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조각들 | 영수증 | 음악 | 제본 | 재생목록 | 책 | 예술 | 문구
영수증 | 100/2024
편지 활용법
- 마음에 드는 사진이 있다면 인쇄해서 붙이거나 따라 그리세요
- 마음에 드는 글귀를 필사해보세요
- 제가 특히 인상깊게 읽거나 생각해보고 싶은 구절에는 밑줄을 그었습니다
- 노래를 들어보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여러분의 재생목록에 추가하세요
- 정해진 날, 함께 써요
음악 | 봄의 노래
I want to wrap my arms around this day / Then take it home and name it / I'll keep alive the light outlining shade / I'll find a way to save it / But something made so wild can't be tamed / It's robbery to cage it / I try to keep my eyes inside the frame / I don't wanna see the way we fade in time
나는 이 때를 팔로 감싸안고 싶어요 / 그리고는 집으로 데려가 이름지어주는 거죠 / 그림자를 둘러싼 빛을 살려둘거에요 / 그걸 간직하는 법을 찾을거에요 / 그렇지만 너무 날 것의 무언가는 길들여질 수 없겠죠 / 철창에 그걸 가두는 건 도둑질이에요 / 나는 내 눈을 틀 안에 고정하려 노력해요 / 나는 우리가 시간에 흐려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
I've been watching so long for signs of life and coming change / Help me walk away and on
나는 삶의 신호와 다가오는 변화를 너무 오래 지켜봤어요 / 내가 걸어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계속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줘요Canyon city
제본 | 작두와 단두대와 빵야빵야
제본 삼총사
안녕! 만나서 반가운 첫 번째 책
재생목록 | 4월의 노래
- April Funk
- Daily Nomad
- Flowers In The Window
- Sunrise
- All You Need
- Weather for Ducks
- I want you
- Fireflies
- Tough Act to Follow
- At Your Side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 / 온통 설레임이 가득한 거리 / 혼자만의 경쾌한 행진도 / 리듬에 맞춘 가벼운 발걸음 / 태양아래 꿈꾸듯 / 반짝이는 이 사월의 거리 / 두눈 앞에 펼쳐지는 / 눈부심을 쫓는 작은 여행
April funk / 이 거리 가득한 축복을 / April funk / 언제나 눈부신 햇살을 / April funk /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 April funk and ever, this is my April funk페퍼톤스
걱정한다고 바뀌지 않아 / 90%는 쓸데없는 상상 / 그냥 내버려둬 아름다운 혼돈 / 완벽하려 할수록 두려움은 더 자라 / 먼 여행 온 것처럼 느긋하게 / 걷기 좋은 햇살 걷기 좋은 거리로 / 라라라 오늘은 우리동네 여행하는 날 / 멀리 가지 않아도 청아한 하늘 아래면 모두 여행지 / 토닥토닥 정말 수고했어 오늘은 자유야 어디든 좋아 / 닫힌 마음이 열리면
오늘은 우리동네 여행하는 날 / 뒤뜰 있는 카페 / 놀이터의 브라운색 고양이 안녕이상은
책 |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페터 한트케가 노벨문학상을 받고, 서점에 그의 번역본이 쏟아지기 시작할 무렵, 함께 공부했던 이가 말했습니다. '이 작가는 미쳤다. 모더니즘 작가들은 페터 한트케에 비하면 사람이다. 읽는 이마저 비탄으로 돌아버리게 만드는 책이다.' 그 당시, 이미 회사 일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던 저는 단호히 그를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벨기에에서 그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타지에서 생활을 하면 한글로 이루어진 텍스트는 무엇이든 반갑게 됩니다. 미친 작가의 미친 이야기도 한글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가벼운 마음에서 시작했죠.
"당신은 '예전'과 '지금'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아." 클레어가 말했다."그것은 나이가 드는 것을 기다릴 수 없기 때문이야." 나는 대답과 함께 머쓱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지금 대체 몇 살인데?" 클레어가 물었다. "세 밤만 더 자면 서른." 내가 말했다."세인트루이스에서 말이지!" 그녀가 말했다."그래." 내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세인트루이스로 가는 것? 아니면 서른 살이 되는 것?""서른 살이 되는 것과 세인트 루이스로 가는 것 둘 다." 내가 대답했다.
페터 한트케 , 문학동네
"나는 전보다 건망증이 심해졌어." 클레어가 말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에 비해 기억하고 싶은 것이 적어졌다고 표현해야 맞겠지. 종종 누군가가 며칠 전 나랑 함께 했던 일을 말하려고 할 때면 난 그 일을 기억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아."
(중략)
"무엇보다도 이 곳에서는 왜 내게 유독 불안 상태에 대한 기억력만 살아 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돼. 내가 매일같이 보아왔던 것과 비교해볼 대상을 아직 가져본 적이 없었던 거지. 내가 받는 인상들이라는 게 모두 이미 익히 알려져 있는 인상들의 반복일 뿐이라는 거야. 그 말은 내가 아직 세상을 많이 돌아다녀보지 못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 다른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지 못했음을 의미해. 그러니까 우리가 가난하게 삶을 살았기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만 경험하게 되었다는 말이지. 우리가 보아온 사물들이 많지 않아서 그만큼 거기에 대해 말할 것도 적은 셈이지. 그래서 우리는 거의 매일같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고, 따라서 누군가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그는 적어도 그럴 만한 상황을 경험한 사람일 거야. 그러면서 그가 유쾌한 기분으로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준다면 정말 그는 특별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하지만 나처럼 쉽게 도취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라면 한낱 몽상가로 남겠지."페터 한트케 , 문학동네
그가 왜 미친 작가 취급을 받는지 조금은 알겠더군요. 주제라고는 없어 보이는 의식의 나열, 허구와 실재를 넘나들며 중첩되는 이야기와 인물.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에서 보았던 모더니즘의 [의식의 흐름]이 한층 정신병적으로 강화된 듯한 양상.
그렇지만, 모더니즘 작가들이 그랬듯, 페터 한트케도 타자 이해에 목마른 한 개인입니다. 소설의 제목이 말해주듯 소설 전체가 타자에게 쓰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입니다. 나와 타자의 다름을 인정하는 긴 이별을 향한 여정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한트케의 글을 통해 만나보세요.
따라갈 수 없는 의식은 그냥 떠나보내면 됩니다. 한트케라는 작가와 여러분은 다른 사람이니까요. 그러면 우리는 어디서 만나나요? 어디서 화해하나요? 결말에서인가요? 그에 대한 대답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위에 인용한 구절이 한트케의 글 속에서 그와 제가 만난 대목입니다. 여러분의 만남도 이야기 속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작가를 만나죠. 작가가 화자의 탈을 썼습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구조 안에서 화자는 작가와 독립해 존재합니다. 작가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기도 하죠. 그 인물이 겪는 상황, 하는 말,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타자를 만납니다.
그렇지만 그 마주하는 지점의 맞은편에는 반드시 독자인 내가 있습니다. 타자의 모습을 한, 혹은 타자가 끌어낸 나라는 자아가 있죠. 생소하기도 하고, 잊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합니다. 오래전 공부하던 시절 쓴 글이 있습니다. 모더니즘 작가들의 타자에 대한 시선을 잘 보여주는 글이라 더 궁금하시다면 읽어주세요.
예술 | 예술적인 화장실
지난 주, 갑자기 집에 아트 피스가 생겼습니다.
화요일, 아틀리에에서 제본하다 돌아와 보니 환히 켜진 화장실이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전기세 걱정에 아찔해져 내가 끄는 걸 까먹었나보다 하고 황급히 전원 스위치를 내렸는데 스위치가 고장이 났더군요. 집주인은 28일까지 해외에 나가 있고, 그가 돌아와야 고칠 수 있다고 집주인의 어머니가 램프를 가져오셨습니다. 화장실 안에 콘센트도 없어서 거실에 커다란 연결 호스를 두어 화장실로 연결했습니다.
한 달 동안 화장실 문을 닫지 못한다는 현실보다 현대 미술관에 있을 법한 화장실을 갖게 된 것이 기뻤습니다. 일상의 예측 불가능성은 때로는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문구 | 허리가 무너진 노트
함께 써요 | 4월의 기록 주제
aie Confiance en Toi, le reste suivra | 당신에게 자신감을 가지세요, 나머지는 따라올거에요
- 4월 14일 (토) : 동네 여행을 해봅시다! 좋아하는 곳이 있나요?
- 4월 24일 (수) : 나를 둘러싼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써봅시다.
감사합니다.
2024년 4월
페이지그라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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