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2] 🥦 일 년의 삼분의 일이 지나갔다니요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어느덧 5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 걸까요. 일에 바짝 불타는 며칠을 보내서 시간이 더욱 빠르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일만 하면서 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출장 길을 조금 서둘러서 전시도 봤어요.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헬스장을 옮기고 부지런히 다니면서 어느새 새로운 운동 환경에 익숙해지기도 했습니다.

최근에 읽은 글 중 가장 마음에 닿아서 여러 번 읽어본, 앞으로도 곱씹을 것 같은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봅니다. 소설가로 더 익숙한 한강 작가의 「서시」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 나에게 말을 붙이고 /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 오래 있을 거야. /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 잘 모르겠어."

일 년의 삼분의 일이 흐르는 동안 날도 부쩍 따뜻해졌습니다. 이제 셔츠 한 장으로도 충분한 계절이 되었네요. 해도 길어졌고요. 다가오는 주말에 날이 화창하다면 맨투맨에 반바지를 입고 동네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할까 봐요. 바쁜 나날을 보냈으니 하루쯤은 아무 생각 없이 널브러져도 괜찮겠죠. 오늘 PRIIISM에는 일하고, 틈틈이 노는 와중에 즐겨 들었던 세 곡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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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M -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

얼마 전 놀랄 만한 일이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악 축제 중 하나인 미국 코첼라(Cochella) 페스티벌이 열렸다. 거기 헤드라이너, 그러니까 공연 피날레를 장식하러 우리나라 뮤지션이 무대에 오르다니! 그 주인공이야 다들 아시다시피 블랙핑크(Blackpink)였다. 과거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프린스(Prince), 근래에는 위켄드(The Weeknd),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가 섰던 자리를 우리나라 뮤지션이 차지한 것이다. 세상에 마상에, 마음 속에 태극기가 매우 펄럭였다.

가슴이 웅장해질 일은 그뿐만이 아니다. 4인조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싱글 <Cupid>가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한 주 한 주를 거듭하며 순위가 올라 현재 41위다. 빌보드 차트 순위 소식은 워낙 많이 들어서 이젠 별 감흥이 없을 지경이다. 다만 이들은 홍보비 같은 예산도 여유롭지 않을 중소기획사에서 데뷔한 터라 블랙핑크와는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주고 있다. 예전엔 '케이팝'에 과장과 기대가 섞여 있었다면 오늘날 케이팝은 정말로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 '새로운 흐름'이라고 부르기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날이 오는 데엔 역시 방탄소년단(BTS)의 공이 지대했다. 이들이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룹 활동을 중단한 이후, 입대하지 않은 멤버들은 개별 활동에 열심이다. <Still Life>는 BTS의 리더이자 메인 래퍼 RM의 솔로 음반 [Indigo]에 실렸다. 'Still Life'라는 곡 명은, 정물화 할 때 '정물(靜物)'과 'It's still life'라는 중의적 의미로 해석된다. 멈추지 않고 꽃을 피워내겠다며 '스웨그(Swag)'를 과시하는 RM의 중저음 랩이 인상적이다. 앤더슨 팩(Anderson .Paak)이 노래에 감칠맛을 더했다. 이젠 피처링도 월드 클래스다.

🥦 Niall Horan - Nice To Meet Ya

경쾌하다, 신난다, 처음 들어도 금방 따라할 수 있을 만큼 후렴구가 쉽다. 그러므로 충분히 이렇게 예상해볼 수 있다. <Nice To Meet Ya>는 공연장에서 더욱 빛을 발할 곡이다. 기왕이면 실내보다는 야외, 그중에서도 대형 페스티벌 무대가 어울리겠다. "Nice to meet ya / What's your name? / Let me treat ya / To a drink" 하는 후렴구를 떼창하는 것으로 가수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Nice To Meet Ya>을 부른 나일 호란(Niall Horan)은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One Direction)으로 데뷔했다. 원 디렉션 시절부터 다른 멤버들은 마이크만 잡고 공연할 때 나일 호란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곤 했다. 솔로로 나서면서 나일 호란은 기타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Nice To Meet Ya>도 나일 호란이 기타 치면서 진행되는 공연을 많이 볼 수 있다.

<Nice To Meet Ya>를 처음 들을 때부터 연상되었던 곡이 있다. 경쾌하고 시원한 것이,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의 <Let Me Entertain You>가 떠올랐다. 나일 호란에게 로비 윌리엄스는 롤모델로 제격이다. 로비 윌리엄스는 아이돌 그룹 테이크 댓(Take That)으로 데뷔해 90년대를 주름잡았다. 솔로로 전향해서 <Angels>, <She's The One>, <It's Only Us>, <Rock DJ>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영국 국민 가수 반열에 올랐다. 나일 호란이 로비 윌리엄스처럼 될 수 있을까?

🥦 Chuck Mangione - Feel So Good (Single Ver.)

<Feel So Good>을 들으면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고단했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주말 여행길 내지는 휴가를 떠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정신없이 바쁜 요즘 퇴근길에 자주 듣고 있다. 이러한 감상은 플루겔혼(Flugelhorn)이라는 악기 소리 영향이 크다. 미국의 재즈 뮤지션 맨지오니(Chuck Mangione)가 연주했다. 플루겔혼은 음역대가 트럼펫, 트럼본의 중간쯤 되는데 트럼펫보다 부드러운 음색을 낸다고 한다.

척 맨지오니의 대표곡 <Feel So Good>은 1977년에 싱글로 발매되었다. 빌보드 싱글 차트 최고 성적은 무려 4위, 기염을 토했다. 노래가 없는 연주 곡으로 4위는 매우 드문 일이었고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이한 척 맨지오니는 모국 미국은 물론이요, 남미,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누비면서 공연을 소화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편이어서, 2000년을 시작으로 수 차례 내한 공연을 가진 바 있다.

지금 소개하고 있는 <Feel So Good>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싱글 버전'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등 매스컴에서 다루기 쉽게 핵심 멜로디와 솔로 연주만 담아 길이를 짧게 단축한 것이다. 거의 10분에 달하는 원곡은 아득하게 시작해 완만한 서사를 이룬다. 2분대에 그치는 노래가 적잖은 요즘 대중음악 감성으로는 꽤나 인내심을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지긋한 감동과 여유를 선사할 테니, 원곡도 한번 들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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