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연금레터는 미래에셋투자증권의 <전략적 인출설계>와 인모스트투자자문의 <인모스트TV>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안전인출률? 얼마를 인출해야 할까?
은퇴 후 지급받는 연금에 대해서 어떻게 얼마나 지출해야 하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합니다. 이전 연금레터에서 소개한 시퀀스 리스크의 핵심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재무상담사 우리리엄 벤겐은 1994년 은퇴소득설계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안전인출률(safe withdrawal rat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안전인출률은 최초의 은퇴 자금에 대해 인출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며, 이후에는 매년 인플레이션에 맞춰 금액을 조정해 인출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즉, 은퇴 첫해에 얼마를 인출할 것인지를 따지는 것이며 이후부터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인출 금액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합니다. 예를 들어, 10억 포트폴리오에서 인출률이 4%라면 첫해에 4천만원의 소득을 인출합니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남아있는 금액과 상관없이 처음 인출했던 4천만원을 기준으로 매년 인플레이션에 따라 액수를 조정합니다.
안전인출률 구조에서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1) 안전 인출률은 최악의 역사적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합니다.
영국을 기준으로, 1900년부터 2016년 사이 모든 30년 은퇴 시나리오를 돌려본 후 연말 잔액을 확인해본다면 약 80%가 은퇴자가 안전인출률을 사용하면 은퇴한 해보다 은퇴기간이 끝났을 때 더 많은 자본(명목금액 기준)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2) 인플레이션이 조정된 소득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첫해를 제외한 인출액은 보유 잔액과 상관없이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됩니다. 인출하는 자금의 액수는 달라지겠지만, 사실 인플레이션의 수치를 제외하고 본다면 실질적으로 인출한 금액(실질소득)은 은퇴 기간 동안 변함이 없습니다. 즉, 작년보다 더 큰 자금을 인출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인출한 자금의 가치는 작년과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3) 자주 인용되는 '4% 법칙'은 미국 투자자를 염두한 것으로 다른 나라에 맹목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안전인출률로 4%가 자주 언급되지만, 이는 미국 시장을 기반으로 산출한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에는 안전인출률은 3.1% 정도로 미국보다 낮습니다. 역사적으로 영국보다 미국의 주식 및 채권 장기 수익률이 더 높기 때문에, 주식의 실질 수익도 영국보다 평균 1% 높습니다.
(4) 인출률은 자산 배분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벤겐이 안전 인출률을 연구했을 때에는 주식50-채권50 포트폴리오가 기준이었습니다. 자산의 비율은 포트폴리오의 수익률과 인출 가능한 자금의 규모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자산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인출률도 달라지게 됩니다.
(5) 인출시 투자 수수료와 상품 수수료를 감안하여 조정해야 한다.
인출 금액은 인플레이션에 따라, 수수료는 포트폴리오 잔액에 따라 결정되게 됩니다. 인출 금액은 해를 거듭할 수록 인플레이션에 따라 늘어나는 반면, 인출 금이 증가함에 따라 포트폴리오 잔액은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시간에 따라 감소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인출금을 결정할 때 수수료도 함께 고려하며 조정해야 합니다.
안전인출률은 상황에 따라 일부 변동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안전인출률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초기에 좀 더 높은 인출률로 시작하거나 혹은 인출을 시작하고 난 후 초기 수익률이 좋지 못하다면 점차 줄이는 등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용이 가능합니다.
2. 은퇴 후 지출은 어떻게 될까?
💡근거 없는 U자형 은퇴 지출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지출은 감소하는 경향
은퇴 후 사람들은 지출을 어떻게 할까요? 흔히들 은퇴 초기에는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고 새롭게 자유를 누리고 싶기 때문에 지출이 많아지고 점차 활동이 줄면서 지출이 감소하다가 인생 후반기가 되면 간병 비용 등으로 인해 지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U자형 은퇴 지출'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은퇴 후 지출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면 오히려 사람들이 은퇴 후에도 저축을 이어가고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저축액을 더 늘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은퇴 초기에 지출이 엄청나게 늘어나지도, 인생 후반기에 장기 간병 비용 때문에 지출이 증가하지도 않았습니다. 장기 간병 비용에 돈을 쓰며 U자형 지출 패턴을 보이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퇴 후 지출은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우선, 오히려 은퇴자들의 지출은 65세부터 점차 줄어 80세가 되면 약 35%까지도 줄어드는 모습이 확인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소득이 중간값보다 높거나 낮은 사람)으로 분리해 봐도 이러한 경향은 대체로 일치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지출을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며, 60세가 넘으면 고소득자가 저소득자보다 더 큰 폭으로 빠르게 지출을 줄입니다.
이런 현상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사람들 전반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납니다. 전체 지출의 40%를 여가를 위한 상품 및 서비스에 지출하는 '사치스러운 커플' 조차도 은퇴 후 10년 정도는 소득보다 더 많이 지출하지만 은퇴 기간 전반에 걸쳐서는 자신들의 소득보다 적게 지출하게 되며, 그 외 다른 형태의 군집 또한 비슷하게 지출을 줄여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통상 인생의 끝자락에 가면 필수적이지 않은 물품에 대한 지출을 잘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 자료는 영국(ILC)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료이지만, 미국에서도 연구 결과는 일치합니다. 미국 고액 자산 가구도 나이가 들면서 지출을 줄이는 경향을 보이며, 은퇴 후반기에 간병 비용이 증가하지만 그 비용이 다른 재량 지출 비용의 감소를 뒤집을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즉 사용하는 지출의 총액은 결국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결국, 결론을 내리면 은퇴 후 지출 설계를 할 때 물가 상승에 맞춰 소득을 인출해야 한다는 가정은 실제 사람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는 가정이자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은퇴 포트폴리오에서 지속 가능한 인출액을 계산함에 있어서 중요합니다. 이상적인 지속 가능 인출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에 따라 점차 인출액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더 많이 인출하는 것을 허용하고 오히려 은퇴 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이를 감소시키는 것이 좀 더 유효할 것입니다.
은퇴 후 지출을 위해 자금 설계를 세우게 될 때, 점점 더 많은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무리해서 높은 수익률을 쫓거나 조급하게 투자 결정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념 혹은 자신만의 생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인출설계에 앞서 급하게 판단을 내리기보다 실제 적용 가능한 요인을 따져보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지난 연금레터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현금주머니'를 따로 두어 적절하게 전략을 고민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따로 마련해두고, 필요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참고하며 전략을 세워나가기를 권유합니다.
💡오늘은 연금의 인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어서 연금인출설계와 관련된 다양한 계획과 준비에 대해 계속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연금레터도 많은 기대와 조회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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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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