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45 | 우리의 로큰롤 낭만을 위하여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2

2022.02.15 | 조회 8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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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 축하 대행 서비스

동네를 걷다 딸기 프레지에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들어가지는 않고 창밖에서 구경만 했습니다. 성냥팔이소녀처럼요. 다른 걸 먹으러 가는 길이었거든요. '오렌지 콜라보'라고, 아이스 카페라떼에 오렌지 청을 넣은 것을요. 처음 먹었을 땐 "에~?"하는 느낌이지만 의외로 종종 먹고 싶어지는 그런 맛의 음료이지요.

집에 와―넓은 의미의―밥을 먹었는데 어딘가 허전하더군요. "빵을 먹으면 딱이겠다" 싶은 상태였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켜고 '프.레.지.에.' 여덟 개의 자모를 눌렀습니다. 최소 주문 금액도 채워야 하니, 딸기 브리오슈라는 것도 추가하고 내일 먹으면 좋을 것 같은 호두 파이도 하나 추가 하고.

마침 그날은 오소리웍스 누군가의 생일이었답니다. 프레지에를 놓고 저 혼자 생일을 축하했지요. 몇 번 오소리의 생일이었는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는 생일을 챙기지 않는 타입이거든요. 이건 지어낸 이야기인데, 오소리들은 번호를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녹음을 할 때면 마이크 앞에서 "X번 오소리 녹음 준비 완료"를 외치고, 전방에 힘찬 함성을 발사한 뒤에 노래를 시작하지요.

삼 주째 먹는 이야기입니다. 먹는 이야기는 참으로 좋습니다. 살아있는 한 무엇인가를 먹어야 하고, 일상은 대개 비슷하지만 먹는 것은 조금씩 달라지니까요. 꺼리가 떨어지지 않는달까요. 지난 호와 이번 호 사이에 먹은 것 중 가장 맛있던 것은 당인리 국수공장에서 먹은 곱창전골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대전에 있는 영국돈까쓰라는 것을 먹으러 가는 길인데요. 그 이야기는 다음 주에.

🐮천용성


강동수의 음반 수집기 『나의 인디유산 답사기』 #2

⚡ Dirty Sweaty Light, 우리의 로큰롤 낭만을 위하여.

세이수미, 보수동쿨러, 해서웨이, 검은잎들, 더 바스타즈, 칩앤스위트, 씨티백,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신도시, 패티쓰, 전복들, 그린빌라, 유라시아, 엉클밥, 페이퍼리버. 지역 씬을 꾸리는 음악가들을 사랑한다. 자기만의 멋으로 시대를 초월한 이들을 가까이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

갓 제대하고 음악에 대한 꿈을 꾸고 있을 때였다. 씬을 모르는 채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모순적이라 느껴 디깅을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로컬 밴드가 블러드베리, 아스트로넛츠, 검은잎들, 미역수염이었다. 이들은 이미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었다. 좌절했고 동시에 흥분했다. 이 곳은 생각보다 훨씬 멋진 곳이었다.

칩앤스위트는 기명(블러드베리, 더 바스타즈)과 동빈(더 바스타즈)이 결성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개러지 로큰롤 밴드다. 한국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개러지 로큰롤 밴드가 우후죽순으로 튀어나왔던 걸 기억하기에, 처음 이 EP를 듣고 “2010년대 초반에 나왔으면 대박 쳤을 것 같은데!” 라고 기명과 동빈한테 말했다. 철지난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말을 뱉은 걸 후회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의 멋진 밴드들이 그랬듯, 이들의 첫 EP 《Dirty Sweaty Light》는 시대를 초월하는 멋진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 리버브와 노이즈 사이에서 깽깽 질주하며 찌릿한 로큰롤을 들려주는 동빈의 기타. 섹시하고 우수에 가득찬 기명의 목소리와 낭만적인 가사. 시류를 읽는 것이 음악가의 일이 될 수는 있겠지만, 로큰롤러의 낭만에는 부합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기명은 종종 “우리가 뭐 되겠나?” 라고 말하지만 “그래도 나는 로큰롤 스타가 되고 싶다. 밴드만으로 아파트 한 채는 사야지 않겠나.” 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로큰롤러들이 그랬듯, 우리는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항상 가슴 속에 로큰롤의 낭만을 품고 있다. 칩앤스위트의 쿨한 음악과 애티튜드는 로큰롤러의 가슴을 자극한다.

칩앤스위트의 데뷔 EP 《Dirty Sweaty Light》가 2월 9일 수요일 정오에 발매되었다. 3월 12일에는 발매 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나는 발매 공연 기획을 담당하게 됐다. 멋진 음악에 숟가락 얹고 싶어 자처했다. 이 멋진 밴드의 첫 행보를 꼭 체크해두길 바란다.

넌 나의 유일한 빛나는 진실
어두운 밤 슬쩍 반짝이는 너를 따라 
소란스런 너의 방으로

칩앤스위트 - Your Noise

.⚡ 소음발광 강동수


[이주의 추천곡] 칩앤스위트 - Call My Name

🔥특보🔥

🍔번역은 어렵다

지난 주, 전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된 이벤트가 제19회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발표였다는 것을 부정할 세계인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21년 오소리웍스에서 발표한 음반들 중 천용성과 소음발광의 것이 총 5개 부문에 올랐죠. 노미네이트란 싱숭생숭한 일이에요. 뭔 대단한 것을 한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받으면 좋고 못 받아도 좋은,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라서 받고는 싶은데 못 받아서 실망하기도 싫고, 그런.

하지만 전세계인의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막상 오소리웍스 사무국은 다른 일로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실은 천용성, 전유동, 소음발광의 음반이 한국 대중문화 전반을 다루는 헬로케이팝HelloKpop의 2021년 결산에서도 비중있게 다루어졌습니다. 천용성과 소음발광의 것은 올해의 음반 최상위권에 포함되었고 각각 포크, 록 부문에서 2위로 랭크인 했습니다. 전유동의 숲으로는 포크 노래 부문의 최상위권에 랭크인 했습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아요.

Album of the Year 2021 / The Next 10 (3rd~12th)

― 천용성 Chun Yongsung 《수몰 Drowned》

― 소음발광 Soumbalgwang 《기쁨, 꽃 Happiness, Flower》

Best Rock and Alternative Album 2021 / The Runner-Up (2nd)

― 소음발광 Soumbalgwang 《기쁨, 꽃 Happiness, Flower》

Best Folk and Country Album 2021 / The Runner-Up (2nd)

― 천용성 Chun Yongsung 《수몰 Drowned》

Best Folk and Country Song 2021 / The Next 10 (3rd~12th)

― 천용성 Chun Yongsung 〈있다 We're〉 (feat. 시옷과 바람 Siot and Breeze)

― 전유동 Jeon Yoodong 〈숲으로 To the Forest〉

Best Folk and Country Song 2021 / Honorable Mentions (13th ~ )

― 천용성 Chun Yongsung 〈수몰 Drowned〉 (feat. 이설아 Lee Seol-ah)

― 천용성 Chun Yongsung 〈식물원 Seoul Botanic Park〉 (feat. 시옷과 바람 Siot and Breeze)

― 천용성 Chun Yongsung 〈중학생 A Student〉 (feat. 임주연 Lim Ju-Yeon)

― 전유동 Jeon Yoodong 〈디플로도쿠스 Diplodocus〉

Best Pop and Ballad Song 2021 / Honorable Mentions (13th ~ )

― 천용성 Chun Yongsung 〈반셔터 Half-Pressed〉 (Feat. 정우 Jungwoo)

Best Collaborative Album / Honorable Mentions (13th ~ )

― 천용성 Chun Yongsung 《수몰 Drowned》

어쨌건 어딘가에서 다뤄진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죠. 문제는 랭크와 함께 붙은 코멘트를 번역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졌습니다. 그런 기분 아시나요? 그냥 영어로 슥 볼 때는 무슨 말인지 대충 알겠는데 막상 한글로 옮기려 하니 왠지 말이 안 되는, 그런 기분. 토익을 한 번도 보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영어 네이티브 친구들과 언제나 자유롭게 소통하며 공교육 내내 영어학습에 매진해온 저지만 이건 좀 어렵더군요. 그래서 토익 900을 넘은 세계적 재원 H님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이는 그 결과물인데요.

Best Folk and Country Album 2021 / The Runner-Up (2nd) ― 천용성 Chun Yongsung 《수몰 Drowned》 there's always that one album that pushes forward the sound envelope of folk; 2021's was [Drowned]. The contrast of teetering arrangement and stationary words in "We're", the jazzy deconstruction of "Drowned", the inexorable heaviness of "Half-Pressed"; avant-garde execution of these and other brilliantly composed pieces could easily have made for a scattered masterpiece, but the inscrutable gravity of Chun's vocals pull them together. 포크의 사운드 엔벨로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하나의 앨범이 항상 존재하는데, 2021년의 음반은 [수몰]이었다. 〈있다〉에서의 불안정한 편곡과 정적인 가사의 대조, 〈수몰〉에서의 재지한 해체, 〈반셔터〉의 거침없는 무게감 같은, 이런 아방가르드한 실행과 뛰어나게 작곡된 작품들은 쉽게 산만한 걸작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용성의 목소리가 가진 헤아리기 어려운 엄숙함은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다.
Best Rock and Alternative Album 2021 / The Runner-Up (2nd) ― 소음발광 Soumbalgwang 《기쁨, 꽃 Happiness, Flower》 Crackling with electricity and thrashing with kinetic energy from beginning to end, as we expect from this band; and yet, also more groove and intricacy to their romps than ever before. Psychedelic and post-hardcord live in glorious harmony (discord) and the instrumental layering crafts dense soundscapes. Frontman Kang Dong-ss has a chameleonic performance, harnessing great chasms in mood. 우리가 이 밴드에 기대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전기로 으르렁거리고 운동 에너지로 요동치며,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의 날뜀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리듬과 복잡함이 있다. 사이키델릭과 포스트 하드코드는 영광스러운 하모니(이자 곧 불협화음)에 살고있고, 악기들의 레이어링은 밀도 있는 사운드스케이프를 만든다. 프론트맨 강동수는 아주 깊은 감정기복을 활용하여 카멜레온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Best Folk and Country Song 2021 / The Next 10 (3rd~12th) 의 가장 앞부분 The small-but-powerful folk scene produced some of the year's most innovative sound. Young Talents like Jeon Yoo-Dong, Jeon Ho-kwon and Nijuu executed their vision with novel tools or incisive stories or both, and in fact the top of our albums and songs lists are each adorned with the work of up-and-comers. 작지만 힘이 넘치는 포크씬은 올해(2021년)의 가장 혁신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전유동, 전호권, 니쥬 등 재능있는 젊은이들이 참신한 도구 또는 기민한 이야기를, 또는 둘 다를 사용하여 그들의 뜻을 선보였다. 그리고 실제로도 우리의 앨범과 곡 리스트의 상위권은 저마다 이 유망주들의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번역이란 모두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들과 번역 경진대회를 해보고자 해요. 다들 참여할 준비 되셨나요?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공연]2. 19(토), 19:00, 재미공작소(문래), '요즘 나는'

[음반]2. 22(화), 《수몰》 바이닐 발매.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3. 13(일), 19:00, 클럽 헤비(대구)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3. 5(토), 18:00, 살롱문보우, '허심탄회'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2. 19(토) 19:00, 오방가르드(부산), '도적단 : 빛의 도적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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