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점

2021.10.18 | 조회 5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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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

영감을 주는 메시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좋은 문장들.

# 실패는 선, 성공은 점

테슬라 초기부터 지켜봤다. 언젠가부터 이 회사는 AI 자체가 아닌, AI 비즈니스 구조에 집중했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갖췄고, 그게 돌아갈 서비스 기반을 만들었다. 이 구조가 잘 돌아가면 AI 기술은 그 위에 얹기만 하면 된다. 구글 딥마인드나 오픈AI가 도전하는 알고리즘의 혁신? 그런 건 테슬라에 필요 없다. 그런 인공지능은 곧 API 형태로 쓸 수 있겠고, 기업은 자기 사업에 필요한 AI 모델을 잘 짜깁기 해 쓰면 된다.

스물여섯 살에 첫 엑시트를 한 후 열심히 놀아도 봤고, 글로벌 대기업도 다녀봤지만 뭘 해도 결국 다시 창업으로 돌아오곤 했다. 편하게 즐기는 삶이 나에겐 재미 없더라. 그런데 스타트업 역시 막상 창업하고 나면 별일이 다 생기는 사업이라, 후회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극도의 스트레스, 위험과 긴장 속에 있어야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 카레이싱하고도 비슷하다.

카레이싱의 압축된 경험. 1시간짜리 레이스에서 10년치 에너지를 다 쓰고 나온다. 카레이스는 0.001초로도 승패가 갈리기 때문에 1초를 굉장히 잘게 나눠 쓰는 훈련을 한다. 앞차가 뱅뱅 돌고 있는 순간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1초후 나의 운명이 결정된다. 훈련이 잘 안돼 있으면 당황하고 브레이크 밟겠지만, 0.1초 안에 내게 주어진 옵션을 펼쳐놓고 잘 판단하면 위기를 넘기고, 0.1초를 아낄 길 수 있다. 이렇게 20바퀴, 40바퀴 돌고 나면 총 1초가 된다. 이런 순간 판단을 하는 동시에 이 운동의 역설을 관리해야한다. 가장 빠르다고 느낄 때 사실 가장 느리고, 물처럼 자연스러운 기분일 때 자동차는 가장 빨리 달린다. 사업도 매번 힘든 선택을 하면서, 다음으로 또 그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승선이 있다.

엑시트를 몇 번 먼저 해봤다는 이유로 뒤에 서서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만 해선 살아있는 지식을 얻을 수 없다. 같이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배울 수 있고 그 과정 자체가 의미있다.

(어떤 사람에게 투자하나) 똑똑하면서도 자기 관점이 있는 ‘똑똑한 또라이’다. 박지웅 패스트파이브 대표같은 사람?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자기 관점을 가졌는지, 내단(內丹)이 있는지를 본다. 그게 없는 창업자는 조금만 힘들어도 포기하고 유행을 쫓아간다. 그리고 똑똑한 또라이 옆에 4~5명의 팀이 있다면, 여긴 절대 안 망한다. 그런 팀엔 내가 졸라서 투자하겠다고, 같이 하자고 한다. 그들을 가장 먼저 믿어주고 싶다. 스타트업은 ‘안 된다’는 소릴 더 많이 들으니까.

(노정석에게 성공이란 뭔가. 실패가 두렵지 않나) 어렸을 땐 ‘쟤보다는 부자 돼야지’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거 없다. 누구와의 경쟁, 돈의 액수, 순위 같은 건 아무 의미가 없더라. 지금 이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리 대단히 좋은 일이 생겨도,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그 다음날엔 다시 돌아와 일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

2014년 그는 400억 규모로 회사(파이브락스)를 미국 모바일 광고회사에 매각한다고 발표한 직후 이렇게 말했었다. “실패는 과정이자 선(line), 성공은 결과이자 점(dot)이다. 긴 선 위에 점이 중간중간 나오는 것”이라고. 지금도 ‘선 위의 점’을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답이 왔다. “물론이다. 이젠 그 얘기를 아들에게도 한다. 어제의 성공에 취해 있으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으니, 다시 선 위로 돌아와야 한다고.”

원문

 

# 커머스와 콘텐츠

29CM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여기가 쇼핑몰인지 매거진인지 헷갈릴 정도로 콘텐츠들이 많다. 브랜드와 상품이 아니라, 매주 다양한 사물에 관한 에세이를 연재한다거나, 집밥 레시피를 소개하는 등 매거진 수준으로 콘텐츠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대백화점 투홈은 단편 소설을 실는 등, 문학 콘텐츠를 선보였고, 신세계백화점은 공식 앱에서 전자책 대여 서비스인 '신백서재'를 론칭하였는데, 누적 접속자 수가 10만 명을 넘었다.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들이 갑자기 문학에 빠진 이유는 체류시간 때문이다. 텍스트 콘텐츠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있는 것은 생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이유가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카카오페이지 등을 중심으로 웹소설이 흥행하고, 밀리의서재 같은 전자책 플랫폼들이 떠오르면서, 대중적으로도 친숙해졌다.

여전히 영상 콘텐츠를 포기하지 않은 곳들도 있다. 영상 콘텐츠는 만들기는 어렵지만, 일단 터지면 파급력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쿠팡이 OTT 플랫폼을 키우는 건 단순히 고객의 방문 유도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함이 아니다. 쿠팡플레이는 온전히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를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콘텐츠를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거나,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인데, 이는 이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익히 증명된 바 있다.

커머스와 콘텐츠의 동행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 커머스에게 콘텐츠가 필요한 만큼, 콘텐츠에게도 커머스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콘텐츠 산업은 전통적인 광고 기반 모델에서 유료화나 구독 중심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 잡지나 출판 등 전통적인 기반은 무너지는데, 구독 시장이나 유료 콘텐츠 시장이 성장하는 속도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 따라서 커머스에서 새로 만들어 내고 있는 시장은 창작들에게 매우 소중하다.

커머스와 콘텐츠의 결합은, 더 큰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한다. 유명 유튜버들의 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플랫폼 광고 수입이 아니라, 브랜디드 콘텐츠다. 그래서 창작자들은 단순 광고 수익에 기대기보다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거나, 직접 커머스에 뛰어드는 사례가 늘고 아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콘텐츠 플랫폼들 마저 자체적인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츠 유료화나 구독 모델도 본질적으로는 결국 커머스다. 무언가를 판매하는 행위라는 점에선 동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콘텐츠를 잘 아는 커머스와 커머스에 익숙한 콘텐츠만이 성공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원문

 

# 나는 과연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인가

일하는 사람에겐 일이 핵심이자 ‘빽’인데 계속해서 찾는 이가 있고 일이 이어진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직급은 시간 앞에선 큰 게 아니니 계속 너를 찾고 이름이 불릴 수 있도록 성과를 내며 너의 시간을 기다리라. 일하는 사람에겐 일이 구원이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고 일에 집중해 꾸준히 퍼포먼스를 내라.

투자자들은 수많은 스타트업 가운데 어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일에 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창업자가 문제에 얼마나 꽂혔느냐가 중요하다. 창업 초기엔 누구나 열정적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창업 후 3∼5년이 되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에 빠져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 창업가가 얼마나 이 문제에 꽂혀 있느냐가 향후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창업자가 끝까지 해결책을 찾아나갈 준비가 돼 있는지를 본다.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설립자는 ‘팀’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팀이 핵심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는데 보통 세 가지를 꼽는다. 시장과 사람, 사명감이다. 투자를 못 받더라도 계속 이 일을 할 것이라는 사명감이 엿보이면 마음이 움직이기도 한다. 투자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일하는 사람은 모두 스타트업이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아이디어로 능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며 조직에 기여하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것. 진심으로 애써서 성과를 내고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되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죽음의 계곡’인데 열심히 해도 결과가 좋지 않거나 괜찮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 등 자신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고, 주위 사람들이 훼방을 놓는 경우, 심지어는 사술(邪術)로 나의 기회를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러면 누구라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 투자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면 어떨까? 내가 투자자라면 과연 나에게 투자를 할지 말이다. 그러면 다시 초심이 생각나며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고 무엇을 해야 할지 보이기 시작한다.

원문

 

# 오늘의 단어

카산드라의 경고. 트로이 멸망을 예언한 그리스 신화의 인물. 불길한 미래에 대한 경고라는 뜻으로 쓰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을 꼭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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