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
# 『빌러비드』 토니 모리슨
오늘은 항상 여기있지. 내일이란 건 없고.
어째서 이 머리는 거절이란 걸 모를까? 참혹한 일이든, 후회스러운 일이든, 더럽게 끔찍한 장면이든 가리는 게 없으니. 욕심꾸러기 아이처럼 뭐든 덥석덥석 받아먹는단 말이야. 단 한 번이라도, 고맙지만 사양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까?
여기, 바로 여기에 우리 몸이 있습니다. 웃고 우는 몸, 맨발로 풀밭에서 춤을 추는 몸. 이 몸을 사랑하세요. 열심히 사랑하세요.
무엇을 위해서? 세 발 달린 개처럼 절뚝거리는 예순도 넘은 노예 할망구에게 자유가 무슨 소용이란 말이냐? 그리고 마침내 자유의 땅에 발을 내디뎠을 때, 베이비 석스는 자기도 몰랐던 사실을 아들 헬리가 알고 있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자유로운 공기라고는 단 한 숨도 마셔보지 못한 헬리가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이 세상에 자유처럼 좋은 게 없다는 사실을. 베이비 석스는 그게 두려웠다. 뭔가 잘못되었다. 뭐가 문제일까? 뭘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손이 보였고, 눈앞이 아찔할 만큼 단순 명쾌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손은 내거야. 내 손이야.” 뒤이어 가슴이 쿵쿵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또 다른 무언가를 새로 발견했다. 자신의 심작박동이었다. 이게 내내 여기 있었단 말인가? 이 쿵쿵 뛰는 것이? 그녀는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져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가너 씨가 고개를 돌려 커다란 갈색 눈으로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가 그렇게 우습니, 제니?” 그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제 심장이 뛰어요.” 그녀가 말했다.
어쩌면 모르는 척 내버려웠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세서가 자기 입으로 털어놓을 수도 있었다. 어쩌면 그는 스스로 생각하듯이 고귀한 정신을 지닌 그리스도의 병사가 아니라, 진실이니 경고니 하며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명분을 위해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사람들을 훼방하는 평범하고 속된 간섭자일지도 모른다.
“당신과 나, 우리에겐 어느 누구보다 많은 어제가 있어. 이제 무엇이 됐든 내일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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