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 시험에서 5점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 요구했다. 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으니, 학교 성적표도 A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2025년 미국대학입학상담협회(NACAC) 컨퍼런스의 ‘입시 부정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Fraud)’ 세션에서 상하이의 학교장 크리스 모지스(Chris Moses)가 소개한 사례다. 학교가 거절하자, 학부모는 성적을 바꿔주는 다른 학교로 옮기겠다고 했다.*
시험 점수 하나가 학교의 한 학기 기록까지 다시 쓰는 근거가 된 셈이다.
성적표의 글자를 바꾸는 일과 아이의 실력을 키우는 일은 전혀 다르다.

부정행위에도 가격표가 붙는다
흔히 입시 부정을 몇몇 부도덕한 가정의 문제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션이 들여다본 것은 그보다 큰 구조였다. 누군가는 불안을 팔고, 누군가는 합격 실적을 팔고, 그 사이에서 학생의 기록이 상품이 된다.
이니셜뷰(InitialView) 공동창업자 테리 크로퍼드(Terry Crawford)는 중국 현지 동료들이 고객인 척 문의하며 조사한 사례를 소개했다. 시험 부정과 성적표 조작을 제안하는 판매자들이 일반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래하고 있었다. 판매 이력과 이용자 평점까지 있었다고 한다.*
은밀한 일탈에 시장의 문법이 붙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 사례를 중국 학생 전체의 모습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현장 질의에서는 미국 학교의 상담교사도 가정의 불안을 자극하는 고액 상담업체 문제를 제기했다. 무대는 달라도, 좁은 합격 문 앞에서 불안이 돈이 되는 구조는 닮아 있었다.
부정의 시장을 키우는 것은 합격에 대한 열망과, 그 열망으로 돈을 버는 구조다.
합격 실적이 다음 고객을 부른다
학교도 이 구조에서 자유롭지 않다. 모지스는 성적 변경을 거절해 학생이 떠나면 학교의 수입이 줄고, 운영에 압박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유명 대학 합격자가 나오면 다음 학부모들이 몰려온다.
그가 소개한 사례에서 평소 학교 설명회에는 15~20가정이 왔다. 다트머스·컬럼비아 등의 합격 소식이 나온 뒤 열린 설명회에는 150명이 찾아왔다.* 두 숫자의 집계 단위는 다르지만, 합격 소식이 학교에 어떤 경제적 유인이 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학부모만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상담기관이 무엇을 성공으로 내세우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물론 이 사례가 모든 학교나 컨설팅이 부정을 저지른다는 뜻은 아니다.
누가 합격했는지만큼, 그 학생이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준비했는지도 물어야 한다.
점수 받기 쉬운 학교가 아이에게 좋은 학교일까
이 이야기는 한국의 학부모에게도 낯설지 않다. 나는 지난 1월 하노이 설명회에서 비인가 교육기관에 다니는 학생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점수를 후하게 주는 환경이라면, 성적표만 보고 아이의 준비가 끝났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다. 실제 학습과 생활의 데이터를 함께 봐야 했다.*
비인가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교육기관을 같은 부류로 묶으려는 것은 아니다. 당시 설명회에서도 그 점을 먼저 짚었다. 내가 문제 삼는 것은 일부 기관이 운영상의 문제를 감추거나, 아이를 가르치는 대신 좋은 성적표를 상품처럼 내세우는 일이다.
6월 설명회 자료에서도 나는 ‘GPA 만들기 쉬운 학교’가 오히려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 역시 불법적으로 운영되는 미인가·미등록 교육시설에 대한 대응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어떤 근거로 운영되는 기관인지, 그곳의 교육과 기록을 진학할 대학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할 문제다.*
어른이 파는 것은 합격의 약속인데, 그 약속이 무너졌을 때 잃는 것은 아이의 시간이다.
학교를 고를 때 합격자 명단만 볼 일이 아니다. 누가 무엇을 가르치는지, 성적은 어떤 기준으로 매기는지, 운영의 근거와 기록의 신뢰성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물어야 한다. 아이가 다닐 곳이라면 그 정도 질문에는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서류 사이의 빈틈도 본다
그렇다면 서류를 그럴듯하게 만들면 끝일까. 밴더빌트대학교 입학 담당자 셰인 맥과이어(Shane McGuire)의 설명은 달랐다. 그는 화려한 활동 목록이 추천서의 내용과 연결되는지, 서로 다른 추천서가 지나치게 같은 언어를 쓰는지, 에세이의 영어와 인터뷰에서 드러나는 영어가 어울리는지 살핀다고 했다.*
의문이 생긴 지원서는 표시해 두고 다른 담당자가 다시 검토한다. 필요한 경우 학생이나 학교에 맥락을 묻는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이를 곧바로 부정의 확정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설명을 듣고 의문이 해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좋은 지원서는 문장마다 완벽한 서류보다, 여러 기록에서 같은 학생이 보이는 서류에 가깝다.
나는 그의 설명을 이렇게 읽는다. 활동, 추천서, 에세이, 인터뷰가 각각 다른 사람을 가리키면 설득력이 약해진다. 다만 이는 한 입학 담당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해석이지,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채점 공식은 아니다.
검사지를 고쳐도 몸은 건강해지지 않는다

건강검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자. 검사지를 열어 숫자를 바꾸면 종이는 깨끗해진다. 하지만 몸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달라질까.
입시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성적의 원인을 찾고, 읽기와 쓰기를 연습하고, 실제로 한 활동을 자기 말로 설명하는 데는 시간이 든다. 기록을 꾸미는 것은 그 시간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대학에 들어간 뒤 과제를 읽고 토론하고 글을 써야 하는 사람은 결국 아이 자신이다.
정직하면 반드시 원하는 대학에 붙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나 역시 모든 학생의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합격 이후에도 아이에게 남을 준비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볼 수 있다.
입시 준비가 끝났을 때 남아야 할 것은 잘 꾸민 기록뿐 아니라, 그 기록을 설명할 수 있는 학생이다.
성적을 지우는 대신, 맥락을 설명하자
모지스는 아버지를 잃은 뒤 한동안 성적이 흔들린 학생의 이야기도 꺼냈다. 학생은 낮은 성적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할까 두려워했다. 그가 택한 방향은 성적을 바꾸는 대신, 학생을 적극적으로 돕되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이 장면은 내게 오래 남는다. 아이에게 필요한 어른은 지나온 시간을 지워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시간의 의미를 함께 설명해주는 사람일 수 있다. 낮은 성적과 시행착오도 학생이 살아온 맥락 안에서 읽혀야 한다.
여러분은 자녀의 준비 과정을 보며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가. 이번 주에는 활동표와 에세이를 옆에 놓고 세 가지만 물어보면 좋겠다.
아이는 자신이 했다는 일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가?
성적·활동·에세이는 같은 학생의 경험을 보여주는가?
지금 받는 도움은 아이의 실력을 키우고 있는가?
처음의 성적표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A라는 글자를 대신 써줄 어른보다, 아이가 다음 학기를 다르게 살아가도록 도울 어른이 필요하다. 그 역할부터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강철호
* 출처: NACAC Conference 2025, ‘The Economics of Fraud’ 세션. 발표자의 사례·의견을 요약했으며, 본문의 비유와 학부모를 위한 제안은 나의 해석이다.
* 한국 사례: 2026.1.28 하노이 설명회, 2026.6.24 ‘미국 대학입시 기본–성적편’ 설명회
이미지: NACAC 현장 사진은 ST Plymouth 보유 사진이며, 표지와 생활 비유 이미지는 AI 생성 일러스트에 지마켓 Sans로 문구를 조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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