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수 있는 시절

2023.05.09 | 조회 5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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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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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볼 때마다 여러 욕망이 찾아왔다. 잘 크면 좋겠다, 건강하면 좋겠다, 한글을 빨리 떼면 좋겠다, 구구단을 외우면 좋겠다, 받아쓰기를 잘하면 좋겠다, 어휘력이 높으면 좋겠다 등등. 그러다 보니 기대와 실망이 번갈아가며 찾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왜 그들에게 그러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부모와 아이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한없이 가까워지다 못해 동일시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나 나의 욕망을 아이에게 대리시키는 게 괜찮은 것인가. 그건 서로를 불행하게 할 뿐이다. 나는 그들이 내 눈치를 보는 대신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지, 어울리게 하는지 스스로 선택해 나가며 한 개인으로서 자립하기를 바란다.

아이, 어린이, 아동의 발견이란 근대에 이르러 ‘개인’의 발견과 함께 찾아온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어린이날의 탄생과 전후해, 그들 역시 하나의 인격체이며 일대일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자아를 가진 존재라고 우리는 인식하게 됐다. 어린이날에 이르러 우리는 한 번 더 아이들을 돌아볼 기회를 가진다. 나의 아이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어린이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날이다.

부모가 스스로 한 개인으로서 행복하고, 그래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그 길을 지향하게 만드는 것, 대신 아이가 따라올 그 길의 돌을 몇 개 골라두어 조금은 덜 넘어지게 하는 것, 부모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란 그런 것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읽되 자신이 원하는 문법으로 빨간줄을 그어 교정하려 하지 않는 일. 부모도 아이도 저마다의 언어로 자신의 삶을 써 나갈 때, 그리고 그 언어가 자연스럽게 닮아갈 때, 그 어느 존재보다도 멀면서도 가까운 하나의 공동체가 탄생한다.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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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나는 어린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로 살아가는 이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영화 '어바웃타임'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남자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한 남자는 죽기 전 마지막 시간여행으로, 어린 아들과 함께 해변을 달리던 순간을 택한다. 사실, 예전에 영화를 봤을 때만 해도 그 장면이 잘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마음껏, 온 마음을 바닥까지 박박 긁어서 다 꺼내어 사랑해도 되는 시절, 숨이 차오르고 심장이 쿵쾅쿵쾅댈 만큼 사랑해도 되는 시절, 끌어안고 부비고 뽀뽀하고 깔깔대는 시절, 아무리 사랑해도 도망갈 리 없고,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도 없는 시절, 사랑이 강요가 되어 갇혀버린 무인도의 시절, 내 영혼을 털어내듯 걱정하고 보호하는 시절, 이런 시절은 인생에 잠시 주어진다.

신이 있다면, 신은 우리에게 잠시 온 영혼을 고갈시키듯이 사랑하라고 아이가 있는 한 시절을 주는 것 같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렇게 사랑할 시절을 가지라고, 삶의 가장 깊은 정수를 한 모금 마시고 돌아오라고 말이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삶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가치 있기 때문이라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어렵다고 말이다. 삶의 어려움이 아이와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훼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원문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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