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0] 🍄 Who Run the World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로이🍄입니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계시나요? 아득했던 2021년도 어느새 끝 무렵이 오고 있네요. 여전히 불확실한 삶 속에 살아갔던 한 해, 계획하셨던 것들은 잘 이루셨나요? 아니, 무엇보다 행복하셨나요? 아직 2주 정도 시간이 남아있으니 아쉬움이 남는 무언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어느 것이든 한번 해보시길 응원합니다.

저는 최근 슬픈 소식을 들었답니다. 제 막내 고모가 아프시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친척들과 그렇게 친하지 않아요. 오히려 인척보다 더 낯설어하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는 핀잔을 듣기도 하죠. 하지만, 막내 고모는 조금 다르답니다. 9살 즈음이던가요? 부모님께서 상한 명절 음식을 드시는 바람에 새벽에 응급실에 가신 적이 있었는데요. 처음 겪는 소동에 많이 당황한 저와 여동생을 고모께서 보살펴 주셨답니다. 저희 어머님이라면 절대 사주지 않았을 ‘만들어 먹는 젤리’까지 주시면서요. 그날 늦은 밤 젤리를 만들며 놀았던 기억은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사실 막내 고모는 누구보다 강한 여성이셨어요. 6남매의 막내였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저에겐 조부모님)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모셨고, 크고 작은 일을 이뤄내시며 가정을 이끌고 사촌동생들을 키워 내셨으니까요. 평생 동안 많은 것을 책임지고 싸워냈던 강한 여성이 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늘 그러셨듯이 이 싸움에도 승리하실 것이라고 확신해요. 오늘은 이 마음을 담아 막내 고모처럼 위대하게 밴드를 이끄는 여성 Frontperson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가져와 봤어요.

​📧 추신(1) 오늘은 중요한 안내사항이 있어요. 2021년 연말 결산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우리 구독자님의 의견이 궁금해요. 아래 링크를 통해 올해 PRIIISM을 통해 소개된 노래 중 가장 좋았던 노래에 투표해주세요. 투표를 통해 PRIIISM 구독자 분들이 뽑은 🌈올해의 노래를 선정해보려 해요. 재미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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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신(2) PRIIISM 뉴스레터는 상단의 '🌏웹에서 보기' 버튼을 누르면 보다 쾌적하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 The Volunteers – Let me go!

나는 INFJ다. 누가 그러더라 INFJ는 내면에 마더 테레사와 히틀러가 공존하는 사람이라고. 어쩐지 그냥 다 때려 부수고 뒤엎고 막살고 싶더라니...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 욕망과는 달리 그 누구도 강요한 적 없는 이상한 도덕적 기준으로 한 번도 그렇게 살지 못했다는 점도 딱 맞다. 역시 MBTI는 이 시대의 과학, 종교, 정의다.

The Volunteers는 이런 나의 욕망을 대신 해소해주는 밴드다. 분위기는 보니 앤 클라이드(Bonnie and Clyde) 같고, 스타일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 같다. 특히, 백예린 이 소녀는 그야말로 무자비한 록스타(ruthless rock star)인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대신해준다는 측면에서 이들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낀다. 마치 로드무비처럼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를 보며, 이제는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은 청춘의 무일푼, 무계획, 무작정 여행을 추억하는 것 따위 등이다. 

Let me Go!는 단순한 가사에 시원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음악이다. 그래! 밴드 음악은 이렇게 또 단순해야 제맛 아닌가? 신경 써야 할 일, 해야 할 일, 책임져야 할 일등 많은 일상 속 노이즈는 잠시 캔슬하고 에어팟을 켜자. 그리고 막춤을 추며 외치는 거다. Fxxk them all! Let me Go!!!

🍄 Yeah Yeah Yeahs – Turn into

충격 그 자체였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한 계기로 이들의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 독특함을 넘어 기괴함까지 느껴지는 퍼포먼스와 노래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역시나 보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인 카렌 오(Karen O). 그야말로 Yeah Yeah Yeahs의 뮤즈이자 독보적인 아이코닉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폴란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 유명한데, 그녀만의 신비로운 비주얼과 독특한 패션 센스로 Yeah Yeah Yeahs만의 펑키하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너무나 잘 연출한다.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숏컷 헤어스타일에 짧은 드레스를 입고 약에 취한 듯 발작하며 몸을 흔들어 제끼는(그래, 흔들어 제낀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그녀를 보면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하려는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어느덧 결성 22년 차를 맞이한 Yeah Yeah Yeahs를 대표하는 곡은 2003년 발매한 데뷔 앨범 [Fever to Tell]의 타이틀곡인 <Maps>이지만, 오늘은 마음을 담아 2집 [Show Your Bones]에 수록된 <Turn into>를 소개한다. Yeah Yeah Yeahs에게 기대했던 상또라이 기질은 다소 느껴지지 않아 어쩌면 평단에는 좋은 소리를 못 들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 중 가장 눈물 날 듯 아름다운 노래라고 생각한다. 아마 요즘 시대에는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노래이지 않을까.

🍄 새소년 - 눈(Winter)

고모에게 병문안을 하러 가기로 했다. 쉬어야 하는 일요일 오후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셨으니 인사치레라도 최소한의 조카 된 도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치료 과정에서 피부가 많이 안 좋아진다고 들어 병원 근처 백화점에 들러 로션과 크림을 둘러보고 있었다.

고모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병원이 공사를 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면회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전화로 고모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갑자기 눈물이 와르르 쏟아졌다. 보러 가기로 했는데, 인사하러 가기로 했는데, 얼굴 보고 싶었는데 미안하다며 백화점에 서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가끔 내가 너무 무신경한 사람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는가? 연민하고 애통해 하는 마음이 있는가? 타인의 슬픔에 함께 눈물 흘려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슬픈 음악과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왜 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아픔에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가? 이기적인 나에겐 진짜 사랑이 존재하는가?

새소년의 <눈>을 들었다. 황소윤의 목소리가 마치 사랑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뒤틀린 마음을 쥐어 짜내는 탄식처럼 들렸다. 자조하다 못해, 자학하는 느낌이다. 나 역시 그렇다. 미안해요. 고모. 사실 나는 그동안 가족에게 사랑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어요. 오히려 염치없이 저 스스로를 가엾이 여겼죠. 늦기 전에 더 많이 내 가족을, 주변을 사랑하는 사람이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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