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 오늘은 숲 속 탐험 하러 가자.”
“난 숲 속 친구들이 놀라지 않게 변신을 해야겠어.”
단풍잎처럼 빨간 스웨터를 입고, 작은 나무 가면으로 변신 완료!
“어때! 내가 사람인지 모르겠지?”
지구의 모든 동물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난 그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아픈 동물들을 치료해 주는 동물 치료사다. 사람과 함께 사는 반려 동물들을 치료하다 문득 병원을 찾지 못하는 동물들을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난 가방을 꾸렸다. 치료 도구, 약, 생명수, 약간의 간식, 따뜻한 담요 등 어느새 가방은 볼록 해졌다. 동물들이 좋아할 간식은 숲에서 찾기로 했다.
"윌라! 준비 됐지?" 신발 끈을 꽉 조여 맸다.
"가는 길에 도토리를 많이 줍자. 네 간식은 가방 속에 있어." 난 잠시 윌라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 지었다.
나무로 변신한 나는 피톤치드* 범벅이 되어 자연과 하나가 된듯했다.
커다란 자루에 도토리를 담으며 한참 동안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물의 정령이 사는 숲.
우리는 물기를 머금은 파란 나무들 사이에 멈췄다.
"윌라! 이쯤이면 아픈 동물들을 살필 수 있겠지?"
우리는 주워온 도토리를 쌓으며 위로 올라섰다.
"잘 살펴봐. 다친 친구나 아픈 친구들이 있는지."
나는 윌라와 함께 한참을 둘러보았다.
숲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짙은 포도색 그림자가 드리운 땅이 보인다.
"윌라! 서쪽으로 가보자!"
도토리는 배고픈 동물들을 위해 두고, 우리는 서둘러 서쪽으로 출발했다.
물의 정령이 사는 숲을 벗어나자 가시덤불이 가득하다.
겨우 빠져나온 우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멀리 보였던 짙은 포도색 그림자는 불길이 지나 간 후 남긴 자욱한 연기와 작은 불꽃들이었다.
최근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등으로 여기저기에서 크고 작은 불길이 솟구치고 있다.
이 숲에서도 불이 났던 것이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꺼져가는 생명들을 붙잡고 생명수를 한 모금씩 나눠주며 상처를 치료했다.
윌라는 약간이라도 허기를 채울 수 있도록 도토리를 나눠주었다.
가방에 있던 치료 도구와 약이 바닥날 무렵, 윌라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윌라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빛은 어느새 검게 그을린 땅을 초록으로 만들었다.
시들어가는 생명에게는 심장박동을, 다치고 그을린 피부에는 건강함을 불어넣어 주었다.
"윌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윌라가 방긋 웃으며 속삭인다.
"널 만나서, 내 힘이 되돌아왔어."
"동물을 사랑하는 너를 돕다 보니, 약해졌던 내 힘이 돌아왔나 봐."
윌라는 생명을 살리는 고양이 정령이었는데, 환경오염으로 그 힘이 많이 약해져있었다고 한다.
어느새 우리는 초록으로 무성해진 나무 정령의 숲 한가운데 서있었다.
윌라에게서 뿜어 나오는 빛은 동물친구들을 끌어모았다.
가방에 잔뜩 들어있던 도토리 간식을 모두 꺼냈다.
모두 함께 즐거운 간식 시간이었다.
내가 동물 친구들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윌라, 널 만난 건 행운이야!”
우리의 숲 속 탐험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지구를 지키는 일도 계속될 것이다.
*피톤치드: 피톤치드는 나무와 식물이 내는 특별한 향기로 나무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요. 우리가 숲에서 맡으면 기분이 좋고 건강에도 좋아요.
글쓴이 전애희
작은 것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다 보면 '세상 모든 게 예술이구나!' 생각이 든다. 브런치 작가로, 삶 속에서 만난 예술을 글에 담으며 행복을 쌓고 있다. 예술과 함께하는 삶은 유치원 교사(8년 차), 원감(6년 차) 경력과 만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다. 현재 미술관 도슨트, 수원시 초등학교에서 수원문화와 연계된 예술 수업을 하며 문화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아동예술교육가, 독서지도사로 활동하며 끊임없이 아이들과 만나고 예술을 매개체로 소통하는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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