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일을 할까요?
존 C. 보글(John C. "Jack" Bogle)은 2019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Vanguard Group의 창립자로, 1975년에 세계 최초의 인덱스 뮤추얼 펀드를 출시하며 저비용·장기 투자 철학을 대중화했습니다.
그는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Wellington Management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실패한 합병으로 해고당한 뒤 Vanguard를 세워 투자자 중심의 구조(펀드 회사가 펀드 보유자 소유)를 만들었어요. 수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했던 그는 프린스턴 동문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어느 파티에서 두 명의 작가가 대화를 나눕니다.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말합니다.
"저기 보이는 헤지펀드 매니저, 자네 책이 평생 벌어들일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어제 하루 만에 벌었네."
그러자 상대 작가가 답합니다.
"나에게는 그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게 있어. 충분함(Enough)이지."

존 보글은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To know when you have enough, is to be the richest person in the world. 당신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 때,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도대체 얼마를 벌고 싶으세요?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창업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얼마를 벌고 싶으세요?"
"월 1억이요."
"왜 1억이죠?"
"음... 그 정도는 있어야 안정적이잖아요."
"1억 벌면 그만 하실 건가요?"
"아니요, 그럼 한 10억은 있어야..."
대화는 계속 이어지지만, 정작 그 누구도 '충분함'의 기준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숫자는 계속 올라갑니다. 마치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걷는 사람처럼, 결코 닿을 수 없는 목표를 움켜쥐려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피터 드러커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니지먼트 사상가, 찰스 핸디(Charles Handy)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The idea of enough is not confined to money and work. It works in every part of life. Food and drink, most obviously, where enough is literally as good as a feast. 충분함이라는 개념은 돈과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삶 전체에 적용된다. 음식에서 이 개념이 가장 분명하다. 배부른 게 잔치보다 낫다는 걸."
그런데 우리는 종종 돈과 성공 앞에서는 이 기본적인 원리를 잊어버립니다. 왜 그럴까요?
근대주의의 함정
우리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크게"를 추구하도록 알게 모르게 훈련받았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쫓는 것이 실은 '충분함'이 아니라 '상대적 우위'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갈구한 것이 '숫자' 그 자체가 아니라 어쩌면 '남보다 앞서있다는 안도감'은 아닐지.
프로이드는 우리의 사고가 실재가 아닌 그림자를 쫓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초월적인 것이 아닌 물질적인 것으로만 세상을 정의할 수 있다는 거짓에 길들여져 온 것이죠.
"월 1억을 벌면 행복할 거야." "이번 라운드만 성공하면 마음이 편할 거야." "저 경쟁자만 이기면 충분할 거야." 하지만 '더 많음'에는 끝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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