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편지

우리의 어린 할아버지 ㅣ 기록편지2

2월 기록편지 ㅣ 이름2

2026.03.02 | 조회 8 |
0
|
기록편지 I 우리의 어린 할아버지의 프로필 이미지

기록편지 I 우리의 어린 할아버지

지금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누군가에게 씁니다.

기록편지는 모두의 소중했던 기억을 나누는 곳이에요. 사연자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보다 함께 읽어주는 마음으로 머물러주세요. 

 

안녕하세요 두 번째 레터에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우선 10편까지만 발행을 해보고 싶어요. '일단 해보자!' 올 해 꿍디의 목표인데요. 큰 걸 바라며 완벽히 준비하고 시작하면 벌써 지치고, 시작이 너무 힘들지 않나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일어나!' '뭐라도 하자!' 라는 모토로 요즘 움직이고 있어요.

여담이지만, 꿍디는 사주에서 불이 하나도 없고 물이 많은 사주안데요..(갑분사주) 물이 많은 사람은 생각이 아주 많은 것에 비해 행동이 힘들대요. 그래서 생각을 했다면 24시간 안에 행동으로 꼭 하나는 옮기는 습관을 가져보랬어요! 작은 행동 하나만 하라는 것이 생각보다 효과가 좋더라고요 후후

조만간 만화도 다시 그리려 해요. 일상툰도 그리고 싶구요..! 일상이 평탄하지 않아서 안 그리기에 아깝더라구요... 오늘도 버스 하차할 때 카드 찍으려는데 카드가 안 찍히는 거예요! 그래서 막 휘적거렸는데 제 손이 앞사람 주머니 안에 들어가있던 거였어요. 왕웃김.. 냅다 다른 사람 주머니에 손 넣고 휘젓기. 괴도꿍디.

 


 

아직 구독자분들께서 많지 않으셔서인지 오늘은 모집된 기억이 없어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날이에요. 나중에 이 레터가 더 커지면 기억들이 넘치는 때가 오겠죠그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싶어도 못 하는 순간이 오겠죠?(히히)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때는 지금밖에 없으니, 이렇게 된 김에 이번에는 저의 장면을 적어볼게요.

아직은 이 공간이 작아서 다행이에요.

 


 

캔의 이름은 

사실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요.

흔한 이름은 싫었고,

눈이 순하고 차분하지만 단단한, 귀와 등 한 부분이 노릇하게 익은 이 하얀 강아지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부르고 싶었어요좀 있어 보이면서(중요) 세련돼 보이고(중요..) 입에 착 달라붙는 소리! 그리고 세련되려면 외자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캔아~ (x)

캔~~~(o)

 


 

방금 캔을 불러보았어요.

그동안 명사로서는 입에 많이 올렸지만

캔이였으면 벌써 주워먹었다.

이름을 부르듯 부르는 건 오랜만이에요.

캔!!

확실히,

이제는 부를 일이 없으니까요

 

근데 신기하게 부르니까 캔이 그려지네요??

 

이름을 불렀을 때 항상 들었던 감정이나 (예를 들면, 반가움, 놀람, 웃김, 신남 등..!)

우리의 관계성에서 오는 (상하 관계라던가, 친구 관계에서 오는) 어떤 기분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엄마. 라고 부르면 괜히 애틋한 감정이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에요.

글자와 음을 입 밖으로 뱉었을 때 드는 기분들이 습관처럼 남나 봐요.

단지 그리움이 아닌, 그 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즉각적인 기분이 들어요.

 

기다리는 기분이 들어요.

고개를 들 것 같고, 쳐다볼 것 같고, 방문을 열고 들어올 것 같아요.

 

아 방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뒤에서 걸어오네요.

벌어진 다리로 미끄러지면서 천천히 뒤뚱뛰뚱.

얼굴은 어렸을 때의 모습 그대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동그란 눈을 뜨고서 왜불러 하며

적당히 신나보이는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제 손끝을 건들 듯 말 듯 코에 가까이 가져다 대고

냄새 한번 맡아주고

쓰다듬으려하니 신나서 뛰어나가네요.

 

뒤돌아보니 아주 선명하게 보여서 다시 돌아보기가 겁날 정도에요.

어떤 속도로 걸어오는지, 제 시선이 그 속도에 맞게 빈 바닥을 쓸고

오랜만에 눈이 마주쳐요.

안녕.

잘 지냈어?

말이 아닌 눈으로 우리는

 

저 이사했거든요. 첫 자취에요.(ㅎㅎ)

언제 사는 곳 옮겼는지 여긴 어떤 곳인지 구석구석을 점검하네요.

거울 뒤로 들어가서 못 나오고 엎으려 하길래 꺼내주고,

빨래 널어놓은 건조대 밑으로 들어가서 헤매길래 꺼내주려했는데 알아서 잘 건너갔어요.

또 화장실 들어가서 바닥 핥아 먹네요. 하여튼 큰소리를 내게 만듭니다.

역시나 저에게 붙진 않고 1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꽈리를 틀고 누워요.

항상 엉덩이가 절 향해 있어요.

좀 떨어진 채, 레터를 작성하던 책상 밑에 다리를 뻗고 저도 누워봐요.

보고 있지 않아도 귀가 씰룩하는 거 보면 저 자식 다 신경 쓰고 있어요.

얕지만 꽤 깊은 한숨을 한번 쉬어주고,

이어 균일한 숨소리가 들려요.

 

첨부 이미지

편해?

다행이야.

이제 편해?

응 다행이야.

 

아파 힘들어, 하지만

이름을 부르면 감당할 수 없을까 이름 안 불러, 하지만

이름을 부르니 들어오는 온도가 이리도 따뜻한 것을 보면

여전히 슬픔이 아니라 행복으로 사랑의 형태는 유지되고 있어요.

 

기억에 깊게 남을만한 큰 사건들 정말 많잖아요.

새벽에, 아침에, 집 밖에 있다가도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던 그 때들을 뒤로 하고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제가 부르자 조용히 걸어오는 방 안의 할아버지네요.

 


 

 이름을 불렀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인가요.

기억이라함은 너무 뭉뜽그려진 단어 같기도 해요.

어떤 것이 보이나요?

어떤 풍경, 어떤 계절, 어떤 온도, 어떤 움직임, 어떤 속도

어떤 냄새가 나나요.

따뜻한 햇빛 냄새, 꼬질하고 구수한 냄새, 양치 며칠 안 한 입냄새..

어떤 소리가 들리나요.

헥헥대는 숨소리, 킁킁대다가 콧물이 나와서 프헹 하는 소리,

차가운 액체가 얼굴에 튀는 느낌,

따뜻한 숨바람,

손가락 사이를 슬어가는 복실한 털들.

 

눈부시게 들어오는 해를 굳이 미간 찌푸려가며 받으면서

같이 팔베게하고 누워있던 아침 햇빛 냄새

 

첨부 이미지

 

 

사랑하던 존재의 이름이란.

입에서 살짝 굴려봤을 뿐인데,

많은 것들이 떠오르고 스쳐가고

나에게도 이런 큰 행복이 있었다는 걸, 이렇게 행복했던 순간이 일상이었던 사람이란 걸 알려주고

내일을 힘차게 딛어갈 힘을 주네요.

 

사랑을 큰 그릇에 받아본 사람은 그 그릇의 크기가 앞으로 받을 사랑의 기준이 되어서,

그 밑의 사랑과 아픔에는 흔들리지 않게 되는 단단함이 생기는 것 같아요.

행복도 마찬가지로,

큰 행복을 겪어본 사람은, 분명 힘든 일이 와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런 행복을 겪어야 마땅한 사람이라는 뜻이니까요.

 


3월 레터의 기억 주제는 다음주 중에 발행해드릴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

봄이에요~!! 🌸🌸

 

 

 

<작업하며 들은 노래>

카더가든 - 밤새

도현 여름에게

너드커넥션 - 좋은 밤 좋은 꿈

한로로 0+0

비비 우리가 헤어져야 했던 이유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기록편지 I 우리의 어린 할아버지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6 기록편지 I 우리의 어린 할아버지

지금 비슷한 시간을 지나고 있을 누군가에게 씁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