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박숙현 윌리엄 오르펜(William Orpen)

그녀들로부터 배운 것들에 관하여

2024.06.02 | 조회 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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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그녀들로부터 배운 것들에 관하여

내가 살았던 미국과 유럽에서의 여성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 나로서는 그들의 삶이 부러웠다. 최소한 주방에서의 가사노동 시간이 나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들의 사회적 노동 시간에 대한 보장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가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안다.

그들은 일주일에 한번 아이들을 시간제 베이비 시터에게 맡기고 부부가 영화를 본다든지 음악회를 간다든지 하는 일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8년 나는 독박 육아에 워킹 우먼으로 살다가 서양 나라에 살게 되니 그런 것들이 먼저 보였던 것 같다.

여류 화가이신 나혜석 작가가 수필집에서 서양 문화에 대한 그녀의 자세한 묘사적 글귀가 떠올랐다. 프랑스 파리의 여성들이 남편과의 가사를 동등하게 맡아하는 걸 자세히 쓴 글로 기억이 난다. 나도 나혜석 작가가 느꼈던 매너 좋은 서양 남편에 한때는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이 두 그림 속 여인은 동일 인물인 것 같은데 창문을 바라보며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 그녀는 외출을 하려는 듯 손에는 챙이 있는 모자까지 들고 서 있다. 고급스러운 푸른색의 드레스와 단아하게 올린 갈색 머리는 누가 봐도 품격이 느껴진다. 아치형 창문과 샹들리에 그리고 탁자 위의 꽃병, 세련된 조명등까지 그녀의 살림살이가 말해주듯 분명 그 당시 귀족 부인이었을 것 같다. 그녀가 창밖을 보며 걱정할 것은 얄궂은 영국 날씨뿐일 것만 같다.

아래의 그림에서의 그녀 또한 화창한 어느 날 창가에 앉아 독서를 즐기는 장면이다. 눈부신 햇살 아래 그녀를 보는 것만으로 나도 나른해진다.

동양인의 눈에 비친 서양인의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소중하다는 말 안에는 자신의 취향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을 심고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뿌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와인을 친구들에게 권할 만큼의 여유랄까? 그런 것들이 그녀들에게는 있었던 건 같다.

생각해 보니 그녀들이 나를 초대하면 취향을 많이 물어보았던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넌 무슨 차를 좋아하니? 어떤 음악을 좋아해? 어떤 꽃을 좋아해?라는 것들 말이다.

처음 보는 내게 아무도 아이와 남편이 있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에 관한 질문들을 받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늘 내가 너무 많은 정보를 말하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 그건 나 나름의 생존 방법이었다. 나를 먼저 개방해야 그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을 빨리 없애고 잘 다가와 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윌리엄 오트 펜, A window in London Street
윌리엄 오트 펜, A window in London Street

자기소개

치유작가 sue 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12년간 해외 살이로 세계 곳곳의 박물관 미술관을 다니는 취미를 가졌고 지금은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작가로 글도 쓰며 살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sue_spielraum/

 

*'살롱 드 까뮤'는 그림 감상과 글쓰기, 전시 나들이를 함께 하는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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