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12월 두 번째 편지로 돌아온 모래시계입니다.
이쯤 되면 괜히 휴대폰을 한 번 더 훑어보게 돼요. 연말이라는 이유만으로, 평소보다 안부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지는 시기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시지를 보낼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아무 연락도 하지 않는 날도 많아지네요.
안부라는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말을 건네기까지의 망설임은 예전과 조금 다르게 느껴져요. 잘 지내고 있다는 말 하나에 담기에는 각자의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졌고, 그렇다고 다 말하기에는 시간도, 용기도 부족한 상태가 되어버렸네요.
이번 편지의 주제는 '안부의 밀도'입니다. 연말을 맞이하여, 그런 안부에 대해 적어두었습니다. 말의 길이가 아니라, 말이 품고 있는 무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까워지며 나누었던 말들과, 멀어지며 남겨두었던 문장들에 대해서요.
부담 없이, 가볍게 읽어주세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부의 밀도
며칠 전, 오래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서 메시지가 하나 왔다.
안부를 묻는 짧은 문장이었다. 화면에는 몇 글자 되지 않는 문장이 떠 있었지만, 그 아래로 쉽게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이 겹쳐 올라왔다. 읽고 나서 한동안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바빠서라기보다는,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 없어서였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있었고, 동시에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될 시간이 쌓여 있었다. 안부라는 말은 여전히 가벼운데, 그 뒤에 붙어야 할 말들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한 문장으로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길게 적기에는 서로의 삶이 너무 멀리 와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는 안부가 지금보다 훨씬 단순했던 것 같다. “잘 지내?”라는 말에 “응, 잘 지내”라고 답해도 큰 문제가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근황이란 것이 몇 줄로 정리될 수 있었고, 서로의 사정은 대충 넘어가도 괜찮았다. 안부는 곧 약속이거나, 다음 만남으로 이어지는 신호에 가까웠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안부는 설명을 요구하는 말이 되었다.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지금은 어디쯤 와 있는지. 짧은 문장 하나가 삶 전체를 요약해달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대답은 한 줄이면 되는데, 그 한 줄을 쓰기까지 머릿속에서는 여러 갈래의 문장이 동시에 떠오른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관계를 시간의 문제로 착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멀어졌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사이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멈춰 있었던 건 아닐까. 말하자면, 시간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까웠다. 말을 고르지 못한 채로 흘려보낸 순간들이 쌓여, 어느새 ‘오래’라는 시간이 되어버린 것뿐이었다.
창밖에서는 사람들이 각자의 속도로 길을 건너고 있었다. 신호등이 바뀌자, 일제히 움직였다가, 다시 멈췄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가 향하는 곳은 조금씩 달랐다. 그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관계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고, 멀어진 채로 유지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어른이 된 이후의 관계는, 예전처럼 모르는 척하기가 어렵다. 서로의 삶이 너무 자세해져서, 대충 묻고 대충 답하는 일이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말하기에는, 그동안 건너뛴 시간과 장면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안부는 점점 더 조심스러운 말이 된다.
그 사람에게 결국 답장을 보냈다. 아주 짧게, 잘 지내고 있다고. 더 많은 말을 덧붙일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정도가 적당하다고 느꼈다. 모든 관계가 한 번에 복원될 필요는 없고, 모든 마음이 즉시 번역될 필요도 없으니까.
답장을 보내고 나서도, 말하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 미완의 상태가 꼭 불완전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떤 마음은 조금 덜 말해진 채로 두는 편이 오래 간다. 안부는 때로, 관계를 완성하는 말이 아니라, 다음을 열어둘 수 있는 정도의 문장으로 충분할지도 모른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안부를 주고받는 일이 늘어난다. 그럴수록 나는, 모든 관계를 정리하려 애쓰지 않게 된다. 지금은 이 정도의 거리, 이 정도의 문장이 가장 무리가 없다고 느끼면서. 그렇게 남겨둔 말들이, 언젠가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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