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블스 플랜은 왜 욕을 먹는 걸까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우울할 땐 울면, 짜증 날 땐 짜장면'

이 농담을 알고 계신 분이라면 나이가 30대 중반은 넘으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누군가는 음식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하고 운동하며 땀을 빼면서 답답함을 날리기도 하죠.

저는 유튜브나 TV, OTT에서 방영하는 코미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치열하게 경쟁을 치르는 게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마음 졸이며 시청하는 걸 즐깁니다.

두뇌, 힘, 조직력 등을 이용해 합을 겨루는 여러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긴장감이 듭니다. 화면 너머 참가자의 마음에 이입되다가 결과가 나오면 긴장이 풀려버리죠. 시청자들은 이러한 감정의 변화 속에서 쾌감을 느끼고 열렬히 응원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큰 인기를 끌었던 <지니어스 게임>을 비롯해 <피의 게임>, <데블스 플랜>, <인플루언서>, <사상검증구역:더 커뮤니티> 등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죠.

이런 프로그램을 볼 때면 항상 욕먹는 참가자가 등장합니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잊히는 사람이 있는 한편, 그 사람이 방송하는 이라면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죠. 최근에 논란이 됐던 <데블스 플랜:데스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걸까요? 그리고 욕먹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욕을 먹는 것일까요?

※ 보는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데블스플랜 - 데스룸>을 시청하신 뒤 뉴스레터를 보시길 권합니다.

<데블스플랜 - 데스룸>에 참여한 플레이어들

🕵️‍♂️게임 서바이벌 들여다보기🕵️‍♀️

10년 넘게 한 직장에서 살아남은 이의 관록을 보여준 강지영

1. 게임 서바이벌의 원칙

게임 서바이벌의 원칙은 간단합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 그리고 게임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입니다.

생존을 위해 누군가를 게임으로 이겨도 되고 다른 이와 협력해 공동의 승리를 가져올 수도 있죠. 때때로 약속을 저버리고 승리만을 탐닉해도 무관합니다. 다만, 과거 <더 지니어스:룰 브레이커>에서 보인 신분증 절도 논란과 같은 절도나 다른 참가자에 관한 폭력은 없어야겠죠.

저스틴 민, 좋아하는 배우가 예능에 나와서 신기했던^^

2. 게임 서바이벌 프로그램 심판은 누구?

지난해 10월 발송한 49번째 보고서 '조금 늦은 <흑백요리사>, 나름의 분석을 곁들인'에서 흥행 요소 중 하나로 공정한 심사를 꼽았습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될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백종원 씨 논란이 없었을 때이기에 안성재, 백종원 두 심사위원의 균형, 권위, 공정성에 많은 호평이 있었죠.

그렇다면 게임 서바이벌의 심판은 누구일까요?

프로그램에서 진행을 돕는 딜러일까요? 아니면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참가자? 제 개인적인 생각엔 화면 너머 해당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청자들은 이성적으로 이해를 하거나,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에 젖어 듭니다.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방송에 관해 많이 회자할수록 인기가 높아집니다. 결국, 프로그램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건 참가자들의 열정적인 플레이와 이에 호응하는 시청자의 반응이겠죠.

시청자들은 힘이건, 머리건, 노래건, 춤이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기치를 내건 그것으로 정정당당하게 싸우길 원합니다. 서바이벌 방송 프로그램에서 로망을 실현하는 것이죠. 토너먼트에 참가한 기사들이 대결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 관련 정보

49번째 보고서'조금 늦은 <흑백요리사>, 나름의 분석을 곁들인' - OTT 연구소, 2024. 10. 3

매서운 플레이를 보인 김하린

3. 잘 쌓은 서사의 힘

6년 전,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마블은 영화가 아니다"라는 글을 뉴욕 타임스에 실었습니다. 꽤 논란이 많았죠. 감독의 말에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반면,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 끝났을 때, 많은 사람이 눈물 흘리거나 결말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놀이공원 콘텐츠에 불과한 캐릭터에 사람들이 크게 공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의 메인 캐릭터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와 캡틴 아메리카 스티븐 로저스의 서사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유로파 리그 우승컵을 든 손흥민 선수에게 전 세계 팬들이 찬사를 보낸 것도 이와 같죠.

알파고에게 1승을 거둔 인간 대표 이세돌

인기를 끈 게임 서바이벌 <지니어스 게임>, <더 지니어스>, <피의 게임> 등이 회자하는 이유도 우승자가 프로그램에서 탄탄하게 쌓은 서사와 우승이라는 순간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줬기 때문이죠.

이인자에서 일인자로 올라선 홍진호, 사람과의 관계에서 답을 찾아낸 이상민, 놀랄만한 플레이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장동민 등 뉴스레터에서 자주 언급하는 내용인 '잘 쌓은 서사'는 그 어떤 것보다 힘이 셉니다.

데블스플랜 시즌 2를 보고 시즌 1을 복기해보니 우승자 뿐만 아니라 논란처럼 느껴진 참가자 이야기 역시 좋은 서사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 관련 정보

Martin Scorsese: I Said Marvel Movies Aren’t Cinema. Let Me Explain. - 뉴욕 타임스, 2019. 11. 4

32번째 보고서 '마블의 뒷걸음질, 반전은 가능할까' - OTT 연구소, 2021. 12. 14

매력적인 플레이를 선보인 세븐하이

4. 언더독 서사와 존중

스포츠에서 우승 확률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우리는 '언더독(underdog)'이라고 합니다. 보는 이들은 언더독이 우승하거나 이기면 더 큰 희열을 느끼죠.

게임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언더독 서사는 중요합니다. 물론 언더독인 참가자가 무조건 우승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극의 흐름을 이어가는 데 있어 언더독이 잘 싸워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싸우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상대를 나와 동등한 참가자로 보고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인격적인 무시, 경멸, 따돌림 등이 있어서는 안되겠죠. 상호 존중하면서 플레이를 해야하는 점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이기에 시청자들은 참가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배제하고, 실제 생활에서 보기 힘든 기사도를 발휘하길 원하죠.

앞서 언급한 <흑백요리사>가 잘 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점도 심사위원, 참가자, 시청자 상호간의 존중이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 아래 내용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참가자, 규현(왼쪽), 정현규(오른쪽)

5. 왜 욕을 먹는 걸까?

프로그램의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정종연 PD가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도 했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는 앞서 말한 모든 부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게임 서바이벌의 원칙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 그리고 게임을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것'

논란의 중심에 선 참가자들은 게임을 스스로 포기했거나 게임을 하는 데 있어 온 힘을 다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플레이어 세븐하이가 "너 자신을 위해 플레이해 줘."라고 말한 부분이 이를 잘 드러내고 있죠.

또 다른 논란의 축, 윤소희

논란의 중심에 선 참가자들이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희생했다고 말하는 이유 역시 아쉽습니다. 나와 같은 편을 구성한 참가자들만 신경 쓰고, 떨어진 참가자에 대한 존중은 전무한 발언 때문에 시청자들은 분노했습니다. 생존을 포기하고 다른 참가자를 살리거나 기회를 양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납득하지 못하는 서사와 선택은 불편한 감정만을 남기게 되죠.

기대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은 시즌 2였습니다. 시즌 3에 관해 물으신다면...시즌 2와 같다면 시청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시즌 1을 한번 더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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