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트모트, 김봉권
모트모트 이전에 가구 브랜드를 창업한 적이 있어요. 처음 출품한 파리 메종 오브제에서는 하나도 팔리지 않았어요. 디자이너로서 정체성을 드러내기에 급급했던 거죠. '나라면 이거 살까?' 혹은 '우리 집에 놓는다면 어디에 둘 수 있을까?' 등 고객 입장에서 제품의 사용성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전에는 작업을 하더라도 교수님이나 주위 학생들에게 평가를 받았다면, 처음으로 고객을 직접 만난 거예요.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다른 경쟁 상품도 볼 수 있었고, 시장에서 고객 반응이 어떤지 경험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런던에 출품했을 때는 제품이 완판됐어요. 1년 반 동안 많이 성장한 거죠.
가구 브랜드는 접고, 시각디자인이라는 전공을 살리면서 시장이 있는 곳을 고민했어요. 인쇄를 베이스로 할 수 있는 일 중에 학용품이 가장 유용할 것 같았고, 플래너에 꽂혔죠. 그런데 그냥 노트를 만드는 일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기엔 부족했어요. 조금 더 가치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누군가의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를 만드는 게 처음 목표였어요.
디자인과 브랜드를 공부했기 때문에, 제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기까지의 모든 여정이 브랜드의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제품을 끝까지 쓰게 만들까'. 그게 로켓단의 시작이었어요. 한 달 동안 스터디 멤버와 서로 격려하며 자신만의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을 '인증'하는 거죠.
목표는 누구나 있지만, 아무나 도달할 순 없죠. 성취를 하려면 결국은 지루한 과정을 견디는 시간이 필요하고요. 그 과정을 전부 함께하고 싶었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제품이든 서비스든 만든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목표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내가 하는 일이 왜 가치 있을까?'를 끊임없이 묻는 게 요즘 세대죠. 저 역시 그렇고, 돈만 많이 준다고 일을 하지는 않잖아요. 6시에 퇴근하고 넷플릭스를 보면 더 행복한 삶일까요? 저는 본인이 목표하는 바를 이루면 좀 더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해도요.
# 나는 정말로 지고 싶지 않았다
'왜 유독 콜센터 상담사들은 담배를 많이 피울까?' 보통 여성 흡연율이 6~7% 정도인데, 콜센터 상담사분들은 40%에 이르거든요. 이 정도면 개인이 아니라 직업에 원인이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의사로서는 담배를 끊으라고 해야 하겠지만, 사연을 들으니 쉽게 말할 수 없겠더라고요. 하은씨는 하루 일과를 정해놓고 특정 시간에만 담배를 피웠어요. 맥주와 담배가 금요일 밤의 루틴이었던 거죠. 규칙적인 스케줄을 따르는 게 곧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고, 그게 깨지면 자신의 삶이 무너질 것 같다고 했어요. 담배 자체가 아니라, 정해진 일상의 규칙이 중요했던 거예요. 하은씨를 만나고 흡연에 대한 생각이 많이 깨졌어요. 중독 문제를 개인의 삶에서 이해하게 된 거죠. 흡연이 그분에게는 중요한 삶의 이정표였으니까요.
‘감정노동’이라고 하면, 단순히 고객만 폭언을 멈추면 해결될 문제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상담사분들은 친절한 응대뿐만 아니라, 정보를 빠르게 숙지해서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일까지 상당히 숙련된 노동을 해요. 그런데도 낮은 임금을 받고 끊임없이 실적을 경쟁시키는 구조에서 하루에 수백 통의 전화를 받아요. 아파도 쉬지 못하는 시스템 속에서 일하는 거죠. 결국 고객과 상담사가 아니라, 산업 구조에 문제가 있는 거예요.
노동조합에 갔는데, 상담사분들이 모여서 운동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몸을 펴는 행위가 상담사분들한테는 큰 변화였던 거예요. 몸이 굽으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관계도 두려워지는데, 당당하게 몸을 펴니 마음도 달라지는 거죠. 실제로 운동을 하면서 상담사분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노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어요. 당장 실적을 못 채우면 밀려나는데 선뜻 나서기 어려웠던 거죠. 그런데 상담사 한 분이 나서서 주변을 설득하기 시작한 거예요.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은 상담사분들이 ‘적정 콜 받기’에 성공한 일이에요. 상담사끼리 경쟁을 시키니까 모두가 오늘 하루 몇 통만 받자고 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거든요. 한 명만 빠져도 실패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결국 성공했어요. 그렇게 집단행동을 통해서 상담사분들이 누가 우리 편인지 서로 눈으로 알아보게 된 거예요. 우리도 당당하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해나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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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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