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잘 도착했어요 🇸🇪

오브레어 #26. 스톡홀름, 스웨덴

2021.08.01 | 조회 1.2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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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본다

시작은 그냥이었지만 끝은 사랑이 된 이야기에 대한 고백

네 도착했습니다. 👀🇸🇪

지금은 스톡홀름 어느 구석의 한 달 짜리 제 방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어요. 세탁기들이 지하에 있어서, 아까 빨랫감을 잔뜩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같은 층에 사는 분을 만났는데요. 그 분은 방이 너무 작지 않냐면서 '마치 다시 학생이 된 것 같은 기분' 이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아 나는 진짜로 다시 학생이 되어부렀다' 라고 수다를 떨 수도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도착한 지는 채 일주일이 안 됐습니다3. 엊그제는 다니게 될 학교 앞을 염탐(?)하고 왔어요. 5년 전에 여행하면서 지나간 곳들을 친구와 다시 함께 걸었고, 조엘 킨나만이 한다는 버거 집도 다녀왔습니다. 이 곳의 날씨는 쌀쌀해요. 도착한 당일 빼고는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여름은 이미 끝나버린 것 같아요. 이제 8월 1일인데...

저를 환영하는 🌈
저를 환영하는 🌈

 


몸은 은근 피곤한 듯도 하고, 걷다 보면 괜찮은 듯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마음은 나가서 아무데나 걷고 싶다가도, 학교 다니는 동안 살 집도 구해야 하고 학기 시작하는 것도 생각하면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숙소에 앉아있고 싶기도 합니다.

해가 저녁에 9시 반이나 되어야 져요. 가뜩이나 집 구하는 사이트를 보면 별 소득 없이 시간이 엄청 잘 가는데, 바깥이 밝기까지 하니 정신 차려보면 저녁 8시 9시 막 이래요. 그러니까 자꾸 자는 시간이 늦어집니다. 의도치 않게 식음을 전폐..하게 되고요. 엄마나 할머니가 알면 경을 칠 일이죠..

이 사진도 저녁 5시.. 께 찍었던 것 같네요
이 사진도 저녁 5시.. 께 찍었던 것 같네요

 


마침 오늘 아침 영어 수업 주제가 City여서 각자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요. 스톡홀름의 좋은 점, 나쁜 점을 꼽아야 해서 저는 좋은 점은 날씨, 나쁜 점은 마스크 얘기를 했습니다. 나쁜 점이라기보다, 이상한 점?에 가까울 것 같은데요.

서울에서 정말 어디를 가든, 언제든, 폭염 속에서도 KF94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 스톡홀름에는 마스크 쓰는 사람이 정말 없어요. 집 밖을 나서서 다시 돌아오기까지 속으로 대충 세 보는데요, 실내고 실외고 마스크 쓰는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요. 0명은 분명히 아닌데, 10명이 안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기 전에도 대략 이렇게 알고 있었지만, 직접 겪으니 어색합니다. 안 쓰는 게 어색해요. 그래도 마스크 쓰고 다닌다고 강렬하게 쳐다본다거나.. 하는 무례를 겪은 적은 아직 없어요. 

실외에서 안 쓰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 퀸즈 갬빗 인 스톡홀름
실외에서 안 쓰는 것은 놀랍지도 않다 퀸즈 갬빗 인 스톡홀름

 


처음 도착해서 백신 예약도 하고, 공항에서 코로나 검사도 다시 하고, 숙소 앞에서 문 어떻게 여는 줄 몰라서 서 있기도 하고, 심카드를 샀는데 작동이 안 되어서 산 곳에 다음 날 찾아가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요. 다들 굉장히 친절하게 도와줬어요. 그런데 5년 전에 여행하러 왔을 때랑은 다른 느낌도 받았습니다. 뭐냐면, 

여행자로 다닐 때는 그저 스톡홀름 사람들(가게 직원들) 다 영어 잘해서 되게 편하다, 이런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일단 저의 겉모습을 보고도 영어가 아닌 스웨덴어로 말을 붙인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영어로 대답하면 영어로 응대해주는데, 엄청 떨려하면서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것도 느껴졌고요. 

여기서 오래 살고 있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해 봤는데, 친구는 스웨덴 정부가 인종 다양성에 대해서 꾸준하게 교육을 해 왔고, 그것이 친구에게도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불과 5년인데, 뭔가의 교육을 통해서 그 정도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아니면 아직까지는 관광이나 여행 산업이 완전히 코로나 이전과 동일하게 복구된 상태는 아니니까, 1년 넘게 여행자 없이 살았으니까 영어 쓰는 외국인이 낯설어 졌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고요.

스톡홀름의 유명한 관광 구역 중 하나인 감라스탄. 사람 많던데요..?
스톡홀름의 유명한 관광 구역 중 하나인 감라스탄. 사람 많던데요..?

 


 

아무튼, 이번 주 오브레어를 쓰면서 무심코 유튜브에 들어갔다가 채널 십오야에 "스웨덴" 이라는 콘텐츠가 올라온 걸 보고.. 매우 당황하며(?) 콘텐츠를 봤어요. 두 편이 올라와 있는데, 송민호가 '행복 전파하는 스웨덴 할머니'를 연기하고 있더라고요.

확실히 우리에게 스웨덴은 일단 '행복'이랑 연관 짓고 싶은 나라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7월에 갑자기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 하면서, 결국 부산에 계신 외할머니를 뵙지 못하고 왔습니다. 대신 전화만 몇 통 했는데, 마지막 날 할머니가 통화하면서 저한테 '정말로 너의 행복만 바란다' 라고 몇 번이나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러면서 아이구 눈물 날라 칸다, 하셨는데. 저희 엄마 피셜 저희 외할머니는 정말 눈물이 없으신 편이거든요. (제 피셜 저희 엄마도 눈물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외할머니는 그럼.. 어느 정도인거야) 

엄마와 외할머니에 비하면 수도꼭지에 가까운 저는.. 공항철도를 타는 길에 할머니의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마스크를 촉촉하게 적셔 버렸습니다. 나의 행복만 바라는 사람이 있는데, 나의 행복만 바라시는데, 라고 생각하니까 고민하고 걱정하던 것들이.. 너무다 당연히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것들처럼 느껴졌거든요. 

구독자님도 만약 막연하게, 아득하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로 고통받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제가 구독자님의 행복을 바랄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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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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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이의 프로필 이미지

    조이

    1
    over 4 years 전

    레어, 무사히 도착했군요. 덕분에 조엘 킨나만이 버거집을 한다는 정보도 얻고…할머니 얘기에 뿌앵ㅠ 저도 레어의 행복을 기원할게요. 앞으로의 스웨덴 소식도 기대합니다!

    ㄴ 답글 (1)
  • 쏘씬의 프로필 이미지

    쏘씬

    1
    over 4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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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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