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탈 때 나는 잠시 죽는다
지하에 간 사람은 죽고 지상에 간 사람은 산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은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해 지하철을 발명했다고
그들이 잠시 죽어있는 사이 또 다른 생명을 낳기 위해
구차하다
지하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죽음이 편안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프로파간다 아니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지하에 간 수도자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가끔 머리 두건을 쓴 수녀님들
또 가끔 가방 든 신부님들
*수많은 축제를 위하여
머리 두건 벗어버리고
사제복 든 가방 태워버리는 날을 위하여
그러니 아파도 울지 마
죽음이란 건 무척 편안하니까
남은 너만 아픈 거니까, 난 아프지 않으니까
지상에 사별의 아픔만 남았다는 것을 안 신은
마침내 하하하 웃으며 말했지,
그 아픔을 겪게 하기 위해 나 못박혔으니
지하철을 탈 때 나는 잠시 죽는다
교통카드 IC칩 손바닥과 발등에 못박힌 채 죽는다
우리는 죽어서도 돈 없이 편안할 수 없다
신에게 삿대질해도 너무 낮아, 보일 리 없잖아
위령성월을 맞이하여 기도하겠습니다
지하철을 탄 모두에게, 구차히 **아멘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아멘, 그대로 이루어 주소서
/사랑하는 당신에게, 안금형
성당에서 쓴 시 치고 굉장히 불온하네요. 절대 부분 캡처만 하고 원문을 걸리지 말아야겠어요. 엉덩이 걷어차일지도 모릅니다. (정말 그렇진 않습니다)
벌써 11월이에요. 운 좋은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불행한 일들이 지저분한 방처럼 널려있는 도시에서 오늘도 잘 살아남겠다고 다짐합니다. 여러분도 건강하시고, 또 다시 건강하세요.
다음 주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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