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 순간 처음인 듯 일어날 나이길

여러분은 2020년에 어떤 새로운 취미를 갖게 되셨나요?

예상은 커녕 상상도 못한 글로벌 역병 덕분에, 집 밖에서 해야 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게 되었잖아요. 딱 작년 이맘 때였더라고요, 2월 중순 즈음부터 3월 말.. 우리 모두 달고나 커피에 진심이었던 시간.. 의도치 않게 집에 갇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언택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다들 새로운 생활 방식을 시도하게 되고, 언택트 수혜주와 관련주, 지금은 다시 컨택트(..) 관련주를 찾기까지, 벌써 1년이 지났더라고요.

저도 아마 로나가 없었다면 다니던 여행이나 다니고, 보던 공연이나 봤을텐데.. 저는 작년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새로운 취미를 많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재택이 길어지면서 엄마 집을 나와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했거든요. 작고 귀여운 (내집 아닌)내집이 생기자마자 강력하게 집에 콕 박혀서는 식물을 키우고, 밥을 해 먹고... 미뤄왔던 주식 투자도 시작했고요. 👀

그리고 유튜브 보는 시간도 엄청 늘었어요. 무엇으로 실감하냐면, 2020년 전까지 저는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 해 둔 채널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냥 보고 싶은 영상이 있을 때 유튜브에 들어가서 검색해서 찾아 보거나, 그 시청기록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이 메인에 올려 준 영상들을 보는 정도여서 저에게 유튜브는 '틀어 놓는'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뭐 말모말모.. 스크린타임 걸어 놓아야 할 판이예요. 저만 그런 것은 아니길.. 바라봅니다.. 

아무튼! 그래서 작년 이맘 때 제가 무슨 영상을 제일 많이 돌려보았냐, 하면 바로 바로,

이제 조회수가 300만 회를 넘은 문명특급의 NCT 127 역팬싸 콘텐츠입니다. 뭐 이 콘텐츠의 의의만 얘기해도 뉴스레터 한 바닥은 거뜬히 채울 수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제가 이 콘텐츠를 10번 정도 돌려 본 다음 NCT 멤버들을 한 명 한 명 알아가게 되었다는 사실이지요.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는 NCT에서 도영이만(친구 아님) 구면이었는데(친구 아님22) 1년이 지난 지금 저는 이제 NCT 드림 채널을 알림 설정 해 두고 자컨을 챙겨보는.. 그런 리스너가 되었거든요.

~~뉴스레터 주제를 NCT로 바꿔야 하나 잠시 고민 중~~

아무튼 이런 저를 하늘 혹은 SM엔터테인먼트가 도우셨는지 2020년 한 해 동안 NCT의 활동이 끊길 듯 끊길 듯 안 끊기며 이어졌습니다. 문명특급 나왔을 때 활동하고 있던 NCT 127의 <영웅>을 시작으로, NCT 드림이 <Ridin'>으로 활동했고 급기야 하반기에는 NCT 2020으로 활동하면서 주옥같은 명곡들을 쏟아냈죠. <Make A Wish>도 너무 좋고,, <Work It>은 미챴고 <90's Love>도 너무 좋은데요.. 또 제가 <Resonance>도 자주 듣거든요.. 

~~뉴스레터 주제를 NCT로 바꿔야 하나 다시 고민 중~~

작년에 활동한 곡 중에 <펀치>라는 곡이 있습니다.

제목부터 '펀치'니까요, 가사를 한 번 볼까요!

복싱하면 저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샌드백, 줄넘기로 대변되는 고된 훈련들과 어설프게 알고 있는 잽, 어퍼컷 같은 용어들, 록키, 사우스포 같은 고독한 복서들의 이야기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포기하지 않음'이 가장 강렬하게 떠오르는 것 같아요. 정통으로 일격을 당하고도 다시 일어나는 것, 숫자 열을 세는 동안 다시 추스르는 것, 넘어지더라도 쓰러지지는 않는 것, 상대를 질려 나가 떨어지게 하는 것, 끝까지 상대의 빈틈을 기다리고 기다려서 마지막 회심의 강펀치를 날리는 것. 다 포기하지 않아야 가능한 것들이잖아요. 

가사에서 매 순간 처음인 듯 일어날 나이길. 저에겐 요 부분이 키 메시지로 느껴졌달까요.

또 다른 '펀치'가 제목에 있는 콘텐츠. <사뭇 강펀치>는 설재인 작가의 단편소설 세 편을 모은 책입니다. 안전가옥의 단편집 라인업 쇼-트 시리즈의 7번째 책인데요.

수록작 세 편 중 표제작인 <사뭇 강펀치>의 주인공은 열여섯 살 복싱 선수 현진입니다. 지금 현진이는 자신이 속해 있는 체육관의 관장을 은퇴시키는 것이 꿈이에요. 어린 선수들을 폭력으로 다스려온, 그리고 비리에 익숙한 감독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뭇 강펀치>는 '복서'인 현진이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두 편의 수록작 <그녀가 말하기를>, <앙금>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싸우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이야기이고요.

밝은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서 내 운명에 승부를 거는 것. 저는 <사뭇 강펀치>를 읽는 동안 이런 마음을 오래 동안 잊고 살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왼손에 잡은 것을 놓지 않은 채로 오른손만으로 불완전하게 허우적거리며 살고 있지 않는지, 또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리고 또 세 편의 이야기들은 각각 스릴러 장르의 냄새를 품고 있거든요. 특히 <앙금>은 거기에 판타지 장르의 요소들도 가지고 있어서,저 개인적으로는 강화길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런 장르의 소설이나 강화길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사뭇 강펀치>도 흥미롭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설재인 작가님은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를 통해 실제 작가님이 걸어 온 삶의 궤적이 녹아있는, 동시대 여성들의 삶을 은유하는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이 좋은 이야기들로 빠르게 눈밝은 출판사, 독자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셨는데요. 또.. 이렇게 '눈밝음'의 대열에 함께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놓치고 싶지 않으실 것 같은데요. 🥊

설재인 작가님의 작품들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