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보면 마주치는 조형물들, 건물 외벽과 공원에 설치된 작품들… 때로는 도시의 흉물로, 때로는 관광객이 몰려오는 인기있는 사진 명소가 되기도 하는 공공미술 작품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누가 심의하고 선정되어 설치하기까지 가는 걸까? 기금은 또 어디서 난 것일까? 내가 길거리에서 보는 모든 작품들이 진짜 내가 내는 세금으로 제작되고 설치된 것일까? 혹자는 공공미술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서울시를 예를 들어 알아보기로 했다. 공공미술포털(publicart.or.kr) 상 통계자료에 의하면, 서울시 내 회화, 조각, 공예, 사진, 서예,벽화, 미디어, 분수대, 상징탑의 카테고리로 분류된 전체 작품 수는 총 3760점 이다. 그 중 조각에 해당되는 작품 수만2965점, 이 말은 곧 서울시 내 차지하는 공공미술 작품의 대부분은 빌딩 앞에 설치된 작품이라는 말이다.
공공미술 작품 진행과정
서울시는 신축 또는 증축 시 특정 용도에 해당하는 면적의 합이 1만㎡ 이상인 건축물(문화예술진흥법시행령 제12조제1항)을 작품 설치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가장 쉽게 마주하는 공공예술인 빌딩 앞 조형물은 문화예술진흥법에 다라 건축주가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계획서를 시·도지사 및 법 제20조에 따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 한다)에 각각 제출하여야 한다. 건축주는 직접 미술작품을 설치하는 대신에 그에 할당하는 기금을 납부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도지사 및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계획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검토 후 10일 이내에 문화예술진흥기금 출연 확인서를 건축주에게 발급하고 해당 시.도지사에게 이를 통보하게 된다.
미술작품 심의위원회
서울시에 경우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14조, '서울시 공공미술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하여 구성된 “미술작품 심의위원회”에서 작품의 예술성, 공공성, 가격 적정성에 대해 심의한다. 심의 회의는 매 달 1-2회 개최되며 해당 심의회의에 참가한 위원 명단과 회의 주요내용은 서울시 홈페이지에 개재되게 되어있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 개최된 심의회의에 참여한 위원명단을 보고자 ‘명단보기’ 버튼을 클릭했을 때, 아래와 같이 “위원명단이 없습니다.”라는 창이 떴다. 꽤 여러 심의회의 게시물에서 확인해 보았지만 한결같이 해당 회의에 참석한 위원명단을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심의위원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될까? 올해(2022년) 7월 14일자에 올라 온 심의위원회관련 게시물의 내용에 따르면, 기존에는 80인으로 구성된 의원회가 매 심의마다 윤번제로 선정된 13인 이내의 의원이 심의해왔던 운영방식이 전문성, 책임성, 심의결과의 일관성 등이 결여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분야별로 응모 및 추천을 통해 내부에 “위원선정회의”를 구성하여 의원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경된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기존에는 80인의 한정된 위원단 안에서 순서에 따라 임의로 구성되어 회의가 진행되었던 것이 이제는 “위원선정회의”를 통하여 매번 다른 심의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는 2021년 4월에 개정된 서울특별시 공공미술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한 조례 및 시행규칙에 따른 것인데, 개정된 주요내용은 아래와 같다.
① 미술작품설치계획서(심의서류) 제출시기 변경(건축허가 전 → 착공신고 시)
② 미술작품심의위원회 구성 인원 확대(20명 이내 → 30명 이내)
③ 미술작품심의위원회 위원 임기 변경(1년, 3회 연임 → 1년, 1회 연임)
④ 작가 또는 작가대리인 안건 설명 기회 부여 조항 마련(동일 작가 재심 이상)
구성 인원 수를 확대하고 1년 내 연임할 수 있는 임기를 3회에서 1회로 변경한 것을 보아 기존의 정해진 인원 내에서 소수로 구성된 비교적 폐쇄적이었던 심의위원회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고자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다만, 그렇다면 더욱이 왜 각 회의에 참여한 위원명단을 볼 수 없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뉴욕의 공공미술
그렇다면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percent for art[1] 법을 시행하고 수많은 공공예술 작품이 도시 전반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 미국 뉴욕시에 경우 어떠할까? 뉴욕시 공공디자인 위원회(Public Design Commission) 홈페이지에 의하면, 공공장소에 예술작품을 설치하고자 하는 단체 및 개인은 먼저 해당장소를 소유하는 관할국에 지원서를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에 설치하고자 한다면 해당부서인Department of Parks & Recreation(공원휴양국)에, 도보에 설치하고자 한다면 Department of Transportation(교통국)에 제출하면,[2] 각 부서에서 지원서류를 1차 검토 후 공공디자인 위원회에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심의회의를 요청하게 된다. 위원회는 2차로 지원서 검토 후 심의를 위한 회의 일정을 잡는다. 심의회의는 매 달 한번씩 홈페이지에 사전 공시된 일정에 따라 시청에서 개최되며 두 회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1차 회의는 심의위원들이 각 프로젝트의 발표를 듣고 디자인에 관한 조언과 함께 이에 따른 투표로 이루어지며, 일반시민도 참관할 수 있는 공개회의로 진행된다. 2차 회의는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공공참여 회의로, 사전신청한 자에 한해 프로젝트에 관한 공개발언의 기회도 주어진다. 다만, 디자인과 미적가치에 대한 논의는 심의위원단의 권한이므로 이에 대한 발언은 제한된다. 또한, 매회 회의는 위원회 공식 유튜브 채널에 녹화본으로 누구나 시청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링크도 홈페이지에 개재되어 있다.
현재 한국 공공미술,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어디서 오는가
공공미술은 공공의 장소에 설치되는 특수성으로 인해 일반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작품과는 다르게 여러 규정과 상황의 제약에 따라 작품의 설치 위치, 내용, 크기, 등등 까지 꽤나 많은 부분에 걸쳐 유연성이 요구되어진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관객이고, 대부분의 작업이 공공기금으로 진행되는 작품인만큼, 그에 따른 희생(?)도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비교적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소수 심사위원단의 의견과 관할 자치단체 직원의 권한이 작업내용 및 과정에 얼마나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즘 생각해 볼만한 쟁점이다. (각 심사회의에 참석한 위원명단을 볼 수 없기에, 그들의 공공미술 관련 전문성도 확인할 방도가 없다.) 또한, 사실 기금으로 따지자면, 국립 및 시립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나 프로젝트도 공공기금으로 진행되지만, 권력 있는 전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공미술 작품에게 던지는 만큼의 의문점을 던지거나, 신랄한 비평점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관 내 미술은 안 보러 가면 그만이고, 공공미술은 마주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쉬이 비판 받기에 마땅한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현재 한국사회에서 제기되는 의문점과 비판은 대중이 생각하는 것 만큼 온전히 작가의 몫일까? 아니면 작가들은 “공공”이라는 이름 아래 각 기관의 폐쇄적인 시스템과 소수에게 집중된 권력에 의해 휘둘려야 하는 부조리한 입장의 또 다른 공공미술의 희생양일까. 다음 편에서는 실제 기관과 공공미술 작업을 진행해본 작가와의 인터뷰로 그의 입장에서 바라본 행정처리부터 결과물 설치까지의 과정 및 경험을 들어보고자 한다.
박다애 / 독립기획자, PUBLIC PUBLIC 퍼블릭아트 리서치 디렉터 daae0630@gmail.com
[1] 건축비의 일정 퍼센트를 예술작품 설치비용으로 할당하는 법.
[2] 해당위치의 관할국이 어디인지는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자체시스템 상 검색기능을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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