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스를 찾아서

구독자님이 혹시 지난 주 오브레어를 놓치셨다면 모르실 수도 있으니.. 저는 지금 스웨덴에 와 있습니다.

스웨덴 오기 전에 만난 친구들과 동료들 중에 '스웨덴 가서도 오브레어 할 거냐'는 질문을 한 사람이 진짜 많았는데요. 일단 할 거다! 라고 말은 했지만 저도 걱정은 좀 되더라고요. 일단 놀러 온 것도 아니고.. 학교 시작하면 영어 쓰고 밝은 척하고 외향적인 척 하느라 힘들텐데.. 한글 자막도 없는 영화를 보고 밤에 넷플릭스 보고.. 이거 쓸 수 있을지..

근데 뭐, 일단 못할 때 못하더라도(?) 지금은 최대한 써 보려고 합니다. 공부하는 것도 콘텐츠기도 하고.. 안 되면 또 유튜브 한 클립 가지고라도 주구장창 써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심지어 대과거부터 묵혀둔 브런치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호호호 아직 쓴 것은 없지만.. 일단(?)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오늘은 류승완 감독의 신작, 영화 <모가디슈> 얘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구독자님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참고로 저는.. 감독님을 참 좋아합니다. 어느 정도 좋아하냐면.. 제가 엘리베이터를 따라 탄 적이 두 번이나 있어요. 내려서 사인 받으려고..

감독님 영화는 물론이고, 감독님 덕에 버스터 키튼을 좋아하게 되어서 버스터 키튼 영화 트는 곳이면 정말 다 따라다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증거가 고스란히 제 왓챠 취향보고서에 있고요..

감독님이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릴 즈음에 감독님을 따라다니던 키워드는 #액션키드 #고졸출신 #류승범친형 이었던 것 같아요. 단편 <변질헤드> 부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 <주먹이 운다>, 그리고 <짝패>에 이르기까지 감독님의 영화를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실적인 액션'이었고, 정두홍 무술감독과의 협업이 특히 돋보인 시기였고, 액션 '장르 영화'로서의 특징이 강하게 드러나는 이야기들이 많았죠.

(<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빼면) 이후의 감독님 영화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장르를 품고,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후 영화들이 뭐냐면 <부당거래>, <베를린>, <베테랑>, <군함도> 거든요. 이제는 액션키드 보다는 어엿한 충무로의 대표 감독, 흥행 감독이 더 어울리게 되었죠. <베테랑>이 1,300만, <베를린>이 700만 넘게 들었으니까 합치면 2,000만..

아무튼 그런 감독님의 신작이 4년 만에 나오는데, 하필 제 출국일 다음 날이 개봉일이어서 못 보게 되었다며 발만 동동 구르다가, 자비로운 친구의 도움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

저는 굉장히 재밌게 봤어요. 무엇보다도, 제가 앞서 말한 '<짝패> 이후의 감독님 영화들'의 가장 큰 미덕은 장르적인 재미(특히 액션)와 신파까진 아니지만 적절한 시점에 감정이 폭발하면서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의 조화! 밸런스!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더 험하게 말하면 약간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메시지를 전하면서도 촌스러워지지 않게, 장르적인 재미도 붙여서 이야기 하는 방식이 감독님의 전공이 아닌가 싶어요. 이 재능이 <모가디슈>에서도 십분 발휘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모가디슈>는 일단 모든 장면을 모로코에서 촬영하면서, 다른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화면이 그것도 멋들어지게 나왔고, 수많은 군중 씬과 차량 추격 씬에서는 '이 영화를 대체 어떻게 찍었을지' 생각하느라 몰입이 깨질 정도로 규모 있는 씬들이 많았고요.

그리고 몇 십 년 전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면서, 동시대 관객들에게 '남북 관계', '우리는 적이지만 위중한 상황에선 동포' 같은 미묘한 감정을 다시 한 번 의식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지막 비행기 씬이라든가, 외간 깻잎.. 같은 장면에서 수도꼭지인 저로서는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죠. (아 나 안 울어 아 왜 저래~ 하면서 코찡..)

이런 점에서 코시국이 아니었다면 정말 천만을 노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그냥 감독님 영화를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모가디슈>에서 뭔가 감독님의 3세대.. 새로운 페르소나가 소개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굳이 찾자면 김윤석, 조인성 배우에게 조금씩 나눠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 점은 조금 아쉬웠고, 이번 영화 역시 여성 캐릭터의 역할이 한정적인 것은 크게 아쉬웠습니다. 실제 사건과 당시 시대 고증 차원에서 그렇다,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언제 다큐멘터리 봤나요 영화 봤지.. 그리고 솔직히 영화 시작부랑 중간 중간 나오는 텍스트 그래픽 폰트 너무 옛스러웠습니다. 폰트까지 고증한 건 아닐 거 아녜요 어떻게 된거야 감독님 와이..

아무튼 저는 만약 구독자님이 아직 <모가디슈>를 볼까말까 고민하신다면, 보시라고! 말하겠습니다. 솔직히 더운데.. 에어콘 팡팡 극장에서 그것도 반드시 제일 큰 화면으로 보면서 즐길 수 있는 영화예요. 영화 속 소말리아에선 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그 직전까지는 모로코의 빛과 바다와 풍경이 너무 아름답기도 하고요. 

오랜만에 자신있게 보시라고! 할 콘텐츠를 이야기해서 즐겁네요 👀 다음 주에는 드디어 개강하는 첫 주인데.. 과연 제가 뭘 보고 뭘 쓸 수 있을지! 하지만 뭐라도 써서 돌아오겠습니다. 🏅

🎬 <모가디슈>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 옛날 옛적 감독님과 무릎팍도사의 만남(?)

👀 류승범 > 황정민 > ???

⚔️ 권선징악이 아닌 정의에 대한 이야기

😇 참고로 우리 감독님 연기도 잘합니다

📚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 내가 좋아하는 감독님을 좋아하니까 내가 너무 좋음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