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2023.05.01 | 조회 6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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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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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래』 천명관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

 

시간이 앞으로 흘러가는 한, 그녀에게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두려운 건 과거였다.

 

그녀는 난생처음 보는 광활한 하늘과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모양, 햇살에 반짝이는 나뭇잎의 무늬, 황토색 밭고랑의 불규칙한 결, 기찻길 옆에 피어 있는 갖가지 이름 모를 풀들의 빛깔 등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속속들이 자신의 눈 안에 담아두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특별한 재능은 바로 그런 한없이 평범하고 무의미한 것들, 끊임없이 변화하며 덧없이 스러져버리는 세상의 온갖 사물과 현상을 자신의 오감을 통해 감지해내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것은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에 관한 귀납적인 설명이다. 즉, 한 인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져 있어 그 성격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하는 행동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등을 밀어주는 동안, 금복은 마침내 자신이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를 깨닫고는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끝없이 상실해가는 게 인생이라면 그녀는 이미 많은 것을 상실한 셈이었다. 유년을 상실하고, 고향을 상실하고, 첫사랑을 상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젊음을 상실해버려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은 모두가 빈껍데기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싱그러운 수련의 육체 앞에서 뼈저리게 확인해야 했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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