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구분법이지만,
제품화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상품화는 아무나 못한다. 제품화라는 것은 팔기위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이고 상품화라는 것은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기능적으로 목적에 충실한 것은 제품화가 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품화가 잘 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상품화가 극강의 고품질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동급의 싸구려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요구하는 관념상의 품질기준 이상의 가치를 주는가가 핵심이다. 아직 이해가 안간다면 동네 다이소 같은 천원숍에 가서 둘러보길 추천한다.
제품화는 정해진 단계와 개발 프로세스만 갖춰지면 충분하며 예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품화는 제품 자체에 대한 깊은 지식과 경험,노력 그에 걸맞는 이해가 없이는 완성도를 갖추기 어렵고 대부분의 '평범함이 유일한 강점'인 개인이나 그룹은 그것을 얻기 위해 소위 '시간'을 때려박지 않으면 도달하기 힘든 경지다. 개인은 상품화의 가이드 라인을 맞추기 어렵고 조직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상품화를 잘 하려면 상품 생산에 겁나게 실력있고 똑똑한 재능이 있거나 아니면 대가리 처박고 매일 24시간 삽질하고 고민하는 거 외엔 답이없다. 아. 상품이 나올 때 까지 어마무시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이야긴 달라지겠지. 그 외에 무슨 대안이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호하는 성공 신화의 이야기 속에서 의도적으로 빠져있는 부분들이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상품이다. 그리고 상품이 되지 못한 제품들은 대부분 쓰레기로 매도되어 격류 속에 휩쓸려 버려진다. 생산에 만족하고 변수에 휘청이며 쉽게 멸망해가는 날품팔이 중 하나로 계속 남는다면 그 끝은 뻔한 결말이다. 그래서 나는 상품화에 재능있는 개인들이 부럽다. 평범하고 흔한 구멍가게 쥔장인 나로서는 그저 시간을 때려박아 상품화 노오오오력에 갈아넣는 것 외엔 그 잔인한 갭을 메꿀 도리가 없다.
사실 더 짜증나는 것은 노오오오력 했을 때만이 그나마 내가 만든 제품의 상품성을 돌아봐 줄 때다. 재능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조금만 머뭇거리면 고꾸라질 때 더욱 그렇다.
2019년도에 어떤 글을 읽고 생각에 잠겨서 오전에 잠깐 끄적였던 글이 타임라인에 추억하기로 올라와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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