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편지처럼 뭔가 쓰고 싶었는데 말이 잘 안 이어지네요. 오늘은 김광석의 <혼자 남은 밤>을 듣고 있어요. 여러분도 꼭꼭 들어보세요. 시 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지금 걸어가는 여기
사시던
선생님은 멀리 이사 가신 후
그 다음 후에도 여전히 병중이시고
낡은 빌라 겹겹이 흙칠한 세월은
무엇이 미련할쏘냐
무궁히 흐르고
바람 스치니 떠오르는 얼굴들
전부 전에 두고 온
후엔 없는 얼굴들
자랑스레 데모 이야길 꺼낸 제자는
늙지 않되 낡을 것
그 말 꼭꼭 지켰으므로 후회 없고
우리 끝까지 가는 거다
지는 시절에 생을 걸었으니
선생님
주유소 사장은 여전히 담배를 피우고
전철역 앞 부동산은 여섯 시면 문을 닫소
젊은 날 눈물로 보낸 선생님
함께 운 칼국수집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 집 역시 헐렸다지요
눈물에 기억도 흘려보낸 선생님
펜질이라곤 낙서뿐 남지 않은
모든 걸 가졌을 때보다
행복한
선생님
내 얼굴 잊으니 좋소
그럼 아이처럼
좋다 하시는 선생님
어린 아이처럼 맑은
나에게 가르쳐 주지 않은
그 모습들
가르치지 않았음에도
나서서 사랑한
그 거리들
위를 어느 제자가
눈물로 소복소복
나 이제 선생보다 시를 잘 쓰오
하는 얼굴 위로도
소복소복
/소복소복, 안금형
이번주도 평안히 보내시길 기도할게요. 감사해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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