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은 <흑백요리사>, 나름의 분석을 곁들인

마흔 아홉 번째 OTT 연구소 보고서 - 흑백요리사에 열광하는 사람들

2024.10.03 | 조회 2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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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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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한 달 만에 보고서를 들고 찾아 왔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책과 영화, OTT까지 챙겨본다는 게 쉽지 않아서 그 중에서 OTT를 미뤄왔었는데 최근 들어 여러 프로그램을 챙겨보고 있습니다. 매달 나가는 OTT 구독료가 아쉬워서 더 찾아서 보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눈에 띈 작품이 <흑백요리사>였습니다. 인터넷 여기저기를 봐도 이 얘기밖에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죠. <마스터 셰프 오브 코리아>, <한식대첩> 등 기존에도 인기를 끌었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흑백 요리사>의 어떤 점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걸까요? 한국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도 예능 프로그램 선두권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요?

간단히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이 프로그램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받고 싶은, 얻고 싶은 많은 부분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 해당 프로그램에 관한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원치 않으신 분은 프로그램 시청 후 글을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사람들은 왜 흑백요리사를 좋아할까👩‍🍳

 

 

1.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인기가 있나 없나는 이미가 없는 논쟁이 되어 버렸습니다. 인터넷에서 수많은 밈이 만들어졌고,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죠. 넷플릭스 Top10 사이트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380만 뷰를 기록해 글로벌 TV 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단순히 한국에서 반짝하고 끝나는 유행을 넘어 꽤 많은 문화권과 시청자들이 공감한다는 방증이죠. 

기존 요리 경연 프로그램은 <마스터 셰프>, <헬스 키친>, <아이언 셰프> 등 영미권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이나 거기서 파생된 스핀오프 시리즈가 주를 이뤘습니다.  

최강록 셰프
최강록 셰프

한국 문화가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요리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중국, 일본, 태국, 인도 정도가 떠오를 외국 시청자들에게 비영어권 국가인 한국에서 만든 요리 경연 프로그램은 상당히 이채로웠을 겁니다

한국이라는 특수성, 한국요리라는 희귀한 콘텐츠에,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라는 보편성이 더해진 매력이 기대 이상으로 많은 이를 끌어당기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관련뉴스

‘흑백요리사’ 글로벌 인기…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 - 매일경제, 2024년 9월 25일 기사

 

2. 상호 존중

개인적으로 참가자, 심사위원, 제작진의 역량 등 외적인 부분보다 내적인, 무형의 가치가 드러내는 매력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긴다고 봅니다. 요리 경연프로그램은 질릴 대로 질린 플랫폼이죠. 이미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과 쿡방(요리 방송 콘텐츠)은 정점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에 열광했죠. 단순

대표적으로 존중이죠.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문제시되는 부분을 꼽자면 소통의 부재와 존중하지 않는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대가 누구든지, 무엇을 이뤘든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지 나와 다르면 존중할 가치가 없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리는 문제죠.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눴지만 사실 한 끗 차이였다.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눴지만 사실 한 끗 차이였다.

특히, 백수저가 흑수저에게 보인 태도에서 존중의 모습이 많이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백수저 요리사들이 한국 외식업계, 요리업계에서 큰 족적을 남겼기에 '백수저'라는 높은 등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허나 흑수저들 역시 업계에서 적게는 10년 많게는 30년 가까이 활동한 실력가이기에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타인의 장점을 배우려는 모습,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이 돋보였습니다.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가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에게 큰절하고 후에 여경래 셰프가 그를 인정하는 장면은 지금 시대에 필요한 상호 존중의 모습이었죠. 다른 셰프들 역시 상대를 요리 계급이 아닌, 실력, 요리를 대하는 자세로만 판단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이러한 상호 존중은 소년 만화에서 봤던 대가와 무명 요리사가 칼 하나로 승부를 보는 가슴 벅찬 대결을 만들어냈습니다.

 

3. 공정한 심사

'공정',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고 있지만, 공정에서 더 멀리 떨어지고 있죠. 축구협회 국대 감독 채용 비리, 대한 체육회 비리, 정치인 비리....온갖 비리와 편법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직하게 사는 게 바보같이 보이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공정'보다는 '(흥행을 유도할 수 있는) 결과'가 우선했습니다. M.net에서 방송한 아이돌 서바이벌 결과 조작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의 인생을 바꿀 정도로 파급력이 컸죠. '존중'에 이어 현실 사회에 만연한 문제 중 하나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적용된다면 그보다 더 짜증 나는 일이 있을까 싶습니다.   

오직 '맛'으로 승부하라!
오직 '맛'으로 승부하라!

'오직 '맛'으로 승부하라!'는 문구에는 맛이라는 단어로 대표할 수 있는 '요리'와 승부라는 말로 표현 가능한 '승부' 모두를 드러냈습니다. 수많은 대결 속에서 불필요한 짜깁기, 악당 만들기가 아닌, 요리 본연에 집중하는 참가자를 비추기 위해 노력한 편집이 돋보였습니다.(물론 논란이 없진 않지만)

백수저, 흑수저 상관없이 맛으로만 판단하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2라운드에서 심사위원의 눈을 가리고 맛 평가를 시킨 것에서 폭발했습니다. 마치 '우리는 이전 서바이벌 프로그램과 달라. 극강의 공정을 실현할거라고.'라면서 울부짖는 듯 했죠.

다만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두 심사위원의 전문성보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대중성이 심사의 중심이 된 부분은 개인적으로 아쉬웠습니다. 

 

4. 현실...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1일 공개한 8, 9화에서는 스튜디오에서 레스토랑을 열고 가장 높은 매출을 거둔 팀이 진출하는 대결이 마련되었습니다. 맛 대결인 동시에 대용량의 요리를 조리하면서 자웅을 겨루는 모습까지 포함된 라운드였습니다. 실제 업장을 운영하는 참가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제 사업을 준비하고 접근하는, 진지한 모습으로 임했습니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만찢남' 조광효 요리사 인터뷰 /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만찢남' 조광효 요리사 인터뷰 / 유튜브 채널 <스브스 뉴스>

그리고 저는 이 모습에서 제작진이 프로그램 이후, 참가자들의 업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미어터질 모습까지 예상한 느낌을 받았죠.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요리 본연에 충실히 한다면 힘든 이 시기를 돌파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요식업자들에게 던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매출, 콘셉트, 판매량 등 눈에 드러나는 요소뿐만 아니라 잔반량을 확인하는 정지선 셰프의 모습을 부각하는 등 현실을 뚫고 가기 위한 기본적인 모습을 찰나의 대결 장면에 삽입했던 것이죠. 

프로그램을 맡은 윤현준 PD는 <크라임씬> 시리즈에서 종종 드러냈던 권선징악적 결말과 <싱어게인> 시리즈에서 보인 참가자 실력에 집중하는 모습을 이번 프로그램에도 비슷하게 녹여낸 모습입니다. 때로 이런 모습이 과해서 '오버스럽다'라고 말하는 시청자 의견도 있었지만 <흑백요리사>에서는 적절하게 표현된 느낌입니다. 결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장면들에서는 그 정도가 과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요식업의 어둠을 보여줬다면, <흑백요리사> 제작진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요식업의 한 줄기 빛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 관련뉴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가 망해가던 요식업 살린 비결은?- 조선일보, 2024년 9월 24일 기사

흑백요리사 식당 오픈런 했지만 공복으로 돌아온 이야기 -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 2024년 10월 1일

 

5. 아쉬운 점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두 심사위원의 전문성이 빛나면서 한 끗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PPL을 포함해야 하는 부분, 유명인을 통해 시청률을 담보해야 하는 부분 등이 이후 라운드에서 보이면서 '굳이', '왜'라는 부사가 따라왔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유명인이 아닌 요리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대중성 역시 요리를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지만, 이는 미스터리 심사단으로 구성한 2라운드 대결이면 충분했다고 봅니다.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만, 본인들이 처음 내세웠던 '오직 맛으로 승부하라!'라는 문장이 멋쩍어진 순간처럼 보였습니다. 

최강록 셰프
최강록 셰프

 

6. 시즌 2를 기다리며

시즌 1 우승자만큼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면 시즌 2 크랭크인 소식일 겁니다. 확실히 이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많고, 그 이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심사위원, 참가자, 플랫폼, 제작진의 역량 등 다양한 요소가 잘 어우러졌죠. 물론 한계 역시 보입니다. 한정된 에피소드에 따른 분량 실종 등은 모든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숙제이면서 이 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나는 아쉬운 면이죠. 

매일 생존 경쟁을 하는 시청자들을 TV 앞에 끌어당겨 울고 웃게 했다는 점은 공감 포인트가 많다는 방증입니다. 시즌 2가 기다려지는 이유기도 하죠.

그리고 세트장 설치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인 걸로 알려졌는데, 시즌 1이 성공했으니 세트장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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