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76] 🥦 꾹꾹 눌러담아 띄우는 한 주의 노래들

반갑습니다, 콜리🥦입니다.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복잡한 며칠이었습니다. 좋은 일도 있었고 슬픈 일도 있었는데요. 삶이란 게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일도 있고 좋지 않은 일도 있는데, 이게 따로 따로 찾아올 때가 있는가 하면 동시다발적으로 닥치기도 합니다. 늘 그렇습니다만 이번 PRIIISM은 유난히 쓰기 어려웠습니다. '발행하는 게 맞을까' 하는 고민부터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아니,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 곡을 실어도 될까. 결론은 "한 주 동안 귀를 사로 잡았던 음악 3곡을 추천"하자는 저희 기본 취지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은 세 곡을 소개합니다. 아무쪼록 다들 몸도 마음도 잘 챙기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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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bie Williams - Somethin' Stupid (with Nicole Kidman)

<Somethin' Stupid>는 내가 아는 가장 달콤한 곡 중 하나다. 클래식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곡 초반부터 달달함이 예감된다. 여기서 '알쓸신잡' 음악 편 하나, 클래식 기타는 줄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졌다. 프렛(Fret) 간격이 통기타보다 넓고 소리가 부드럽다. 대중가요에서 주로 로맨틱하거나 반대로 애절한 곡에 쓰인다. 통기타는 통상 어쿠스틱(Acoustic) 기타와 같은 걸 의미하는데 줄이 쇠로 만들어졌다. 나일론 기타보다 소리가 또랑또랑하다. 통기타 스트로크에 얹어지는 로비 윌리엄스(Robbie Williams)와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배우 니콜 키드먼 맞다―의 화음이 더없이 감미롭다. 상대방 허리 춤에 손을 얹고 춤을 추는 무도회가 그려진다.

지난 주말 가장 아끼는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사회를 보게 되어 대본을 다듬다 문득 <Somethin' Stupid>가 떠올랐다. 결혼 모습을 떠올리며 노래를 듣자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대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동기지만 적지 않은 나이 차에 '형님'이라고 불렀는데 어느새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연말이면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라며 함께 한탄하길 십여 년, 이윽고 형이 장가를 가는구나. 내가 다 감격스러웠다. 그래서 결혼은 잘 치렀냐고? 물론이다. 신부 마중을 너무 서둘러 나가는 바람에 신랑이 뒷걸음을 밟아야 했지만, 좌우 위치를 헷갈려서 신랑 신부가 자리를 맞바꿔야 했지만 아무렴 보기 좋았다.

<Somethin' Stupid>는 로비 윌리엄스와 니콜 키드먼이 듀엣하기 앞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불러서 유명했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딸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와 이 곡을 불러서, 로비 윌리엄스와 니콜 키드먼이 부른 것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한편 이 곡은 로비 윌리엄스에게 의미가 남달랐다. 아이돌 그룹 테이크 댓(Take That)으로 데뷔한 로비 윌리엄스는 솔로 가수로서도 잘 나갔다. 다만 어리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미지 변신이 필요했다. 신사 느낌을 물씬 풍기는 <Somethin' Stupid>를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리며 로비 윌리엄스는 어엿한 성인 뮤지션으로 자리매김했다.

🥦 Gun 'N' Roses - November Rain

때가 되면 찾아오는 노래가 있다. 벚꽃 필 때면 장범준이 돌아오고, 9월이 되면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의 <September>가 들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머라이어 캐리 목소리를 여간해선 피할 수 없다. 11월은 건즈 앤 로지스(Gun 'N' Roses)의 <November Rain>이 있다. 1991년에 발표된 이 곡은 유튜브 조회 수가 무려 19억 회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조회 수 19억 회는 유튜브가 만들어지기 전, 그러니까 2005년 이전에 발표된 곡 중 조회 수 1위라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November Rain>이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 받는 곡이란 것은 틀림없겠다.

<November Rain>은 장장 9분에 달한다. 이 곡이 나왔던 약 30년 전은 물론이고 4~50년 전에도 짧은 곡을 선호했다. 5분이 넘어가는 곡은 코러스나 솔로 연주를 들어낸다든지 해서 '싱글 에디트' 내지는 '라디오 버전'이 따로 나오곤 했다. 짧은 곡을 선호하는 경향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점점 강해졌는데 9분짜리 곡을 사람들이 19억 회나 찾았다니. 그 힘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동력은 슬래쉬(Slash)의 기타 솔로일 것 같다. 성가대 코러스와 함께 록 발라드로 전개되는 1절과 2절 사이사이, 그리고 7분 이후 진군가 풍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곡 전면에 나오는 기타 솔로가 드라마틱한 곡 구조를 완성한다.

11월이 되었다. 일은 한 해 마무리와 이듬해 준비를 슬슬 염두에 둬야 하는 시기이다. 사적으로는 연말이란 특수성에 기대어 그간 가지고만 있고 전하지 못한 마음을 아끼는 이들에게 건넬 준비도 해야 한다. 일 년을 돌아보는 일도 시작할 때다. 그러다 보면 겨울이 오고 정말 연말이 오고 한 해가 갈 것이다. 기다려지는 일과 기다려지지 않는 일이 머리를 스친다. 시간은 빨리, 갈수록 빠르게 가는 것 같다. 평소 5분, 6분 되는 곡은 지루해서 못 듣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서 걱정인 분에게 <November Rain>을 권한다. 잠시나마 시간이 늦춰지는 것 같다가 어느새 음악에 심취한 나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 Beethoven - Piano Sonata No.8 in C Major Op.13 'Pathetique' 2nd (백건우)

낯설고 다소 장황해보이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면 이렇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2악장. 여기서 비창은 한자로 '슬플 비(悲)'에 '슬플 창(愴)'이다. 이 곡을 담은 이유는 굳이 밝히지 않아도 다들 아실 것 같다. 다른 일도 아니고 즐겁자고 모인 데서 발생한 일이라 더더욱 마음이 아프다. 참담하다. 화가 나고 허망하다. 마음 어딘가 잠잠했던 염증이 도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가슴에 얹힌 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한계를 느낀다. 다만 감히 말하고 싶은 것은 애도를 이유로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에 소홀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로 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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