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한국 군위 순례길 - 사유원

옥수수 여러분 안녕하세요, 노디입니다. 어느덧 한 층 더 무더워진 6월이 왔습니다. 5월 한달도 잘 지내셨나요? 이제는 적응이 되서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5월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화되었죠. 가끔 마스크를 안 쓰고 있는 제 모습을 보고 놀랜적도 있는 걸 보면 아직 좀 더 적응 시간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실외 마스크 해제 기념으로 이번달 노디픽 공간은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곳으로 준비했습니다. 제가 지금껏 소개해드렸던 공간 중 원탑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요.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볼 거리가 많고, 가장 시간이 아깝지 않은 곳입니다. 그러니 여러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평일, 주말 기준 입장료 가격이 다르니 홈페이지에서 참고해주세요.)

🧢군위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수도권을 벗어나 경북 군위에 위치한 곳입니다. 군위의 위치가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근접한 도시로는 대구광역시가 있는데요, 여기서도 차로 한 시간 정도 이동해야 오늘의 장소가 위치해있습니다. 거리가 있기 때문에 자차 또는 택시로 이동하시는걸 추천드립니다. 대중교통은,,안타깝게도 없습니다.

비록 군위의 인지도가 많이 낮지만 저희한테 익숙한 영화 한 편이 있죠. 바로 <리틀포레스트>인데요. 영화에서 나왔던 혜원의 집 촬영지가 군위 우보면에 위치해 있습니다. <리틀포레스트>는 2018년에 개봉한 영화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요. 고단한 도시의 삶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온 혜원이 사계절의 자연 속에서 음식을 통해 치유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귀촌을 꿈꾸기도 하고 시골에서 한달살이를 하시기도 하는데요. 그 배경엔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여유로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을 해먹는다는 것 자체가 도시생활에선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그 시간을 통해 생각하고 그 과정을 통해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 되는 거겠죠. 오늘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는 이곳 [사유원]도 그런 의미의 공간이 되길 바라며 본격적으로 오늘의 공간 소개 시작합니다.

🧢모과나무 4그루

사유원은 이름 그대로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건축물과 함께 사색하는 공간입니다. 수목원이라고 소개되고 있지만 저는 순례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걸어가는 그 시간을 통해 생각의 정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사유원의 정식개장은 2021년 9월이지만 사실 꽤 오래전부터 이 프로젝트는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사유원 첫 시작은 2006년도입니다. 현 부지 매입이 이루어지면서 2013년부터 차례로 숲속에 건축물들이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유원의 시작이 모과나무 4그루에서 비롯됐다는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태창철강의 유재성 회장은 지역의 알아주는 문화예술 후원자였는데 300년된 모과나무가 일본으로 팔려간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4그루를 전부 매입하였습니다. 이후에도 소식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매입을 하여 총 108그루의 모과나무를 구입하게 된것이죠. 이후 모과나무의 유지관리를 위해 수목원 계획을 구상했고 그 꿈이 2006년도에 시작하게 됩니다. 

🧢지도 한 장과 GPS, 그리고 물

사유원의 크기는 32만3082㎡인데 이는 약 축구장 45개 규모입니다. 넉넉잡아 4~5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간편한 복장과 최소한의 물건을(음식물 반입 불가) 갖고 올라가야합니다. (올해 5월부터 시간제한이 풀렸습니다, 원래 4월까지만 하더라도 제한 시간이 3시간이었습니다) 사유원 입장시 지도 한 장과 GPS, 그리고 물을 제공합니다.

별거 아닌것처럼 보이는 이 3가지가 사유원에선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사유원 안에는 자연 이외에도 사유를 위한 공간들이 숲 곳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핸드폰으로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지도에 의지해서 그 공간들을 보러 다녀야 합니다. 워낙 큰 규모로 조성되어 있고 예약된 인원만 관람가능하기 때문에 사유원에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칠 일이 적습니다. 수목원에서 일하는 정원사들도 간혹 마주치기 때문에 혹시 있을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 GPS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물도 무거워서 안 가져가시는 분들이 있던데, 저는 지참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곳곳에 배치된 음수대에서 물을 보충해서 갖고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3가지가 준비 됐다면 이제 사유원을 탐방을 시작해볼까요?

*사유원을 잘 이해하기 위한 꿀팁을 하나 드리자면, 공간들의 이름이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는데 이는 유재성 회장과 승효상 건축가 모두 한자에 관심이 많아 고시나 고문에서 따온 글자가 많다고 합니다. 한자의 뜻을 알게 되면 그 공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사유원

사유원 내부의 공간들은 오랜 기다림과 인내의 시간을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같이 참여한 전문가로는 건축가 승효상을 비롯하여 최욱, 알바로 시자와 조경가 정영선 등이 있습니다. 승효상 건축가는 현암을 비롯하여 사담, 명정 등 사유원의 많은 부분을 디자인하였는데 최소한의 건축을 사용하여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으려고 했고 자연과 건물이 융합되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추천코스로는 소대를 시작으로 별동유천을 둘러보는 한 바퀴 코스가 있지만 지도에서 길을 잘 못들었을 경우 다른 길로 안내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도를 잘 보고 시간 분배를 하는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홈페이지 상으론 3시간 코스라고 나오지만 막상 제가 가보니 사진찍고 잠시 쉬었다가려면 최소 4시간은 잡아야 여유롭게 관람이 가능합니다.

🧢명정

사유원의 주요 시설이 10군데 이상되고 그 모두를 설명드리면 다소 지루한 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느꼈던 곳과 제가 사유원에서 알게된 에피소드 3가지를 알려드리려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았던 공간 중 한 곳은 명정입니다. 명정은 사유원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는 명정이 전망대라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오르는 이유는 이런 전망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연경관의 모습을 보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명정은 전망대로서 오히려 나 자신을 내려다 보는 공간으로 계획되었습니다. 보이는 외관의 모습과 달리 건물의 많은 부분이 땅 속에 묻혀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봐온 자연경관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와 대면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기 위해서인데요. 벽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 소리와 나의 소리가 메아리쳐 오롯이 나(또는 우리)한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에피소드 01 - 능허대

우연인지 계획인지 모르겠지만 명정을 나오면 능허대라는 곳이 보입니다. 저는 이곳의 설계 위치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데요. 사실 근처에 계신 관계자분한테 물어보지 않았더라면 작은 연못인줄 알고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이곳은 지하수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뻥 뚫린 전망뷰가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이미 많은 시간을 걸어서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온 사람들을 위한 휴식처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보상심리를 충족시켜주는 곳이었습니다. 앞서 명정에서 못 본 사유원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알려드리자면, 제가 갔을때는 오픈전이었는데 최근에 ‘가가빈빈’ 북 카페가 명정 옆에 가오픈을 했다고 합니다. 능허대와 같이 최욱 건축가가 설계했는데요. 이곳에서도 간단한 식음료를 먹을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좋을거같아요. 

🧢에피소드 02 - 다불유시

명정 근처에도 하나가 있는데 사유원은 곳곳에 생태 화장실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인 오픈형 푸세식 화장실인데요. 이곳도 상유원 컨셉에 충실한 곳으로 사색하면서 볼 일을 볼 수 있는 그런 전망 좋은 화장실인입니다. 하지만 저는 화장실에서 보이는 자연경관보다 볼일 볼 때 누군가가 들어올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더 컸던지라 이용해보진 못했습니다. 혹시 도전해보신 옥수수 여러분이 있다면 후기 좀…… 중국에선 화장실을 WC라고도 표현하는데 그걸 한자처럼 적어놓은 센스가 돋보였던 생태화장실이었습니다.

🧢에피소드 03 - 피카소와 소요헌

명정 외에도 소개해드리고 싶은 곳 중 하나는 소요헌입니다. 대부분의 관람자가 두번쨰로 마주하는 건축물이기도 한데요.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닐며 다니는 집’이란 뜻으로 2019년도에 완공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본래 이 설계안은 스페인에 지어질 피카소 미술관으로 알바로 시자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위해 설계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프로젝트가 보류되었고 최종적으로 사유원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설계된 것보다 스케일이 줄었다고 하지만 사람이 느끼기엔 여전히 거대한 스케일감이었고 구조체만으로 완성된 건축물이 주는 감동이 컸습니다. 평소에 명상이나 사유를 안 하는 사람이어도 그 안에 속해 있으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끔 유도되는 느낌이랄까요. 건축이 주는 힘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모과나무에서 시작해 사유원이 조성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인내와 수고의 시간 덕분에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유원에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공간과 같이 소개드리고 싶은 영화는 음식을 통해 치유의 시간을 전하는 <리틀포레스트<입니다. 김태리 배우가 나우는 한국판 <리틀포레스트>는 이미 많은 분들이 접하셨을거라고 생각되어 이번에는 일본원작 <리틀포레스트>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일본의 <리틀포레스트>는 여름과 가을, 겨울과 봄으로 나누어 각각 2014년 8월, 2015년 2월에 개봉하였습니다. 줄거리가 한국판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영화에 나오는 음식이 일본음식이라는 점에서 조리과정의 차이나 식재료의 차이가 있어 또 다른 보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입니다. 

저는 일본판 <리틀포레스트>를 더 먼저 접했었는데요. 영화가 4계절을 담고 있다는 부분과 그 계절과 어울리는 요리들을 만들어내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리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도 부러웠습니다. 시골에 돌아갈 집이 있다는 점, 동네 친구들이 아직도 고향에 있다는 점, 그런 음식들을 만들어낼 요리실력이 있다는 점 등이 말이죠.

사실 돌이켜보면 우리의 4계절도 음식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만 도시에서의 삶은 영화처럼 정성 들여 좋은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부족하고, 그걸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부족할 수도 있죠. 또 시골감성의 집이 없을 수도 있구여. 마찬가지로 실제 시골에서의 삶은 부지런해야하기에 도시에서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시골에 살던 도시에 살던 우리는 모두 리틀포레스트 같은 삶을 동경하는 건 똑같은 거죠.

리틀포레스트를 통해 우리는 대리만족을 얻고 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매게체가 요리이고 그 요리를 통해 우리는 힐링의 시간을 보내죠. 그런 점에서 사유원은 대리만족을 넘어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힐링의 메게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건없이 그곳에만 가면 모두에게 동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주어집니다. 그곳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건 본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떻게 사유원을 사유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유하는 공간으로 그 공간이 조성되었지만 처음 방문한 입장에선 모든것이 다 새롭고 셀레는 마음이었죠. 그래서 욕심부려 모든 장소들을 다 보고오기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사유보단 도장깨기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마음처럼 안되지만, 기회가 된다면 저도 여유를 갖고 사계절의 사유원을 각각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공간들이 한국에 많이 생겨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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