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은 다른 사람을 움직여 함께 만들어가기 때문에, 굳이 스킬을 (알 필요는 있지만) 다 배울 필요가 없어요. 그 스킬을 가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거죠. 오히려 감독은 그 스토리 밑바탕이 되는 단단한 철학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 영화학 보다는 철학과를 가고 싶어요.
주변에 이런 분들이 있어요. 나는 아직 감독을 하기에 부족하다고. 그래서 계속 배워요. 아카데미를 나왔는데 미국, 프랑스 좋은 학교를 들어가요. 다녀와서 또 고민해요. 아직 부족하다고. 더 배워야 한다고. 그런데 어떤 학교를 갔건 한예종을 나왔건 해외 학교를 나왔건 아카데미를 나왔건. 누구나 작품을 고민할 때는 자기 자신하고 만나는 지점으로 돌아와요. 어디를 다녀와도 그 지점에 오게 되어 있어요. 그걸 뛰어넘지 못하고 계속 배움으로 도피하지만. 결국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뛰어넘어야만 '감독'이 시작되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빨리 '감독'이 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품이 아직 별볼일이 없어도 그 사람의 호칭이 '감독님'인 것과 00씨 인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예요. 빨리 되고 싶은 그 이름으로 불려지는게 오히려 되고 싶은 삶에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부족하니까 감독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 남으려고 하지만 그건 겸손이라는 이름으로 자꾸 미루는 거예요.
나를 마주하기까지는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라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일단 그 자리에 서는 시점이 오면 피하지 않고 서야 합니다. 그 자리는 결국 나를 넘어서는 자리예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