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봐요🎞📚

[Pebbles | 11월호] 무정한 신 아래에서 사랑을 발명하다

놓칠 수 없는 퍼포먼스, 청하 / 망한사랑; 여혜

2023.11.16 | 조회 3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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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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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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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토 / (텅장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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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주민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별
온다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별

지난 주부터 <어쩌다 좋아하게 된 별> 시리즈를 하고 있죠. 어쩌다보니 이번 시리즈에서도 K-POP 가수를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고요. 지난 <어쩌다 좋아하게 된 신문화기술> 시리즈에서는 각 레터 별로 NCT를 통한 제 취향 몇 가지를 말했어요. ‘트렌드를 앞서가는 장르‘, ’그룹만의 독자적인 컨셉‘,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자신 있는 모습‘,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해보이는 가수‘ 이 문장들로 저의 취향 4가지를 정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NCT는 여러 방면에 있어서 저의 취향을 정립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는 곧 제 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죠.

이번 <어쩌다 좋아하게 된 별> 시리즈는 ‘무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아티스트’인 청하에 대해 다룹니다. 청하의 무대는 무대 위 ’가수’가 아닌 무대 자체를 어떻게 보이도록 만들었는지에 집중하게 했어요. 특히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스투나(Stay Tonight)에서는 댄서들의 댄스브레이크 파트가 있다거나, 댄서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마치 한 팀처럼 보이게 하여 댄서들의 도움을 받는 무대가 아닌 함께하는 무대를 볼 수 있게 만들었죠. 보통 우리는 무대 중앙의 ‘가수’에만 집중할 수 있는 무대들을 봐왔기에, 이런 구성은 혁신이나 다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하의 이 무대들이 너무 소중했고요. 그럼 이번에 소개할 또 다른 곡에서는 청하가 어떤 방식으로 무대 전체를 볼 수 있게 해주었는지 같이 살펴봐요!

 

2020.07.06 PLAY

여름을 맞아 들고 온 또 다른 선공개 디지털싱글은 바로 PLAY(이하 플레이)입니다. 청하는 여름에 컴백할 때면 늘 청량한 곡들을 가져왔다보니, ’청량이 아닌 여름 노래‘를 위해 ’라틴 계열의 음악을 만들어‘달라고 A&R팀에 요청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무대 역시 여자 댄서 8명, 남자 댄서 6명, 비보잉 댄서 4명, 파트너 1명 총 19명의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풍성하게 꾸며주었어요. 라치카 팀에게 처음 안무를 받았을 때 ’올장르 댄스파티‘의 느낌이었다는 청하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댄스스포츠, 댄스홀, 비보잉 등 정말 다양한 장르의 댄스를 청하의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거든요.

위의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렬적인 라틴 음악과 ‘올장르 댄스파티‘에 걸맞게 화려한 컨셉을 선택했어요. 비하인드에 따르면 ’투우사‘’꽃‘ 두 가지의 컨셉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꽃’이 스타일링할 때 다채롭게 꾸밀 수 있다보니, 무대를 찾아보면 꽃 컨셉의 스타일링이 가장 많은 걸 볼 수 있어요.

플레이는 청하 본인조차도 포인트 안무를 꼽을 수 없을 만큼 리듬에 치중되어 있는 안무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그동안의 여름 곡이었던 ‘Why Don’t You Know’, ‘Loving U’와는 곡의 장르에 더해 안무에서도 차별점을 두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전 활동곡인 스투나(Stay Tonight)와 또 다른 점은 이번에는 댄서들의 도움을 받는 무대면서도 그들과 함께하는 무대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이에요. 다르게 말하면 가수에게 집중하게끔 스타일링과 안무를 구성했지만 함께 같은 안무를 하는 부분에서 ’댄스파티‘의 성격을 살렸다는 겁니다. 스투나에서는 군무 구성이 많아서 무대가 전체적으로 ‘함께하는 무대’의 느낌을 확실히 살린 무대였죠.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파트너 댄서와 함께 댄스스포츠 파트와 약 20초 가량의 마지막 파트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댄서들과는 확실하게 구분을 두지만 파트너와는 의상을 맞춘 스타일링을 통해 여전히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역시나 청하보다 앞에 나와 무대를 구성해주는 비보잉 댄서들까지 약 20명이 무대 위에서 함께 ‘올장르 댄스파티’를 글자 그대로 구현해내는 모습에는 소름이 돋죠. 댄서들과 함께하는 무대를 만든다는 점에 있어서 플레이는 주인공에 주목하게 함과 동시에 댄서들과 잘 섞이는 그 적절한 지점을 잘 캐치한 무대였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살펴본 청하의 PLAY는 어떠셨나요? 스우파나 스맨파를 보신 분들이라면 청하의 무대들을 보다 보면 익숙한 댄서분들을 많이 보실 수도 있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댄서들이 주목을 받는 데 청하의 이 정규앨범 활동이 큰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이 활동을 여러분께 소개하면서도 뿌듯함을 감추기가 쉽지 않기도 하고, 제가 설명을 잘 하고 있는건가 걱정도 됩니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다음 주에 찾아오겠습니다!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마지막 편을 장식할 작품은 비나리 작가의 웹툰, <여혜>입니다.

※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  여혜 

어린 여혜는 오빠인 현야, 그의 친구 교연, 충학과 함께 산속에서 평민으로 살아가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냅니다. 비록 아버지는 바쁜 일로 자주 찾아오지 못했지만 언제나 따스하게 반겨주는 자상한 분이었고요. 그러나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뒤바뀝니다. 그것도 아버지와 오빠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요. 사실 그녀는 공주였고, 아버지와 오빠로 알고 자랐던 이들은 각각 작은아버지와 사촌오빠였으며, 친아버지인 수신군이 동생을 죽여 다시 권력을 되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신군의 편에서 직접 칼을 들고 앞장선 이는 바로, 어린 여혜를 설레게 했던 교연이었죠.

한 순간에 진실도, 가족도 전부 잃은 공주가 된 여혜는 점점 미쳐갑니다. 궁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언제나 처참한 결과만을 낳고, 목숨을 내던지려 하면 교연이 그를 살립니다. 그러나 그에게 교연은 현야를 죽인 복수의 대상이고, 친아버지 역시 행복했던 유년기를 부숴버린 장본인일 뿐이죠. 지난한 생활 속에서 보게 된 어린 시절의 자신과 현야의 환영은 복수를 속삭입니다. 그래서 여혜는 도망 대신 나아가기를 택합니다. 권력을 차지하고 수신군과 교연을 제 손으로 죽이기를요. 특히 교연의 경우, 잠행에서 손을 놓으며 도망가도 된다고 말하는 교연의 손을 다시 잡고, 시간이 흘러 다른 이들에 의해 교연이 수세에 몰리자 회임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를 지켜냅니다. 교연은 여혜의 손으로 죽여야 하는 존재니까요. 서로의 적은 오직 서로뿐인 것이죠. 그렇게 복수와 적개심으로 살아가기를 몇십년, 결국 여혜는 교연을 죽이고 스스로 왕좌에 오릅니다.

 

나 너 지금 안 죽여. 최고로 죽고 싶지 않을 때 죽일거야.
...너도 똑같이 칼로 죽일거야. 그러니까 가르쳐줘.
그리고 나랑 같이 나락으로 가는거야.

-여혜

 

그러나 여혜가 죽음을 통해 궁을 벗어나려했던 순간부터, 모든 것은 교연의 계획 속에 있었습니다. 교연이 궁으로 여혜를 데려온 것이 잘못 되었다는걸 알아차린 그 순간부터요. 교연은 어린 여혜의 신분, 진짜 가족, 더 나은 삶을 되찾아 주려 했지만 사실 그가 알고 있던 것은 수신군에 의해 철저히 편집된 반쪽짜리 진실이었거든요. 여혜의 삶을 멋대로 재단해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온 교연은 이후 여혜를 살리기 위해 살아갑니다. 자신에 대한 복수를 장작 삼아 죽지 않고 살아가게끔. 그래서 결국 여혜의 손에 칼을 쥐여주고, 여혜를 끌어안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마음대로 너의 삶을 재단해서 미안하다. 살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잔인하게 대해서 미안하다. 좀 더 다정하지 못해서 미안해.
좀 더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말들을 조금 더 일찍 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옛날로 돌아가도, 혹은 수많은 시간이 지나도
너와 나 서로,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죽음 앞에서, 교연

 

이 사실을 몰랐던 여혜 또한 반쪽짜리 진실만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죠. 사실은 교연이 현야를 살리려 했으나 실패했고, 여혜를 부탁하는 현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살아왔다는 것을 몰랐으니까요. 그러니 교연이 원했던 것은 상투관도, 그 어떤 권력도 아닌 여혜. 그저 여혜뿐이었던 것입니다. 분명 여혜도 이를 알아채는 순간들이 있었을 겁니다. ‘한교연이 저리 다정한 사람일 리 없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곤 하니까요. 하지만 여혜에게 교연은 다정한 사람일 수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됐습니다. 인정하게 되는 순간 그의 삶은 완벽하게 방향을 잃고 말 테니까요. 여혜의 삶은 오직 교연에 대한 복수심만으로 연장되어 왔으니까요.

사랑은 때로 날카롭지만, 또 때로는 그 마음만으로 누군가를 살리곤 합니다. 저는 여혜가 한 평생을 교연에 대한 복수심을 장작 삼아 살아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교연이 주는 사랑과 교연에 대한 애정 또한 존재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다만 여혜를 살리기에 애정은 미약했고, 생을 이어가게 해 줄 강력한 증오를 필요로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둘 중 어느 쪽도 다른 한쪽으로 덮히지 않아 '애증'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어찌할 수 없는 감정만이 남았을 뿐. 

 

너로 세웠던 세상, 네가 부셨고, 너로 다시 세운 세상, 또 다시 네가...
아니 이번엔 무너진 세상 속에 남은 네가 날 삼켰다.
네가 없는 세상에, 너로 가득 찬 것들이 물밀듯이 나를 덮쳐오는데

-교연의 죽음 이후, 여혜

 

그도 그럴 것이 교연은 여혜의 모든 삶의 순간에 함께 했습니다. 교연에 대한 연심으로 설렜던 세상, 현야와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서졌지만 증오로 다시 세운 세상, 그리고 남은 반쪽짜리 진실을 알려주며 본인의 세상을 무너뜨린 교연과 거기 남아버린 여혜. 이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며 여혜는 앞으로 더 나아갑니다.

 

지금까지 세 편의 너무 아픈 사랑을 보며 그 사랑에 대한 단상들도 함께 적어보았는데요, 구독자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망한 사랑을 통해 사랑을 정의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혹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 정의를 내리셨을까요?
제가 조금이나마 정의 내린 사랑은, 삶에서 길을 잃을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안식처일 수도, 방향을 잡아 다시 떠날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곳이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게 되거나, 다시 떠난 길이 막다른 길일 수도 있겠지만요. 자꾸만 해준에게 돌아왔던 서래처럼, 구를 삼켜 하나가 된 담처럼, 여혜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죽음으로 걸어 들어간 교연처럼. 그러나 이 중 누구도 상황이 아닌 사랑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았음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노래와 함께, 사랑에 대한 칼럼의 한 부분을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 가사와 함께 들어주세요

 

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손에 쥐고 환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무정한 신 아래에서 사랑을 발명하다>, 신형철의 격주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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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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