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에세이

칼 라르손(Carl Larsson)_바느질하는 소녀, 1911

사랑이 가득한 집 _ 전애희

2024.05.17 | 조회 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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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까뮤

그림과 글로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시간

바느질하는 소녀, 1911, 칼 라르손  / 출처: 핸드메이커
바느질하는 소녀, 1911, 칼 라르손  / 출처: 핸드메이커

봄맞이

이곳은 싱그러운 초록이 가득한 <릴라 히트나스>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3, 칼 라르손과 부인 카린 베르구, 8명의 아이들이 사는 <릴라 히트나스>는 봄맞이 준비로 분주하다. 우선 봄맞이와 어울리는 색을 정한다. “올 해 유행 색깔이 뭔지 알아?”, “잠깐만 찾아볼게!” “올해는 피스타치오 색상이 유행의 선두에 설 것으로 기대된대.”, “부드러운 파우더블루와 2015년에 유행했던 밀레니얼 핑크가 화려하게 부활하는 해가 될 거래.”, “파란색! 파란색을 추가하면 더 완벽해질 수 있어!”, “네이비의 새로운 느낌 얼모스트 네이비가 대세래.”, “흐린 날에도 기분 좋게 만들 카나리 옐로!”, “포레스트 그린!”, “실버 메탈릭은 이제 필수 색이래!”, “포인트는 밝은 빨강이지!” 아이들의 목소리는 지붕을 뚫고 하늘까지 닿을 기세다.

드디어 봄맞이 준비 완료!

피스타치오, 포레스트 그린과 형제색인 초록을 메인 색으로 정하고, 부드러운 노랑, 포인트는 빨강으로 결정되었다. 초록빛 책상, 초록 잎의 화분들, 풍성한 초록 잎과 별모양 꽃이 투명 화병, 초록색 창틀, 초록색 벽장식으로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한 느낌을 주고, 은은한 노란빛을 띄는 러그와 벽면으로 조화롭게 꾸민다. 그리고 포인트로 빨간 수납장! 이것으로 <릴라 히트나스>의 봄맞이 준비 끝!

릴라 히트나스 / 출처:위키 미디어 공용
릴라 히트나스 / 출처:위키 미디어 공용

바느질 하는 소녀와 바느질 하는 나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의 <바느질하는 소녀>를 처음 만난 날, 살롱드까뮤 동기 중 한 선생님이 그림을 보자마자 내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 순간 자세히 보게 되었다. ‘내가 바느질 좋아하는 걸 어찌 아셨지?’하며 이유를 물었더니, 바느질 하는 소녀가 날 닮았다고 한다. 그림에 애착이 생기는 순간을 경험했다. 2 아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며 "이 그림 속 소녀가 엄마랑 닮았다고 하네."하며 살짝 대화를 시도했다. 생각지 못한 아들의 반응. "아니~~~~" 너무 강한 부정에 살짝 실망할 뻔 했던 순간 "엄마가 훨~~~ 씬 예쁘지!"하고 이야기를 덧붙인다. 나를 들었다 놨다하는 아들. 그래도 엄마가 훨씬 예쁘다는 이 한 마디에 "뭐야~!" 하며 나도 모르게 함박 미소를 지었다.

봄맞이를 마친 후 맏언니는 햇살이 한가득 들어오는 창에 살포시 걸 커튼을 만든다. 가족과 함께하는 <릴라 히트나스>는 더욱 아늑해질 것이다.

바느질하는 소녀를 보며, 한 때 나의 취미 생활 "바느질"을 떠올렸다. 나의 바느질 흔적은 집안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느질을 취미로 시작한 건 첫째 임신 중 태교를 위한 것이었다. (갑자기 엄마를 닮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평상시에는 바느질 근처도 안가는 나인데 태교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었다. 퇴근 후 삼성여성병원(현재 시온여성병원) 문화센터에서 오가닉인형 만들기를 했다. 처음 만든 곰 인형 손수건(조카 애착 인형으로 줘서 지금은 없다), 두 번째로 만든 별모양 딸랑이를 시작으로 난 큼직한 인형들도 뚝딱 뚝딱 만들었다. 테디베어, 파란 고양이, 코끼리 베개(머리 흔들림 방지용-이건 본도 없이 만듬.) 등 참 많이 만들었고 첫째는 내가 만든 인형들과 함께 생활 했다. 아기와 함께 있는 인형들을 보면 뿌듯했다. 둘째 태교는 첫째 책 읽어주기로 대체하던 때, 둘째를 위해 만든 인형이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말랑말랑한 아기토끼 한 쌍을 만들었다첫째 토끼에는 첫째 이름을 수놓고, 둘째 토끼에는 태명 바다를 넣을까고민하다가 핑크색 하트를 수놓았다.

십대 아이들은 가끔씩 아가 때 함께했던 인형들을 찾는다.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인형들
아이들을 위해 만든 인형들

둘째가 어린이집 가기 시작 한 후 나의 바느질 취미는 업그레이드 됐다. 광교맘 카페에서 "컨츄리인형 만들기모집 글을 보고 나도 모르게 연락을 했다. 동네 엄마들 몇 명이 모여 바느질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수다도 떨고, 손바느질 하던 시간은 4년 만에 누리는 자유 시간이었다. 커피 물에 천을 염색해서 만들기아크릴물감을 이용해서 부분 채색아기자기한 소지품 만들어서 인형에게 입혀주고, 씌워주고달아주는 컨츄리인형은 오가닉인형과는 또 다른 매력이 가득했다. 둘째 2살 가을에 시작한 바느질은 다음 해 봄이 오기 전에 마무리 지었다. 3월부터 워킹맘 대열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4개월 정도 활동한 컨츄리인형 만들기 동아리, ‘둘째가 가지고 놀면 좋겠다.’ 생각하며 시작했던 인형 만들기는 어느새 나의 힐링 시간이 되었다. 내 생활에 비타민이 되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다.

사랑이 가득한 집

칼 라르손은 스웨덴 팔룬에 <릴라 히트나스*>를 손수 가꾸며 행복한 추억이 가득한 사진 앨범을 펼쳐보는 듯 한 느낌이 드는 가족들의 삶과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다. 파란색 원피스에 검정스타킹과 검정구두를 신은 소녀는 가족을 위해 바느질을 하고 있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족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가족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 같다. 아빠가 손수 만든 맛있는 음식, 엄마가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앞치마(원피스 리폼), 신랑 청바지 찢어진 부분 덧댐 바느질, 아이들이 만든 사랑이 가득한 카드와 손 글씨. 이 모든 것들이 모여 사랑이 가득한 집이 되는 것 같다. 100년 전 칼 라르손처럼, 그의 가족들처럼......

*릴라 히트나스 : 장인에게 선물 받은 집으로 칼 라르손은 릴라 히트나스를 고쳐나가는 과정 또한 그림으로 기록했다.

<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중

 

<아이들이 함께하는 그림이 사랑스러워 더 담아본다.>

자화상(Self-portrai), 1895, 칼 라르손
자화상(Self-portrai), 1895, 칼 라르손
영명 축일의 날, 1895, 칼 라르손
영명 축일의 날, 1895, 칼 라르손
아빠 엄마와 아기, 1906, 칼 라르손
아빠 엄마와 아기, 1906, 칼 라르손
달라르라 바이킹 원정대, 연도미상, 칼 라르손
달라르라 바이킹 원정대, 연도미상, 칼 라르손
크리스마스 아침, 1894, 칼 라르손
크리스마스 아침, 1894, 칼 라르손

글쓴이 - 전애희

현재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며 도서관에서 독서지도사로 독서연계, 창의융합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책과 그림은 예술이라는 한 장르! 예술을 매개체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소통하는 삶을 꿈꾸며, 내 삶에 들어온 예술을 글로 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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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도슨트 전애희의 뚤레뚤레 세상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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