얩 섬의 페이: 화폐의 가치는 믿음에서 온다

그러니까 그 돈이 지금 있지는 않은데 있다고 치고~

2023.08.05 | 조회 627 |
5
|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이 행성에는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 행성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대부분의 시간동안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수많은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이 해결책들 대부분은 작은 녹색 종잇조각들의 움직임과 관련된 것이었다. 좀 이상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대체로 볼 때, 불행한 것은 그 작은 녹색 종잇조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더글라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길을 걷다 만 원 지폐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줍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 원 지폐 자체의 물리적 속성은 녹색 종잇조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만 원 지폐가 만 원의 가치로 기능하는 것은 지폐가 매우 귀한 자질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것에 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믿고 인정해 주기 때문입니다.

주워서 재단에 주겠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주워서 재단에 주겠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지폐가 아니라 금을 예시로 들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금 자체가 대단한 광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금을 귀한 것으로 인정해 주고 그 가치를 믿어 주기 때문에 금은 보석으로 기능합니다. 화폐의 본질은 이런 믿음이기 때문에 요즘 우리는 심지어 현금을 잘 들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이 통장에서 저 통장으로 돈이 옮겨 갔다, 혹은 옮겨갈 것이다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거래가 일어납니다. 계좌 이체나 카드 결제를 하면서 물리적으로 돈이 옮겨 가는 것을 보신 적은 없으실 겁니다.

그리고 돈의 이런 속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태평양의 사이판과 괌의 남서쪽 어딘가에 있는 '얩Yap'이라는 섬에 있습니다. 이 섬의 사례는 윌리엄 헨리 퍼니스 3세라는 미국 인류학자에 의해 기록되었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화폐경제학'이라는 책에 소개 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 섬에는 금과 같은 금속 물질이 생산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대신 돌을 돈으로 사용했습니다. 우리가 아무 녹색 종잇조각을 돈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 것처럼 얩 사람들도 아무 돌이나 돈으로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크고 단단하고 두꺼운 바퀴 모양으로 잘 다듬은 돌을 '페이fei(혹은 라이Rai라고도 합니다)'라 부르며 돈으로 인정해 주었습니다.

잘 다듬어진 거대한 페이
잘 다듬어진 거대한 페이

이 페이는 다른 섬에서 채석되고 가공된 뒤카누에 실려 얩 섬으로 운반됐고, 땅에서는 가운데 구멍에 막대기를 넣어 운반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쉽게 운반할 수 있는 무게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얩 섬 사람들의 경제 활동에서는 아주 재밌는 일이 일어납니다.

얩 섬 주민 A가 B에게 물건을 팔면서 B의 집에 있는 커다란 페이를 받기로 했을 때, 실제로 B는 A의 집에 페이를 가져다 주지 않습니다. 그대로 B의 집에 둔 채로 '이제부터 이건 A 것이다'라는 인정이 생겨나는 것으로 거래는 끝납니다.

보다 흥미로운 경우로, 거대한 페이를 소유한 한 부잣집의 일화가 소개돼 있습니다. 이 집의 조상이 다른 섬에서 아주 크고 값진 돌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그 돌을 카누에 싣고 얩 섬으로 돌아오던 중 폭풍우를 만났는데, 살기 위해선 그 돌을 바다에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함께 폭풍우에서 돌아온 사람들 모두가 그 사람이 어마어마한 페이를 카누에 싣고 왔으며 폭풍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다에 버렸음을 증언해 줍니다. 이 덕분에 이 집은 그 페이가 바닷 속에 있음에도 마치 그 페이를 갖고 있는 것처럼 부자로 인정 받고 살아갑니다.

얩 섬의 일화는 '화폐경제학'의 가장 앞 챕터에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밀턴 프리드먼은 우리 사회의 화폐도 얩 섬의 페이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설명합니다. 즉 화폐의 가치는 화폐가 가진 물리적 속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에 페퍼노트는 구독자 님에게 제안합니다. 우리 서로 큰 가치가 있는 사람들임을 믿어 주자고.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5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 행복하게 살자

    1
    about 1 year 전

    이글을 보니,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킬수 있는 자기계발이 제일 큰 투자라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네요 ㅎㅎ

    ㄴ 답글 (1)
  • 이차노

    1
    about 1 year 전

    저는 페퍼노트님이 큰 가치가 있는 분이라고 처음부터 믿어오고 있지요. ^ ^

    ㄴ 답글 (2)

© 2024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 : pppr.note@gmail.com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