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들 마치』 조지 엘리엇
의심할 바 없이 진실에 도달하려는 지고한 목적으로 과거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일, 그 일에 어떤 식으로든 동참하고 도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껏해야 램프를 들고 서 있을 뿐이라도 말이다.
아주 오랫동안 그녀는 매우 유용한 삶을 살아가려는 온갖 욕망 너머로 짙은 여름 안개처럼 마음속에 드리워진 불명확함에 시달려 왔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 우리 생활에는 하찮은 구석이 전혀 없을 거야. 우리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가장 위대한 것일 테니까. 파스칼과 결혼하는 것과 같겠지. 위대한 사람들이 진실을 보아 온 빛으로 나도 진실을 보게 될 거야.
남자건 여자건 우리 인간은 아침 식사와 정찬 시간 사이에 수많은 실망감을 삼키곤 한다. 눈물을 참고 약간 빚기가 사라진 입술로 누군가 묻는 말에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자존심이 우리를 돕는다. 우리가 입은 상처를 숨기라고 촉구할 때의 자존심은 나쁘지 않다.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한 것이니. (…)
그러나 자존심은 우리를 너그럽게 처신하도록 도와줄 뿐 너그러운 인간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허영심이 우리를 재치 있는 인간으로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재능은 그 특별한 재능에 걸맞은 일을 일러 줄 우주의 전갈을 확신을 갖고 기다리면서 오로지 그 숭고한 기회를 수용하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 우주는 아직 그를 손짓하며 부르지 않았다. 카이사르의 운명도 한때는 숭고한 예감에 불과했다. 발달이란 가장무도회처럼 은폐되어 있으며 인상적인 형태가 무력한 배아 속에 감춰졌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실로 세상은 희망찬 추론과 가능성이라 불리는 멋지고도 수상쩍은 배아들로 가득 차 있다.
어느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람도 만약 그런 최고의 인물이 한 명 존재한다면 여러 작은 거울들에 비친 자신의 탐탁지 않은 모습을 피할 수 없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 의심할 바 없이 그의 눈에는 자기 운명이 가장 중요하다. 그가 너무나 많은 배려를 받기 원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그를 위해 비워 둔 공간이 작기 때문이다.
"내가 불쾌하게 구는 게 아니야. 네가 날 그렇게 보는 거지. 불쾌하다는 말은 내 행동이 아니라 네 감정을 묘사하는 단어거든."
로저먼드는 본능적으로 교사의 연주 방식을 포착했고, 고귀한 음악을 풍부하게 연주하는 그의 방식을 정확히 모방했다. 처음 들을 때는 깜짝 놀랄 정도였다. 숨어 있던 영혼이 로저먼드의 손가락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러했다. 영혼은 영원히 지속되는 메아리 속에서 살아가고, 모든 훌륭한 표현 어딘가에는 한 사람의 해석에 불과하더라도 창조적 행위가 흘러드니까.
"자 보라고! 내 존재는 온 우주의 존재를 전제로 한다네. 그렇지 않나? 그리고 내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 (…) 그러니 우주는 나라는 형제로 내뻗은 특이한 고리나 발톱을 통해서 그림으로 나아가려 애쓰고 있다네. 맞는 말 아닌가?"
어쩌면 우리 몸은 그 많은 것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우리가 모든 평범한 인간의 삶을 예리하게 보고 느낄 수 있다면 풀잎이 자라는 소리와 다람쥐의 심장 박동을 듣는 것과 같을 테고, 그러면 우리는 정적의 건너편에서 포효하는 소리에 놀라 죽고 말 것이다. 현 상황에서는 우리 중 가장 민감한 사람도 둔감함으로 귀를 잘 틀어막고 살아간다.
"부인 자신이 바로 시입니다. 시는 시인의 최고 부분이고—최고의 상태에서 시인의 의식을 이루는 것이지요."
밖에는 눈이 쌓이고 회갈색 안개가 나지막한 아치를 이룬 반면에 안에서는 숙녀의 세계가 숨 막히게 짓누르고 있었다. 남들이 그녀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해 주고 누구도 그녀의 도움을 청하지 않는 세계였다. 여기서 다양하고 풍요한 존재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려면 그녀의 힘을 빚어냈을 외부의 요구가 아니라 내면의 비전으로 힘겹게 끌어올려야 했다.
"남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처지에 제 몫보다 훨씬 많은 것은 갖고 싶지 않다는 갈망이 있군요. 하지만 저만의 믿음이 있어 거기에서 위안을 얻어요. 완벽한 선을 희구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또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때라도, 우리는 악에 대항하는 성스러운 힘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에요. 빛의 언저리를 넓혀 나가고 어둠과의 투쟁을 더 좁혀 가면서. (…) 그건 제 삶이에요. 저는 그것을 찾아냈고, 그것과 떨어질 수 없어요."
이 세상은 속삭이는 소리들로 가득 찬 거대한 화랑이다.
청춘이 희망의 계절이라면 그것은 나이 든 사람들이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품는다는 의미에서만 종종 맞는 말이다. 젊은이들처럼 자기네 감정과 이별과 결심이 최종적인 것이라고 느끼는 나이대도 없으니 말이다. 위기에 처하면 처음 겪는 것이기에 모두 최종적으로 여겨진다. (…) 그때 그녀는 알지 못했다. 깨어나기 직전의 꿈속에서처럼 새벽의 영롱한 색채로 날개를 반짝이며 잠시 다가왔던 것이 사랑이었음을. 그의 이미지가 저항할 수 없는 대낮의 당당하고 무자비한 햇살에 추방 되었을 때 그녀가 흐느끼며 작별을 고한 것이 사랑이었음을. (…) 열성적인 영혼은 다가올 생애를 그려 보면서 자기 꿈을 실현하는 데 헌신하는 경향이 있었다.
기억이 없더라도 인생은 성장과 쇠퇴에서 인과의 끈에 의해 하나로 엮인다. (…) 다시 터진 상처처럼 기억이 따끔거리기 시작할 때 인간의 과거는 그저 죽은 역사가 아니라 현재의 옛 기반이다. 그것은 이미 회개하여 삶에서 떨어져 나간 과오가 아니라 여전히 떨고 있는 자신의 일부이고, 전율과 쓰라린 맛, 상응하는 수치심의 따끔거리는 통증을 일으킨다.
우리의 행위는 멀리서부터 꾸준히 우리와 함께 여행하고, 과거 우리의 모습이 현재의 우리를 만든다.
고통이 연민으로 바뀌려면 먼저 그것이 기억으로 아름다워진 삶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사적인 문제에서 솔직하고 무심한 편이었지만 그것에 대해 침묵하도록 주의를 기울인 섬세하고 너그러운 마음은 자연이 그를 만들 때 가장 정교하게 다듬은 부분이었다.
루비콘강은 실제로 보면 대단치 않은 개울에 불과하다. 그 의미는 보이지 않는 어떤 상황에 달렸다.
분명 그녀의 삶을 결정지은 행동들이 이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그 행동들은 젊고 고결한 충동이 불완전한 사회에서 힘겹게 고투하다가 빚어진 혼란스러운 결과였다. 그런 상황에서 위대한 감정은 과오로 나타나기도 하고, 위대한 믿음은 망상의 형태를 띠기도 할 것이다. 주위 사물에 그리 영향받지 않을 만큼 내면의 존재가 강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을 터이므로. (…) 하지만 그녀의 존재가 주위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이 퍼져 나갔다. 세상의 점진적 개선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행위 덕분이기도 하고, 당신이나 내가 처한 상황이 대단히 나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은 충실히 무명의 삶을 살다가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에서 쉬고 있는 많은 사람들 덕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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