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68 | 야구팀 감독입니다만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4

2022.07.26 | 조회 1.1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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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진짜 잘 못합니다

6월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보수동쿨러의 숙소가 있는 흑석동으로 넘어갔습니다. 중국 음식을 먹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서 한강에 갔습니다. 드럼을 치는 운규 씨가 제게 말을 걸었습니다. "용성님 축구 좋아하신다면서요." "아, 네." "축구 오래 하셨다고." "아, 네. 그냥 동아리에서." "아, 진짜 잘하실 것 같다." "아니에요." "원래 못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상도동 말디니니 그런 말 하고 진짜 잘하는 사람은 용성님처럼 이렇게." "아, 저 진짜 못하는데."

좋은 말을 해주는데 강력하게 부인하기는―"진짜 못 한다는대 왜 그래! 왜!"―그래서 그냥 축구를 잘 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남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보여줄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요. 운규 씨는 먼 곳에 살고, 축구 하려면 22명은 모여야 하니까. 하지만 먼 훗날 언젠가 같이 공을 찾을 때, 운규 씨가 저의 발길질을 보고 실망한 표정을 짓는다면 정말로 슬플 것 같습니다. "용성 님..." "거 봐, 저 못 한댔잖아요..." 그런 날이 오지를 않기 바랍니다.

축구인끼리 대화는 보통 포지션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저는 심각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 그때 뛰고 싶은 곳에서 뛰는 편입니다. 며칠 전 누구의 하이라이트를 봤냐에 따라 결정 된달까요. 뒤에서 뛰다 심심하면 앞으로 가기도 하고 앞에서 뛰다 힘들면 뒤로 가기도 하고. 어릴 때는 실력에 의해 포지션을 따내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한번씩 돌아가면 서 뛰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어진 위치에서 어떻게든 해보는 것이 또 재미니까요.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14

🌻『야구팀 감독입니다만』 #1

오일링 소재 고갈로 고민하던 어느 날 문득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사회인야구(12년 차)와 삼성라이온즈 팬(25년 차) 얘기를 합치면 무한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제 피를 뽑아서 성분을 분석하면 대략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남편, 육아, 밴드, 야구, 삼성 등등등.

편집자 주 : 제가 보기에는 야구도 야구고 삼성도 야구니까 결국 1위가 야구인 것 같습니다만.
편집자 주 : 제가 보기에는 야구도 야구고 삼성도 야구니까 결국 1위가 야구인 것 같습니다만.

오승환, 이대호, 추신수, 정근우, 김태균, 고창일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해에 태어난 1세대 베이스볼 키즈라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제게는 야구 대신 다른 재능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미각이라든지. 아무튼, 삼성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이자 신천시장배 유소년 동네 야구 토너먼트 MVP였던 저는 학교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야구공을 손에 쥐고 놀았습니다. 날 때부터 야구인이었던 본 투 비 야구인이지요.

중·고등학교 때는 야구를 할 수 없었고, 군대 및 대학 때는 축구로 잠시 외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어떻게든 야구를 다시 하려 애썼죠. 운 좋게도 처음 입사한 회사에 야구 동호회가 있었습니다. 어찌나 신이 나던지. 저는 입단과 동시에 클린업트리오와 내야 센터라인을 차지했고 타율 4할 4푼, OPS 1.1로 리그를 폭격(?)했습니다. 아래는 제 루키 시즌의 기록입니다. 사야인생 12년 동안 아직 이때보다 잘한 적이 없는 건 함정입니다.

출처 : 게임원
출처 : 게임원

기록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점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총 10경기에 나가서 23타석을 섰는데 이는 경기당 2타석 정도를 섰다는 얘기입니다. 경기 당 네 타석 정도를 서는 프로 야구를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적은 타석이죠. 당시에는 실력에 비해(?)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되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제가 감독하고 있는 팀은 15명인데도 '어떻게 하면 모두가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와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라는, 절대로 풀 수 없는 2차 방정식을 매 경기마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당시 저희 팀은 30명이나 되었었죠. 송감독님. 송과장님. 지금은 이사님 하고 계시려나요. 그땐 죄송했습니다.

그건 그거고 그때는 킹받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공을 제대로 던지는 선수가 없으니 원치 않게 투수로도 꽤 많이 올라갔습니다. 어느덧 센터라인을 뺏기고 패전처리 구원 투수로 야구를 했습니다. 결국 재미를 못 붙였습니다. 회사 생활도 이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적응 못하는 루키 친구들을 볼 때마다 예전 생각이 납니다. 능력이 모자라 미안해.

그런 27세 고창일은 야구팀 대신에 통기타 동아리를 들어갔습니다. 기타를 음악만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기서는 참 사랑 받으며 살았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점심시간을 쪼개 강당 뒷편의 동아리 방에서 기타를 치다 보면 이게 대학교인지 회사인지 헷갈릴 때도 많았지요. 그렇게 곡도 쓰고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이 사진들이 아직 남아있을지 몰랐는데 다들 보고 싶네요. 제 첫 직장, 동기들, 선배들. 거의 매일같이 3년여를 야근하며 살던 날이었지만 할 건 다 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뭐 밴드 빼곤 다 했네요. 

그럼 질풍노도의 직장인 및 사회인 야구 2년차를 맞게 되는 고창일의 『야구팀 감독입니다만』 2화를 기대해주세요. 본 얘기는 15%정도 픽션입니다.

🐚전복들 🌻고창일


🐶『전복코믹스』 #1 : New Song

🐚전복들 🐶이원정


[이주의 추천곡]Lou Reed - Perfect Day

🔥르포🔥

미리 보는 재미공작소X오소리웍스 팝업스토어 TMI

문래동의 자존심, 문래동의 시작과 끝, 문래동 원조 할머니 대안공간(주 - 실제로 할머니가 운영하지 않으며 단순한 관용어구일 뿐이다.) 재미공작소와 역사와 전통의 인디팝 레이블(2019~) 오소리웍스와 함께 만드는 팝업스토어 개최가 불과 사흘 밖에 남지 않았다. (주 - 요새 MZ세대의 경우 사흘을 4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흘은 3일이고 나흘이 4일이다.) 방문객들을 놀람과 경탄의 도가니탕에 빠뜨리기 위해 철저히 극비리로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지만 시대의 참언론인, 마포의 로버트 카파 🍔단편선 특파원이 목숨을 건 잠입취재를 통해 팝업스토어에 관련한 극비 문서를 확보, 몇 가지 TMI를 이 자리에서 공개하고자 한다.

팝업스토어에 대한 세세한 사항은 다음의 링크를 체크.

TMI 1 : 후하의 Purple Hawaiian Shirts 발매 기념 티셔츠의 시안을 입수했다

(합성이다)
(합성이다)

지난 7월 22일 전세계 동시발매된 후하의 싱글 Purple Hawaiian Shirts의 발표를 기념해 제작되는 티셔츠가 처음 팔리기 시작한다. 일러스트는 후하의 프론트 성진영의 작품. 후하의 세 멤버를 앙증맞게 표현했다. 이 티셔츠는 팝업스토어가 시작되는 당일 오전에야 공개될 예정인데,

언제나 느긋한 후하 타임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사람이 괜히 하와이 곡 내는 게 아니다
언제나 느긋한 후하 타임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사람이 괜히 하와이 곡 내는 게 아니다

후하는 지난 Spring EP에서도 발매와 함께 모자 굿즈를 발표해 여러 리스너들을 유혹한 바 있다. 음반보다 모자가 더 빨리 매진되었다는 후문. 지난 주 발표된 후하의 싱글을 들으며 함께 티셔츠를 기다려보자.

TMI 2 : 전유동 특제 금속 뱃지가 처음 팔리기 시작한다

위대한 탐조인 전유동 선생님의 금속 뱃지도 이 날 팔리기 시작한다. 지난 7월 중순 진행된 전유동록스 공연에서 진행된 모창대회의 참가자들에게 처음 선물로 증정된 이 뱃지를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팝업스토어가 처음이다. 특파원이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본 결과, 매우 부티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MI 3 : 천용성 등신대의 크기는 190cm다

오소리웍스가 진짜로 천용성 등신대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파원의 취재에 따르면, 이전부터 농담처럼 천용성 등신대를 만들자는 이야기는 있었지만 정말로 천용성이 허락해줄 줄은 몰랐다는 후문.

포장비만 34,800원이 나오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포장비만 34,800원이 나오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오소리웍스의 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오소리중앙회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거금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 오소리웍스는 오소리중앙회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을 담당, 전복들이 대구지사, 소음발광이 부산지사를 각각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농담 따먹기 하려고 이리 거금을 쏟아붓는 이유를 묻자 오소리중앙회는 "전국민의 가슴 속에 인디팝을 뼈저리게 심어줄 수만 있다면 내 한 몸 썩어 문드러져도 한이 없다."이란 실없는 답변을 남겼다.

한편 천용성 등신대는 팝업스토어 양일 모두 설치되며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 사천왕 등 수호신 역할을 수행하며 포토존으로서 관객 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오는 토요일 팝업스토어 종료 30분 전인 6시 반에는 경매를 진행, 고가에 낙찰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낙찰이 되지 않으면 이후로도 오소리웍스의 주요 이벤트에 소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TMI 4 : 양일 지킴이가 다르다

29일 금요일과 30일 토요일에 각기 다른 지킴이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9일 금요일에는 오소리웍스의 대표이자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속의 프로듀서로 성장하고 있는 단편선, 그리고 영웅시대, 제5공화국 등 고전 드라마를 언제나 탐닉 중인 공연기획자 김호진이 종일 매장을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아는 사람만 아는 전설이 된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짤

30일 토요일에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나는 자연인이다 전유동 선생님과 오소리웍스의 유일한 직원으로서 기획 운영 홍보 행정 사무 등을 총괄하고 있는 국무총리 한마음 선생님이 매장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선과영의 복태와 한군, 그리고 전복들의 박은아도 이틀 내내 상주하며 매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셋은 이 이벤트를 통해 한 몫 크게 땡기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으나 과연 ,,,

복태와 한군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판다
복태와 한군이 자신들의 모든 것을 판다
전복들의 박은아가 공장을 돌린다
전복들의 박은아가 공장을 돌린다

겨우 사흘 밖에 남지 않은 재미공작소 X 오소리웍스 팝업스토어, 얼마나 흥행할지 모든 인디인들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오소리웍스 @osoriworks

[이벤트] 7. 29(금) ~ 7. 30(토), 재미공작소X오소리웍스 팝업스토어

🐮천용성 @000yongsung

[공연] 8. 6(토), 19:00, 천안 신방도서관 북카페, 성해나 작가 북콘서트 '음악이 글이 되고 글이 음악이 되는 순간'

[공연] 8. 10(수), 19:30, 왓챠홀, '불우의 명곡 천용성 편'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7. 31(일), 부천영상문화단지, G.WEST MUSIC FESTIVAL

😙후하 @hoohaa.seoul

[공연] 7. 31(일), 19:00, 카페 언플러그드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8. 6(토), 송도달빛축제공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공연] 8. 13(토), 스트레인지프룻, '부산의 기쁨, 서울에서 저공비행'

[공연] 8. 20(토), 부산대 썸데이, '부산의 기쁨, 서울에서 저공비행'

🪐선과영 @boktea @haha_hangun

[공연] 8. 6(토), 20:00, 제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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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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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자전거동호회

    0
    over 2 years 전

    오소리 체육대회 어때요? ㅋㅋ

    ㄴ 답글 (1)
  • 보라색거북이

    0
    over 2 years 전

    오일링 점점 더 재미지네요. 함께 모여 음악 할 맛 나겠어요. 이번 호 축구로 시작해서 야구로 이어지니 몰입도 킹상승각 ㅎ 좋은 음악, 참신하고 즐거운 기획과 활동을 응원합니다.

    ㄴ 답글
© 2024 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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