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맛 팝콘] - 파리의 랜드마크를 노리는 <피노 컬렉션>

옥수수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돌아온 노디🧢입니다. 한 달 건너뛰고 인사드리니 계절이 바껴 있네요. 저는 개인 일정이 있어 잠시 프랑스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처음 다녀온 해외일정이었는데 매우 설렜다는건 말 안해도 짐작이 가시겠죠? (윤프님 보고 있나,,ㅎ) 프랑스 파리에 있으면서 지난번 여러분한테 언급했던 유럽의 틸트창이 생각났습니다.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방충망이 없어도 모기나 벌레를 거의 못 봤답니다. 

다만 벌 때문에 종종 애를 먹었는데요. 음식 냄새, 특히 단내가 나는 음식이면 공원, 테라스, 빵집을 막론하고 어디든 나타나는 벌 때문에 음식을 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ㅠ 나중엔 포기하고 그냥 벌과 같이 나눠 먹었다는...벌이 많으면 그만큼 도시가 깨끗하다는 뜻이라는데, 맞는거겠죠? ㅎㅎ

🧢피노 컬렉션

파리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랜드마크가 있죠, 요즘 부식논란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에펠탑인데요. 1889년에 지어져 이미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여전히 파리의 상징적 구조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역사성이 지닌 상징적 의미로는 에펠탑을 이길 수 없지만 현대에도 파리시에는 다양한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는데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피노 컬렉션>이 그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에펠탑 다음으로 현재 파리시에서 가장 화재가 되고 있는 공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세기의 라이벌

<피노 컬렉션>을 소개해 드리기 전에 이 두 사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프랑수아 피노와 베르나르 아르노 입니다. 프랑수아 피노는 구찌(GUCCI)를 비롯해서 입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케어링 그룹의 회장입니다. (영화 해리포터로 유명한 배우 엠마 왓슨이 케링 그룹의 이사로 취임해 화재가 됐었죠.) 

베르나르 아르노는 루이비통을 비롯해서 마크제이콥스, 로에베, 셀린 등을 소유하고 있는 LVMH 회장이구요. 이 두 그룹이 현재 명품 패션계를 양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수량과 수익으로 따지면 아르노 회장의 LVMH그룹이 훨씬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현재까지 총 75개의 명품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고 작년 기준 명품시장 매출에서 440억유로를(약 62조 52억원) 벌어드려 유럽 시가총액 1위 기업입니다. 우리가 명품백을 살 때 저분은 명품 브랜드를 사버린다는 얘기까지 돌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별명이 명품업계의 태양왕 루이 14세라고 합니다. 확실히 131억유로의(약 18조 4천억원) 시가총액을 기록한 케링그룹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어보입니다. 

🧢문제의 구찌GUCCI

한때 이 둘은 서로의 집을 왕래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피노회장이 구찌(GUCCI)의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까진 말이죠. 사실 아르노 회장은 10년 가까이 구찌를 지켜보며 경영권 인수를 위해 때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LVMH에 경영권이 넘어가길 원하지 않았던 구찌의 대표이사로 인해 이 기회는 피노회장에게 넘어갔고 결국 1999년 3월, 아르노 회장은 친구한테 자신이 눈독들인 구찌를 빼앗기고 말았죠. 구찌의 경영권을 인수받고 연이어 입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등을 인수하기 시작하면서 피노회장은 회사 이름을 피노 프렝탕 레두트(PPR)에서 케링(KERING)으로 바꾸며 본격적으로 럭셔리 산업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역시 돈 앞에서 우정이란 없습니다. 이 때부터 이 둘의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개이득?

재미있는 건 이 싸움이 회사 경영을 넘어서 미술시장으로까지 번졌다는 점인데요. 피노회장은 일찌감치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기고 미술업계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5000여점 이상의 미술품을 보유했고 베니스에 2개의 미술관까지 오픈한 피노회장은 아트 비즈니스에서만큼은 아르노 회장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하지만 2014년 루이비통재단미술관이 파리 외각에 설립되면서 피노회장은 큰 질투를 느끼게 되고 그의 오랜 숙원이었던 ‘파리 미술관’ 프로젝트를 80세의 나이에 시작하게 됩니다. 두 큰 손이 움직인 덕분에 파리시는 루이비통재단미술관에 이어 또 하나의 랜드마크 건물이 될 <피노 컬렉션>을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싸움에서 가장 득 보고 있는건 파리시인 것 같네요.

🧢역사성, 위치성

피노 컬렉션의 원래 이름은 부르스 드 코메르스 Bourse de Commerce. 이곳은 원래 상업 거래소 건물이었는데 파리시에서 건물 내부의 복원과 향후 50년간의 운영권을 피노 회장에게 제안했습니다. 이 건물이 위치한 자리는 퐁피두 건물과도 인접한 곳으로 인구밀집도가 매우 높은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피노 회장은 그토록 원했던 파리 시내 한 복판에 본인의 컬렉션을 전시할 수 있는 미술관을, 파리시는 옛 건물을 복원 유지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득이라고 볼 수 있겠죠. 

피노 컬렉션은 지하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1만500m2(3176평) 면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다양한 규모의 10개 전시장이 있고 지하에는 284석 규모의 오디토리엄이 있습니다. 공간을 제대로 구현해내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했는데요. 가구, 조명, 설치에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로낭&에르완 형제가, 역사적 건물의 복원 및 보존에는 전문가 에르-앙투안 가티에가 합류했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공간인 로통드(Rotonde)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맡았는데요. 로마의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아 내부에 지름 30m, 높이 9m의 실린더형 콘크리트 벽을 세웠습니다. 18세기 건축의 구조물과 장식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공간이 모던하게 재해석된 순간이었죠. 덕분에 이 벽 안쪽에선 전시를 위한 모던한 공간이, 바깥쪽으론 클래식한 복도로 연결되면서 이중성을 지닌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합니다. 

천장 돔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프레스코화를 시시각각 다른 각도에서 비추면서 공간은 더 풍요로워지는데요. 세계 무역의 발달을 묘사한 프레스코화가 콘크리트 벽과 대조가 되면서 더 극적인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관람객 입장에서 저는 이번 싸움에서 피노 회장에 한 표를 주고 싶습니다. 루이비통재단미술관도 충분히 우아하고 세련 됐지만 현대와 과거가 만나 시너지를 이루는 공간 앞에서 조금 역부족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접근성 또한 피노컬렉션을 따라올 수 없구요. 앞으로 아르노 회장이 어떤 방식으로 피노 회장에게 엿 먹일 궁리를 하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러시: 더 라이벌

프랑수아 피노 회장과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이 떠오릅니다. 영화 [러시: 더 라이벌]의 두 주인공 제임스 헌터와 니키 라우다입니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실화 바탕으로 F1 (F1은 포뮬러 Formula의 약자로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기의 라이벌이었던 제임스 헌터와 니키 라우다의 대립과 우정을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타고난 본능으로 천재성을 지닌 제임스 헌터. 매력적인 비주얼과 천재적인 실력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습니다. 그와 반대로 성실하며 노력파인 니키 라우다는 오로지 철저한 계산과 20%이상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신념으로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카 레이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꽤나 피노 회장과 아르노 회장을 닮았습니다. 

“네가 우승하는 것을 보며 죽음과 싸웠고, 다시 운전대를 잡게 한 것도 너였다.”

영화에서 니키 라우다가 경기도중 입은 부상을 회복하고 다시 경기장에 돌아왔을 때 라이벌인 제임스 헌터에게 했던 말입니다. 라이벌은 때론 서로에겐 없어서는 안 될 의존적 존재라는 생각이 드는 구절인데요. 라이벌인 아르노 회장이 없었다면 과연 피노회장이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까지의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원동력도 서로가 없었으면 힘들지 않았을까요? 저도 파리에서 안도 타다오의 걸작이 들어간 피노컬렉션을 볼 수 있을 기회가 없었을지 모르겠네요. 피노 회장이 80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건 라이벌인 아르노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앞으로 두 분의 싸움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결과이길 소망해봅니다. 우리도 주변의 우리를 한 단계 성장해 줄 라이벌 한 두 명 만들어보자구요.

“진정한 라이벌이란, 적이 아닌 서로의 인생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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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   윤프🤴 / 영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