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게의 쓰줍레터
2025. 4. 7.
Vol. 3
'쓰레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下'
LETTER
봄 꽃을 보는 마음
안녕하세요, 쓰줍게입니다. 꽃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남부 지방에는 벌써 벚꽃이 지기 시작했어요. 서울도 만개를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봄 바람에 은은하게 실려오는 꽃 향기, 다정함으로 북적대는 인파, 파스텔 톤의 형형색색 봄옷 색깔들, 그런 것들이 떠오르네요. 봄은 오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레터가 한 주를 시작하는데 봄꽃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주 특별하거나 거창하진 않아도 부드러운 기분 좋음을 선사하는, 그런 글이 되길 원합니다. 오늘도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와 함께 짧은 에세이를 담아 보내드려요. 따뜻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URATION
쓰줍게가 모은 콘텐츠
그 누구도 에어컨 없이 살자고 주장할 수 없을 거다. 그러나 에어컨의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사람이 에어컨을 극심한 더위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간주해서 에어컨을 설치하기만 하면 괜찮아질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단언컨대, 우리는 괜찮지 않을 것이다.
제프 구델, 기후 저널리스트
기후 위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쓰줍게는 환경 채널이지만, 막상 기후 위기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지식 콘텐츠는 아직 다루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희가 직접 지식을 정리하기에는 아직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쓰줍레터에서 콘텐츠 추천을 드릴 때, 꼭 기후 위기에 관한 부분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저는 지식을 '인터뷰'의 형식으로 습득하는 일을 좋아합니다. 단순한 설명문이나 기사를 읽는 것보다, 말로 쉽게 풀어진 내용이 훨씬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후 위기는 지식이기 전에, 우리 모두에 관련된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이 인터뷰는 책 <폭염 살인>을 쓴 기후 저널리스트 제프 구델Jeff Goodell의 생각을 담고 있어요. 폭염을 전격적으로 다룬 르포르타주 장르의 책이라고 합니다. 폭염이 가져오는 위험성, 예측 가능성, 대안의 가능성, 실제적인 피해들을 인터뷰에서 직접 확인해보세요.
ESSAY
쓰레기에는 이야기가 있다 下
빈 길거리에도 사람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비 오는 날 흙 묻은 신발이 남기고 간 발자국, 정류장 의자에 누군가 놓고 간 지갑, 공공 쓰레기통을 채운 쓰레기들 따위가 그렇다. 가끔은 타인이 함부로 두고 간 무성의의 흔적을 보기도 한다. 벤치에 나란히 놓여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들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빌라촌 앞 도로를 꽉 채운 담배꽁초를 보고 처음 플로깅을 시작했다.
단 두 사람의 쓰줍으로는 한계가 있다. 작은 골목이어도 모든 쓰레기를 남김 없이 치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는 허락된 시간만큼, 가져나온 봉투의 용량만큼의 쓰레기만을 주울 수 있었다. 시간과 봉투를 꽉 채우고도 거리에 한참이나 남은 쓰레기들을 보며, 우리는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쓰레기가 온데간데 없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지저분하던 거리가 말끔해지기도 한다. 놀라움 반, 다행 반으로 거리를 걸어보며 누구의 선행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어느 날 새벽 산책을 나올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그 비밀을 깨닫게 된다.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보다 한참 앞서 도시를 밝히시는 거리의 청소 노동자 분들이다.
깨끗하게 치워진 거리에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 '선행'으로 여겨질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생업'이다. 학생이 학교에 가고 회사원이 회사에 가듯, 청소 노동자 분들은 매일같이 정해진 구역에서 환경 미화 업무를 한다. 도시의 깨끗함은 사실상 그 분들의 땀방울로 지켜지고 있다. 쓰줍을 하며 깨달은 것은 그 분들의 보이지 않는 노고가 얼마나 위대한지에 관한 것이다.
쓰줍게 멤버와 함께 '쓰레기 투어'를 가보고는 그 생각이 더욱 확실해졌다. 투어에서는 쓰레기가 버려지고, 분류되고, 소각되고, 매립되고, 재활용되는 큰 사이클을 돌아볼 수 있었다. 청결한 거리가 만들어진 거대한 시스템을 들여다본 느낌이었다. 물론 더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을 이루는 한 명 한 명의 노력이었다. 쓰레기 처리의 각 단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들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쓰레기 투어에 대한 글을 그토록 길게 썼던 것도 그 이유였다.
쓰줍게는 우리의 쓰줍 이야기를 기록하는 채널로 시작했다. 그렇지만 막상 채널을 운영하는 일은, 이 이야기가 비단 우리의 것만이 아님을 깨닫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쓰줍게가 다루는 이야기는 점차 확장되어 갔다. 환경 이슈, 인터뷰 큐레이션, 친환경 스타트업 소개 등등... 앞으로도 담고 싶은 것들이 많다. 현생이 조금 바쁠지라도, 오래도록 이 일을 이어가고 싶은 이유이다. 소홀해졌던 마음을 다시 붙잡아 본다.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남았다.
즐겁게 읽으셨나요? 아래에서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