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공미술 사업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지방자치 단체 등등의 기관에서 매년 따로 예산을 책정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사업 중 하나이다. 특히나 2021년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미술(문화뉴딜)프로젝트'가 1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으로 진행되었다. 과연 공공미술은 이렇게나 큰 규모로 진행되고 나날이 확장되는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기록되고 있을까?
‘공공미술'이라는 키워드만 쳐도 그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는 넘쳐나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맹목적인 비난을 넘어서 건설적인 방향으로 비평하고 새로운 양상으로의 전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가? 퍼블릭퍼블릭은 현장에서 경험하며, 혹은 리서치 과정 중에 갖게된 이러한 질문들과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동기와 그 배경이 무엇인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국내에서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어떠한지 알아보고, 국외에서 운영되는 예시를 찾아 퍼블릭퍼블릭이 앞으로 도모해야할 과제와 방향을 그려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전시 및 수장품에 대한 아카이브는 하나의 전문 영역으로서 아키비스트에 의해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되고 있는 반면에, 공공미술은 사실 상 그 많은 작품 및 프로젝트에 대해 확인해볼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드물다. 그렇다면 국내 공공미술에 관한 아카이브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얼마나 있으며, 어느 범위까지 진행되고 있을까.
공공미술포털(publicartportal.or.kr)
그나마 공공미술에 대한 데이터를 전국 단위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에서 운영하는 공공미술포털(www.publicartportal.or.kr) 사이트가 있다. 공공미술포털에 나와있는 소개에 의하면 해당 사이트의 목적은 다음 세 가지이다.
· 건축물미술작품에 대한 통합 관리
· 국의 건축물 미술작품에 대한 전산화 작업 및 온라인 관리 기반 확보
· 건축물 미술작품에 대한 홍보 및 교육
본 사이트는 주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필요한 절차와 과정 소개 및 관련 업체에 대한 연락처를 제공하는 등등, 건축물 미술작품에 집중되어 있는 웹사이트라고 볼 수 있다.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란 문화예술진흥법 제 9조에 따르는 제도로, 연면적 1만 제곱미터 이상 신·증축하는 일정한 용도의 건축물은 건축 비용의 일정 비율(1%이하의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함)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의 설치에 사용하거나 직접설치 비용의 일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출연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2011년 개정된 법에 따라 건축주가 직접 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대신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선택적 기금제가 도입되었다. 그렇기에 공공미술포털에서 다루는 공공미술의 범위는 조각, 벽화와 같은 영구성 작품으로 한정되며, 이에 대한 아카이브도 작품명, 작가, 사이즈, 재질, 설치일자 및 장소와 같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데이터뱅크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를 추진하고 추진금을 신청하는 대상자에게는 용이할 수 있으나, 나날이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확장되는 공공미술의 전반적인 지형도 및 최근 동향은 담아내지 못 해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은 미술관 아카이브(seoulismuseum.kr)
“서울은 미술관”은 2016년부터 서울시 주관으로 시작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서울의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 된다.”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이는 기존의 안이한 접근방식과 부조리한 관행으로 인해 공공의 골칫거리로 여기어진 공공미술을 향한 부정적 시선에서 벗어나 도시 곳곳에 공공공간을 시민이 머물고 교감할 수 있는 문화적 장소로 새롭게 변화시키고자 하는데 그 목표를 둔다. 이 사업은 총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하여 볼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작품 구현 프로젝트로 기존 공공미술 작품을 설치하는 형태의 프로젝트이며, 두 번째는 참여형 프로젝트로 시민의 작품과 전문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거나, 대학과 협력하여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미술, 디자인 건축 전공 대학생들이 지역의 이슈를 발굴하고 주민과 협업하는 형태의 프로젝트이다. 마지막으로는 기반조성으로, 프로젝트의 안정적 추진과 운영을 위해 다양한 기반 조성 사업과 제도적·행정적 기반을 구축하고자 매년 시의성 있는 주제를 선정해 서울시 공공미술의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공공미술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 지역의 과거와 현재를 담은 서울은 미술관 사업에 대한 기록을 진행하는 것의 그 일환이다. 이렇듯 다 각도에서 이전에 시행했던 공공미술 정책과는 차이점을 두려고 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작품 설치만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체계가 아닌 참여형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것과, 컨퍼런스와 아카이브를 통해 비평 및 연구의 여지를 제공하여 보다 전반적인 흐름을 읽고 정책 발전의 밑거름이 되는 기반을 조성하고자 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의도는 서울은 미술관 아카이브 웹사이트에서도 볼 수 있다. 해당 웹사이트에서는 작품과 프로젝트 모두 아카이브 되어있으며,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작업에 대한 기획의도와 창작과정과 같은 상세설명과 함께 작업을 직접 보지 않았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여러 장의 사진 및 영상이 개재되어 있다.
또한, 2016년부터 19년까지의 모든 프로젝트와 작품이 상세하게 아카이브 되어있는 E book도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게시되어 있다. 이는 국내 공공미술의 흐름을 조사하고 연구하는데 있어 비교적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해당사업을 통해 진행된 프로젝트만이 아카이브 된다는 한계점이 있으며, 외부 유저가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열람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국외사례: Institute for Public Art
중국 상해를 기반으로 하는 Institute for Public Art(이하 IPA)는 창립 이래 지난 10년 동안 국제 공공미술 연구 플랫폼이자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연구기관이다. 20개 국가 및 지역에서 약 40명의 글로벌 공공미술 커뮤니티의 학자, 큐레이터 및 예술가, 미술 대학의 교수 및 대학원생이 연구원으로 활동한다. 매년 개최되는 IPA 연구 네트워크 회의는 더 많고 다양한 공공미술 정보 및 연구 결과를 수집 및 공유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공미술의 발전상을 알릴 수 있도록 소통과 교류를 위한 연구 플랫폼을 구축하여 국제 공공미술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매 2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공공미술 어워드;International Award for Public Art(이하 IAPA)는 2011년 상하이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SAFA)이 동시대 공공미술에 전념하는 두 개의 국제 저널인 중국의 Public Art 매거진과 미국의 Public Art review 매거진의 협력 하에 시작되었다. 연구, 심사 과정 및 시상식은 현재 Network for Public Art Ltd와 Shanghai Academy of Fine Arts(SAFA) 간의 파트너십으로, 공공 예술 연구소(IPA)에서 감독 및 주최해왔다. 그 골자는 2년을 주기로 북미, 남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동북아시아, 오세아니아, 유라시아로 지역을 나누어 각 연구원이 담당한 지역에서 최근 2년 간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공공미술 사례를 조사하여 수집하는 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사례는 공공미술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에 의해 평가되고, 1차적으로 각 지역 별 우수 사례가 하나씩 선정된다. 그렇게 선정된 지역 우수사례 중, 최종심사를 통해 가장 우수한 사례 세 개가 또 다시 선정되며, 선정된 모든 프로젝트의 작가 및 연구원은 시상식과 컨퍼런스에 초대받게 된다. 약 이틀간 진행되는 시상식과 컨퍼런스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프로젝트의 참여작가, 혹은 기획자가 해당 프로젝트에 관한 소개를 하고 담당 연구원은 그에 대해 연구한 내용과 관점을 공유한다. 이는 해당 프로젝트의 우수성을 장려함과 동시에, 각 지역의 근 2년간에 진행된 사례조사를 통해 공공미술의 가장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담론을 생산하고자 함이다. 또한 예술가를 비롯한 기획자들, 그리고 도시 계획 및 디자인의 의사 결정자들 사이에서 공공 공간의 가치에 대한 토론을 자극하는 것이다.
현재(2022년 기준)까지 이렇게 매 2년마다 수집된 각 국의 공공미술 사례의 양은 540개에 도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IPA는 이 방대한 자료를 어떤 방식으로 수집하고, 어떤 형태로 아카이브 할까? IPA의 웹사이트를 보면 540개의 모든 자료는 아니지만, 매 회마다 각 지역의 우수 사례로 선정된 연구보고서는 누구나 열람할 수 있게 되어있다. Region (지역), duration(기간: 영구 혹은 임시), year completed (프로젝트가 완료된 해), year nominated(IPA에 선정된 해)의 필터 기능이 적용되어 있고, 각 사례 게시물은 연구원이 제출한 통합된 형식의 텍스트 및 해당 프로젝트 사진과 진행, 혹은 설치된 장소가 표기된 지도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각 게시물마다 프로젝트명,기간과 지역이 대표사진과 함께 한 눈에 보이도록 명시되어 있다. 사례연구 내용은 프로젝트의 기획배경, 의도, 과정과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것이 하나의 큰 파트이고, 다른 하나는 조사한 연구원이 왜 그 사례를 우수하다고 생각하는지 주관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파트로 나뉘어 진다. 주관적이지만 이는 대개 그 프로젝트가 지역적인 맥락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또한 주변 커뮤니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평가가 포함되며, 동시대 공공미술사의 맥락에서 어떠한 새로운 논점과 담론을 제공할 수 있는지 까지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공미술 연구 플랫폼과 아카이브의 중요성
공공예술이 대중과 언론에서 수시로 도시의 흉물, 세금낭비와 같은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재 국내 공공예술의 실태와 문제점을 좀 더 심층적으로 전문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전무하다. 전시를 결과물로 하는 일반 순수미술에 대한 비평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술 전문잡지, 학술지, 혹은 여러 독립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꽤 활발하게 이루어져왔으며, 이러한 사후비평은 동시대 미술 동향을 나타내고, 신진작가나 비평가가 등단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활발한 비평 및 연구활동에 대한 결과물 생산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 시대 별로 형성된 담론과 관련 기록물은 훗날 하나의 지형도를 그릴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그러한 비평과 연구의 시작은 매 해 제작되고 진행되는 공공미술에 관한 아카이브일 것이다. 빠르게 돌아가고 변화하는 동시대 사회에서 과거와 현재를 정리하고 연결지을 수 있는 도구가 없다면, 그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아카이브는 바로 그러한 도구이며, 끊임없이 돌아보고 분석하여 새롭게 도약할 수 있게 하는 원료인 것이다.
박다애 / 독립기획자, PUBLIC PUBLIC 퍼블릭아트 리서치 디렉터
daae06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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