지털화를 강요받는 상황에서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그리고 이 중요한 순간마다 회피하는 CEO 등의 문제가 있죠. 전체적으로 성장하는 서사인 것은 분명한데 방식이 상당히 다양하고 과격해서(?) 지구 반대편에서 가야하는 저의 입장에서는 '저거.. 정말 저러나..? 어뜩하지...?' 하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러브 앤 아나키> 이야기 자체도 좋았지만, 넷플릭스 노르딕 채널의 파생 콘텐츠들도 참 좋았어요.

어쨌든 소피는 바람을 피운 거니까..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 사는 사람들 중에 실제로 바람을 피워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여섯 명이 "바람은 항상 나쁜가?"에 대해 논쟁하는 콘텐츠라거나,

<러브 앤 아나키>의 큰 축 중 하나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인데요, 다양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 드니스와 소피를 연기한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Being Bossy', 일하는 여성에게 기대되는 어떤 것, 일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권력 구조와 같은 것에 대해 대화하는 콘텐츠도 있더라고요.

물론 남자 주인공 막스를 연기한 비에른 모스텐의 미모도.. 큰 축 중 하나..

솔직히 넷플릭스 코리아 계정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던 양식인 것 같아서, 새롭고 좋았고, 좋은 한국 콘텐츠들에 대해서도 이런 파생 콘텐츠들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답니다. 

아무튼, 

저는 이제 출국을 위해 마지막 준비들을 해 볼게요. <러브 앤 아나키>를 보고 나면 그래도 "안녕~" 같은 간단한 스웨덴어는 귀에 익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그건 그냥 "헤이"더라고요 나참.. 아무튼 모두들 다음 한 주도 평안하시길 바라며. 시간이 나면 40kg 짐을 끌고 기차와 지하철을 갈아 탈 저를 떠올려 주세요😇

🇸🇪 레어의 스웨덴행에 대한 FAQ 1. 스웨덴은 코로나.. 괜찮은가요?

🇸🇪 레어의 스웨덴행에 대한 FAQ 2. 스웨덴은 뭐가 유명한가요?

🇸🇪 레어의 스웨덴행에 대한 FAQ 3. 스웨덴은 어떤 나라인가요? 왜 가나요?

Q. 성매매를 폭력이나 인권침해라고 규정하는 것인가?
A. "명백히 그렇다. 성매매는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과정에 물리력을 행사하면 강간이 된다. 위력을 행사하거나 경제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모두 성착취라고 본다"

Q. 한국에서는 성매매를 일종의 거래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A. "단언컨대 성매매는 대등한 거래라고 볼 수 없다. 판매자는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다. 의존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Q.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A.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들도 대화를 더 해보면 달리 말한다. 결국 '사실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지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독일의 경우 성매매를 '거래'라고 보고 2002년부터 합법화했다. 이후 성 구매 수요가 30% 올랐고 현재는 40만명의 여성이 거리에서 매춘을 한다. 이들 98%가 루마니아·불가리아·마케도니아 등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온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