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4일차: 라이언 고슬링이 좋다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견디기 위해, 베긴호프와 레즈바를 갔습니다.

2022.07.26 | 조회 1.2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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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유럽 인상기

아이고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러분은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1933년 <여왕 크리스티나>에서 여왕역을 맡은 그레타 가르보^^ 
1933년 <여왕 크리스티나>에서 여왕역을 맡은 그레타 가르보^^ 
왕위에서 물러나자마자 그녀는 머리를 짧게 자른 뒤 남자 옷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도나(Dohna) 백작'이라고 부르며 남자 행색을 했지요. 기록은 ‘그녀는 남자들이 입는 것과 똑같은 코트를 입고 남성용 바지 위에 치마를 입었으며, 넥타리를 매고 남자 신발을 신었다. 머리는 남자처럼 짧게 잘라 제멋대로 자란 상태였다’고 전합니다. 그녀는 3~4시간 정도만 잠을 자고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 토론, 사냥 등으로 보냈습니다. 그녀는 말할때조차 남자처럼 낮은 저음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훗날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그녀의 남성적인 모습과 태도, 군인같은 말투에 루이 14세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ㅋㅋㅋ)
크리스티나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2015년 <걸 킹>.  짜치고 재밌음. 
크리스티나 여왕의 일대기를 다룬 2015년 <걸 킹>.  짜치고 재밌음. 

17세기 성별일탈자였던 그녀는 똑똑하고, 지혜롭고, 매력적인 왕으로 아직까지도 스웨덴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고 전해지는데요~~^^

사실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데카르트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실 프랑스의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정식으로 유명한데요. 지적 호기심이 풍부했던 크리스티나 여왕은 당시 이름을 날리던 데카르트에게 무려 개인교습을 요청하게 됩니다. 

물론 데카르트는 나이도 있고 몸도 약해 집에 가고 싶어했다고 해요. 그러나 여왕의 명령이니 거절할 수가 있나요. 젊고 가혹한 크리스티나 여왕의 부름을 받고 따뜻한 프랑스에서 혹독한 기후의 스웨덴으로 이주해 새벽 5시에 출근을 시작한지 5개월째가 되던 어느날… 

53세의 데카르트는 폐병으로 영원히 일어날 수 없게 되고 마는데요😱

서늘한 서유럽의 기후로 천식이 악화😢되고 있는 저로서는, 타국에서 숨을 거둔 데카르트의 비극을 상기하게 된답니다. 많이 억울했을 거에요~

(성인 천식 환자분들의 환절기 꿀팁 댓글에서 나눠주세요~^^)


어제는 말씀드린대로 베긴호프(여성대안공동체)와 레즈비언 바에 다녀왔어요^^

베긴호프 입구 
베긴호프 입구 
암스테르담 도심 한복판에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나옵니다^^ 나무가 엄청 음기 충만하게 생겼는데 무슨 종인지도 모르겠고 사진에도 안담기네요. 공간 자체는 아담하고 조용한 곳이었어요.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에서는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암스테르담 도심 한복판에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런 공간이 나옵니다^^ 나무가 엄청 음기 충만하게 생겼는데 무슨 종인지도 모르겠고 사진에도 안담기네요. 공간 자체는 아담하고 조용한 곳이었어요. 사진에 보이는 건물들에서는 민간인(?)들이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베긴 공동체 수녀의 모습을 재현한 조각상. 한국인 같이 생겼음…
베긴 공동체 수녀의 모습을 재현한 조각상. 한국인 같이 생겼음…
베긴 여성운동은 약 1200년경부터 대략 현대의 벨기에 지역을 포함하여 독일 라인강 서 쪽 지역에 이르는 지역에서 평신도 여성들을 중심으로 세속 가운데서 자율적인 종교생활 을 위해 시작된 독특하고 흥미로운 현상의 운동이다. 당시의 공식적으로 제도화된 수도회 는 달리 공식적인 설립자가 없었으며 “새로운 삶의 형태를 추구하고 같은 목적을 가진 여 성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연계적으로 일어난 매우 새로운 형태의 운 동”으로 여성해방운동의 효시라고도 알려진다.

베긴 공동체 뿐만 아니라 중세 여성 신비주의와 여성 공동체에 더 관심있으신 분들은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과 <중세 신비주의와 여성>을 추천합니다 :) 

어쨌든 날도 덥고 목도 마르고 해서 30분 정도 머무르다가 바로 레즈비언 바로 향했습니다…

 

첫번쨰로 간 곳. bar buka. 여느 레즈비언 바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음
첫번쨰로 간 곳. bar buka. 여느 레즈비언 바와 마찬가지로 아무도 없음

제가 일찍 가긴했지만… 어쨌든 처음 들른 곳에서는 저와 바텐더, 한 커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런 종류의 뻘쯤함, 그러니까 들어오자마자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종류의 민망함, 쑥쓰러움 등은 레즈비언 바에 온 이상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정말 강렬하고 절실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메뉴판(저는 펨므를 마심 ^^)
메뉴판(저는 펨므를 마심 ^^)

어쨌든 한 잔을 마시자 마자 떠났습니다. 괜히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할것처럼, 누가 말이라도 걸어줄것처럼 한 장소에서 기다리고 미적거리면 결국 실망하는 건 저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Bar saarein. 
Bar saarein. 

두번째 바에 갔습니다^^ 여기서는 사장, 직원, 그냥 지나가는 손님 등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참고로 일요일임에도 손님들이 많지 않은 이유는, 어제 네덜란드-프랑스 국가간 여자축구경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바에 모여 다 같이 열띤 응원을 했고, 모두가 힘이 빠져 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주인의 설명입니다.

애국심에 넘치는 건장한 유럽 여성들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일요일에 오길 잘 한것 같아요^^ 

 

1978년 개업당시 saarein의 모습 
1978년 개업당시 saarein의 모습 

이곳의 역사 역시도 다른 ‘여성 전용 공간’들처럼 험난했다고 해요. 10명의 공동창업자들이 처음 70년대에 공간을 인수해서, 지금의 운영자가 ‘퀴어 프렌들리 바’로 운영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고 해요.

직원이 이 이야기를 설명해주던 와중에 마침 한 남자가 그냥 걸어들어와 맥주를 주문했어요. 그러자 직원이 “봤지? 지금이야 여성전용이 아니라서 이 사람 쫓아내지도 못한다고.” 라고 농담했답니다^^

 

귀여운 샷잔^^
귀여운 샷잔^^

하여간에 모두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특히 여성 전용 공간, 부치라는 것, 옛날 애들과 요즘 애들의 차이 등 만국공통 여성퀴어 유니버설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잠깐이지만 즐거웠답니다^^

정말 우연하게도 한국인 분들도 만나게되어, 함께 일요일에만 운영한다는 클럽에 가보기로 했어요. 

 

…

그런데 보시다시피, 이때쯤에는 거의 만취해서 아무런 사진도 남아있지 않네요. 뭘 찍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사진이 남아있어요. 저는 클럽 개장줄을 기다리다가 지치고 취해서 택시를 타고 집(내 집 아님)으로 돌아왔어요. 밤에 돌아다니는 일은 힘드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는데요. 내일은 기분을 전환하고 어떻게든 숨통을 틔워보고자 근교의 다른 지역에 가보려고 해요!

참, 제목의 라이언 고슬링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네요.

<그레이맨>의 라이언 고슬링. 복수? 불운한 운명의 남자? 남자는 파편이 될때까지 일한다? 아무튼 그 언저리의… 끙끙거리면서 신경질내고 짜증을 부리면서도 어떻게든 한숨 푹푹쉬고 되게하는 이 녀석… “맛있다^^”
<그레이맨>의 라이언 고슬링. 복수? 불운한 운명의 남자? 남자는 파편이 될때까지 일한다? 아무튼 그 언저리의… 끙끙거리면서 신경질내고 짜증을 부리면서도 어떻게든 한숨 푹푹쉬고 되게하는 이 녀석… “맛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새 영화 <그레이맨>을 봤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맞는 모습)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즐기면서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오늘 여행기를 쓸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아준 라이언 고슬링의 피와 땀, 눈물에 이 글을 바칩니다^^ 

 

그럼 조만간 다시 만나요. 서울로 돌아가기까지 만 3일이 남았는데, 그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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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 2 years 전

    리타님 암스테르담에서 좀더 머무르시며 퀴어바를 또 가신다면 Vrankrijk (프랑크라이크) 추천드려요!! 문화공간 겸 바 인데 펑크+퀴어+저항의 온상지랄까요.. 저는 술을 마시러 가지만요.. 투쟁~! https://www.radical-guide.com/listing/vrankri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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