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3] 🌻 환절기에 잊지 말고 챙겨 들어요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숑🌻입니다. 날씨가 성큼성큼 차가워지고 있어요. 기온이 뚝 떨어지기 직전까지 하루하루의 날씨는 얼마나 축복 같았는지요. 아침이든 저녁이든 괜히 발걸음이 느려지고, 단풍잎 하나라도 더 눈에 담으려 열심히 고개를 젖히며 걸어다녔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아쉬움에 비슷한 일상을 보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늘 그렇지만 올해 가을은 더 짧게만 느껴지네요.

저는 지난 주말부터 가벼운 목감기를 앓긴 했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착실하게 계절의 변화를 나고 있습니다. 구독자 님의 11월은 어떤가요? 가을의 꼬리를 지나며 연말의 정수리가 설핏 보이는 이 시점, 슬슬 옷깃을 여미며 한 해를 돌아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깊어지는 늦가을에 즐겨 듣는 세 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훅훅 변하는 시점엔 적응에 드는 에너지가 만만치 않지만, 그만큼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일 환경이 세팅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확실히 포근한 가을날과는 또다른 음악이 땡기더라구요! 누군가의 귀에도 착 붙는 곡이 하나쯤 있길 바라며.. 오늘도 즐겁게 듣고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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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uns N' Roses - Estranged

원래 생각난 곡은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이었다. 11월이라고 정직하게 노벰버 적힌 곡 찾아 듣는 나 자신 너무 뻔한가. 그치만 그러라고 붙인 제목이기도 하지 않을까? 하지만 딱 2년 전 이맘쯤 콜리🥦가 이미 소개한 바 있었으므로, 건즈 앤 로지스 3부작이 아닌가 싶게 얽힌 곡인 <Estranged>를 골라봤다. 주말맞이 대청소를 하며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고 얼큰하게 몇 잔 걸친 아저씨처럼 계속 '크.. 기가 맥히는구만' 계속 중얼거렸다.

이 곡은 1991년 발매한 건즈 앤 로지스의 [Use Your Illusion II] 앨범에 실렸다. 9분이 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액슬 로즈의 까랑까랑한 보컬과 밀도 높은 연주로 지루함 한 톨 없다. 특히 7분 52초쯤 기타 솔로가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은 늘 처음 듣던 날처럼 가슴이 울렁거린다.

다른 얘기지만 요즘 나는 이렇게 긴 노래에 마음이 간다. 길어야 4분짜리 음악이 만연한 세상에 이제 누가 긴 음악을 만들까? 누가 그 음악을 들을까? 그럼에도 긴 노래만이 주는 종류의 안정감이 있단 말이다. 실컷 들은 것 같은데도 아직 절반 넘게 음악이 남아있을 때 마치 부자가 된 듯한 기분. 아, 물론 <Estranged>처럼 잘 만든 음악이라는 전제여야만 한다.

🌻 김뜻돌 -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

지난 달 이사한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 나오는 길에는 유독 단풍나무가 많다. 어제 본 나무와 오늘 본 나무의 색감이 다르고, 매달린 나뭇잎의 개수가 다르고, 바람에 날리는 이파리의 방향이 다르다. 그 사이를 걷고 있자면 매일 다른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를 몸으로 통과하는 기분이다. 아무래도 그 영화의 장르는 청춘물일 것 같다. 어제 그 나무에서 달라진 구석이 어딜까 관찰하다 보면 아직 시작하지 않은 미지의 내 하루도 궁금해지니까.

최근 알게 된 김뜻돌의 노래 <비 오는 거리에서 춤을 추자>를 출근길 첫 곡으로 귀에 꽂아 넣으면 이 영화의 오프닝 분위기가 극대화된다. 마치 90년대 밴드 도입부처럼 시작과 동시에 이미 편안하게 들썩거리는 느낌. '내 인생은 너무 서툴러~' 혼자 고개를 끄떡거리다 보면 발걸음도 흥청망청 자유로워진다. 언젠가 아도이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던 김뜻돌의 모습도 떠오른다. 그날의 김뜻돌도 딱 이 노래의 느낌처럼 한계 없이 자유로워 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 브로콜리너마저 - 환절기

공기가 차가워지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목소리들이 있다. 오히려 어중간한 날씨일 때보다 플레이리스트를 뒤지는 손이 더 바빠진다. 가을 아침엔 이 목소리지, 오후면 당연히 이 노래, 깜깜한 가을 밤이면 응당 이 밴드, 비까지 온다면 이 가수... 브로콜리너마저는 사실상 F/W시즌 모든 순간에 어울리는 목소리다. 마치 잘 사두고 이래저래 활용도 높게 챙겨 입는 스웨터 같다고 해야 할까.

아끼는 곡이 너무 많지만 오늘 어렵게 추려 소개하고 싶은 노래는 브로콜리너마저 2집에 수록된 <환절기>다. 사실상 시작과 동시에 킬링파트가 등장한다. 류지와 윤덕원의 보컬 자체는 잔잔하지만 곡 내내 이어지는 기타 리프가 말도 안되게 절절하고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새로운 계절은 오는데 그 자리에 항상 걸쳐있는다는 노랫말은 또 얼마나 축축하게 내 마음에 걸쳐 있는지... 브콜너는 과연 환절기의 왕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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