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편집장 김형입니다. 😊
어느덧 여름의 한가운데로 달려가고 있네요. 쨍한 햇볕에 지치기 쉬운 요즘이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말'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활기차게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은 정말 많은 분들이 고개를 끄덕이실 만한, 아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발음 고민을 가지고 왔어요. 바로 'ㄹ' 발음 때문에 속상하다는 한 구독자님의 사연인데요. 오늘은 여기에 언어학적인 심층 분석과 실질적인 해외 사례까지 더해, 그 어떤 곳보다 깊이 있고 따뜻한 솔루션을 드릴게요!
해당 고민을 듣고 한물 님께 /ㄹ/이 들어간 단어 몇 개를 읽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 모든 /ㄹ/ 발음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첫 글자(초성)에 오는 /ㄹ/ 발음이 안 되는 경향이 있으시더라고요.
사실 한국어의 'ㄹ'은 하나의 글자 뒤에 숨겨진, 음성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어학에서는 이렇게 하나의 소리가 환경에 따라 다르게 실현되는 소리를 '변이음(allophone)'이라고 합니다. 하나의 열쇠 구멍에 두 개의 다른 열쇠를 쓰는 것과 같죠.
- 초성 'ㄹ' (예: 라디오, 머리): 혀끝으로 치조(윗잇몸 뒤쪽의 딱딱하고 올록볼록한 부분)를 '톡!' 가볍게 치고 빠지는 소리. 전문 용어로는 '치조 탄설음(tap, [ɾ])'이라고 함.
- 종성 'ㄹ' (예: 말, 불): 혀끝을 치조에 '쭉-' 대고 유지하는 소리. 이건 '치조 설측음(lateral, [l])'이라고 함(영어의 'full'에서 'l'과 유사)
구독자님이 어려움을 느끼는 건 바로 첫 번째, '톡!' 치고 빠지는 소리예요. 이 두 소리는 완전히 다른 '운동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하나는 쉬운데 다른 하나는 어려운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랍니다.
[전 세계의 'ㄹ' 고민, 우리만 하는 게 아닙니다]
"나만 유독 이 발음이 안되나?" 하고 자책하셨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거든요.
- /ㄹ/([ɾ])소리는 뇌과학적으로도 어려운 소리가 맞아요:
- '탁' 튕기는 초성 'ㄹ'은 목표 지점을 정확히 때리고 즉시 빠져나와야 하는 '권투 선수의 잽' 같은 탄도 운동입니다.
- 반면, '쭉' 붙이는 받침 'ㄹ'은 특정 자세를 유지하는 '요가 자세' 같은 정적 운동이죠. 당연히 권투 선수의 잽이 더 어려운 기술 아니겠어요?
- 실제로 한국 아이들도 언어 발달 과정에서 이 'ㄹ' 발음을 가장 늦게, 보통 만 5-6세 경에야 완성한답니다. 그만큼 정교한 기술이라는 뜻이죠.
- 다른 나라도 똑같이 어려워해요:
- 스페인어는 우리처럼 '톡' 치는 'r'([ɾ])과 혀를 떨어야 하는 어려운 'rr'([r])이 따로 있어요. 놀랍게도 상당수의 스페인어 원어민조차 이 어려운 'rr' 발음을 잘 못해서 놀림을 받기도 한다고 합니다!
- 일본어의 'ら(라)' 행 소리는 한국어의 초성 'ㄹ'과 매우 유사한데,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영어의 L과 R을 구분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 반대로 영어권 학습자들은 한국어의 'ㄹ'이 자신들의 L도, R도 아닌 소리라 혼란을 겪으며, 이를 교정하기 위한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이처럼 'ㄹ' 발음의 어려움은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음성학적으로 복잡한 조음 운동과 깊게 자리 잡은 모국어 습관이라는 두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하는 과제인 셈입니다.
['ㄹ' 발음 정복을 위한 실전 가이드]
이제 이 모든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훈련에 들어가 볼까요? 이 훈련은 언어치료의 과학적 원리에 기반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니, 믿고 따라오셔도 좋아요. 거울은 필수 준비물이랍니다!
1단계: 내 입 안의 내비게이션 켜기 (인식 훈련)
정확한 소리를 내려면, 먼저 그 소리를 정확하게 듣고 느끼고 구별할 수 있어야 해요.
- 혀끝으로 목표 지점 확인하기: 거울을 보면서 윗니 바로 뒤, 딱딱하고 올록볼록한 부분인 '치조(齒槽)'를 혀끝으로 직접 만져 보세요. 그곳이 바로 혀가 '톡!' 하고 닿아야 할 정확한 목표 지점입니다.
- 소리 구별하여 듣기: '달'이라고 할 때의 /ㄹ/과 '다리'라고 할 때의 /ㄹ/ 소리를 녹음해서 들어 보세요. 하나는 길게 이어지고, 다른 하나는 짧게 끊어지는 차이를 귀로 명확히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단계: 혀끝의 '잽' 감각 익히기 (유도 및 대조 훈련)
혀에 힘을 주고 길게 붙이는 습관을 버리고, 가볍고 빠른 '잽' 감각을 익히는 핵심 훈련이에요.
3단계: 일상 속에서 굳히기 (안정화 및 일반화)
새로운 감각을 찾았다면, 이제 다양한 단어와 문장 속에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해요.
- 음절 연습: "라, 랴, 러, 려, 로, 료, 루, 류, 르, 리" 목록을 거울을 보며 천천히, 정확하게 발음해 보세요.
- 단어 연습:
- (어두): 라면, 라디오, 로봇, 리본, 레몬, 러시아 등
- (어중): 머리, 다리, 우리, 노래, 소리, 고래
- 문장 연습: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와요.", "우리 다 같이 머리를 잘라요.", "로맨틱한 라일락 향기가 가득한 리조트" 처럼 짧은 문장으로 연습하며 새로운 운동 습관을 뇌에 각인시켜 주세요.
✨ 소소한 팁 하나! 혹시 영어를 조금 아신다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어 단어 'water'나 'butter'를 미국식으로 편히 발음할 때 나는 소리가 바로 우리가 연습하는 초성 'ㄹ'과 같은 소리예요. 감각 찾는데 도움이 되시겠죠?
수십 년간 해 온, 이 오래된 운동 습관을 바꾸는 데는 당연히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중요한 건, 이 발음 문제가 '고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훈련하면 나아지는' 기술의 영역이라는 사실이에요.
오늘 배운 것을 한번에 전부 다 소화하려는 부담 갖지 마세요. "혀끝으로 치조를 가볍게 톡!" 이 느낌 하나만 기억하고, 하루에 딱 5분만 '드르륵' 놀이나 '나라-라라' 대조 연습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이러한 작은 시도가 모여 분명 멋진 변화를 가져다줄 거예요. 여러분의 빛나는 목소리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빛나는 목소리를 온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기다립니다. 스피치와 관련된 어떤 고민이라도 좋습니다.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에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 주세요.
제가 함께 고민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드릴게요. 그럼 다음 시간에 봬요 !
참고 문헌
- 유소영, 강현화. (2018). 언어권과 숙달도에 따른 한국어 학습자의 발음 오류 분석 – 음소 오류를 중심으로 –. 언어사실과 관점, 44, 357-397.
- 유필재. (2000). 설측음. In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최경복 외. (2021). 베트남인 한국어 학습자의 종성 유음 /ㄹ/ 발음 오류 분석. 우리말연구, 64, 181-209.
- Drew Crosby, & Amanda Dalola. (2021). Phonetic variation in the Korean liquid phoneme. Proc Ling Soc Amer 6(1). 701–712.
- Francis Academic Press. (2021). Analysis of Korean mispronunciation of the ‘r’. Academic Journal of Humanities & Social Sciences, 4(4), 86-88.
- Tofugu. (2009). How to pronounce the Japanese ‘r’ sound.
- Tomlinson, A. (2020). Pronunciation problems Koreans face when learning English.
- Villarreal, J. M. (2016). Techniques for Working on Tap/Trill /r/ in Spanish. Texas Speech & Hearing Assoc. News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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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우와 대박이에요!
한물
You save my life
한물
오늘부터 매일매일 '로맨틱한 라일락향이 나는 리조트에 우리 같이 가자'를 외치며 다닐거예요
김형의 스피치 상담소
좋습니다 좋습니다 ! 열심히 하고 계시는지 불시에 점검 한 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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