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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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본 영화들은 우리를 통과해 지나가지만, 모두 다 가버리는 건 아니다. 어떤 장면, 어떤 대사, 인물의 눈빛, 목소리, 배경, 음악 그리고 영화를 보던 시간이나 장소, 마음의 일렁임은 우리 안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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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이유를 반드시 꼽아야 한다면, 우리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책을 통해 잠시나마 다른 내가 될 때야 겨우 ‘나’의 삶에 질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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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요즘 시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삶은 이런 것일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소박하게 삶을 쌓아가면서, 저축하고, 한적한 곳에 작은 집 한 칸 얻고, 아이 둘 키우며 삶의 여생을 보내는 꿈 같은 걸 추구하는 일 말이다. 화려하고 상향 평준화된 소비 이미지를 좇기보다는, 그야말로 '적당히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일이 우리 시대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대신 우리 시대는 최초의 포기(결혼, 육아, 보금자리의 불가능성) 이후, 그 자리를 메우는 화려한 이미지에 대한 갈망들로 가득 차게 되었고, 이런 갈망이 문화와 사회, 경제, 소비 등 모든 것을 결정짓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무엇보다도 '미래'라고 부를 것이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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