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화가_칼블로흐

똑똑 계..계십니까? _이지연

2024.04.22 | 조회 1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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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똑똑 계,,,,계십니까?

여자는 최대한 꾸밀 수 있는 대로 맘껏 꾸몄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뭔지 모를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장 좋아하는 분홍색 드레스에 걸맞은 모자를 써본다.

그 곳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오늘은 꼭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본다.

똑똑 노크를 하려다 잠시 머뭇거린다.

집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웃음소리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뿔싸....

그 곳에는 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낯선 여자와 함께 있는 그!!!

그가 그렇게 미소 짓는 모습을 얼마 만에 보는 건지,

설렌다. 아니 조금은 화가 난다.

나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던 모습이다.

온통 낯설다. 그는 내가 아는 그 사람인 것일까?

한참을 창가 곁에 서서 그를 바라본다.

내가 왔다고, 당신을 보기 위해 내가 먼 곳을 돌고 돌아 왔노라고

당장 달려가 그를 안고 입 맞추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 말하지 않았는가.

그는 이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에,

그의 몸짓과 표정이 그리 말해주기에,

나는 그를 이 행복한 순간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 잊어버리자. 그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그가 아니다. 애써 부정하며 나는 뒤돌아 갈 수 밖에 없었다.

돌이켜 서기를 반복하다 다시 창가로 다가간다.

그를 내 눈에 더 담아두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그가 나를 알아봐 주기를 바랐던 것일까

 

그림이 나에게,,,

집 안과 대조되는 분홍색 드레스가 참 화사해 보였다.

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누군가를 보면서 설레고 있구나!

어릴 때 나는 노란색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 당시 유행하던 색칠 놀이책의 예쁜 드레스에는

분홍이 아닌 노란색이 주로 칠해지곤 했다.

한 집에 살 던 고모는 여자라면 제일 좋아해야 하는 색이 분홍이라며

내가 드레스를 노랑으로 칠한 걸 이해하지 못하셨다.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러 나간다며 입은 옷에도,

고모의 입술에도 분홍색은 고모와 함께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분홍을 보면 설레는 고모의 얼굴이 떠오른다.

 

분홍 드레스의 설레는 색감과 다르게 여자의 안색은 창백해 보인다.

그 큰 눈은 왜 슬퍼 보이는 걸까?

그녀의 표정은 왜 복잡해 보일까?

보지 말아야 하는 장면을 본 것은 아닌가.

우리 집에는 내가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쌍둥이 1번 아들의 가방이다.

그는 외모로 봤을 때 깔끔하고 정리 정돈을 잘하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반대다.

정리 정돈, 깔끔과는 거리가 좀 멀다.

그의 가방에는 없는 게 없다. 그 작은 가방은 늘 무언가로 가득 차 있다.

가방이라도 열어 보려고 하면 그는 울다시피 애원한다.

열어 보지 말라고, 아들을 믿으라고

그래서 나는 그의 가방을 잘 열어 보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 나는 그의 가방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닫았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늘다.

그런데 주먹으로 창문을 두드리지 않네, 검지로는 안에서 들리지 않을텐데.

네가 온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거니?

네가 왔다고 창문에 무언가를 남기려고 하는 거니?

 

날이 추워지면 자동차 안 창문은 나와 아이들의 도화지가 된다.

창문에는 알 수 없는 그림과 글자로 가득하게 되는데 남편은 그게 늘 못마땅하다.

유리를 닦는 수고로움은 자기 몫이라며 투덜댄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하트 세 개!

우리의 사랑을 받아 주세요.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부디....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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